“민서샘, 잘 잤어요?”
“어깨랑 허벅지가… 말도 안 되게 아파요.”
“그래도 아침 수련 갈 거죠?”
“당연하죠.”
요가반의 새로운 선생님 그렉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그렉은 쿤달리니 요가를 안내했다. 쿤달리니는 산스크리트어로 ‘감겨 있는 뱀’을 뜻한다.
척추 아래 잠들어 있는 잠재적 생명력을 깨워내 7개의 차크라를 활성화시키는 것, 그게 바로 쿤달리니 수련의 목적이다.
나는 발리에서 이 수련을 처음 경험했다.
그렉은 쿤달리니의 의미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최근에 가까운 사람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적처럼 살아났다는 이야기,
그 일을 겪으며 자신도 오래도록 무너져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쿤달리니 수련을 통해 다시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는 이야기.
그의 고백은 단단하고도 따뜻했다.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 그렉 덕분에 동작 중간마다 그가 건네는 말이 더 진심으로 와닿았다.
“내가 이거 여러 번 해봤는데, 기분 진짜 좋아져요!”
물론 이 수련도 만만치 않았다.
며칠간의 수련으로 이미 근육통이 퍼질 대로 퍼진 몸을 다시 혹사시키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거센 움직임 속에서 뜨거운 흥분이 밀려와 멈출 수 없었다.
큰 동작과 큰 호흡을 반복하면서 땀을 뻘뻘 흘려낼수록 내면의 에너지가 정화되는 게 느껴졌다.
들이마시는 호흡에 긍정의 에너지를 가져오고,
내쉬는 호흡에 부정의 에너지를 뱉어내는 완전한 정화의 과정이었다.
가장 짜릿했던 건 이 동작이었다.
허리를 깊숙이 숙여 바닥을 일곱 번 치고,
다시 일어서 두 팔을 번쩍 들며 외치는 “하디!”
몸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는데 정신은 깨끗한 얼음물로 한바탕 샤워를 한 것 같이 상쾌했다.
마지막에는 만트라 찬팅이 이어졌다.
처음엔 낯선 가사를 외우는 데에만 신경을 썼지만 반복되는 리듬에 몸을 맡기자 어느 순간 마음이 안정됐다.
소리의 진동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나는 그저 따라 부르는 걸 넘어 만트라 속에 잠겨 있었다.
찬팅을 마친 후에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내 안의 작은 신에게 인사했다.
이렇게 건강하고 단단하게 살아가는 한 내 삶은 분명 아름답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동작도 몇 번의 카운트 후에는 끝이 나고, 그 끝에는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바아사나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수련을 마친 뒤에는 민서샘과 함께 인도네시아 음식을 양껏 먹었다.
우리는 요가와 삶, 그리고 미래에 대해 그동안 미처 나누지 못했던 깊은 대화를 나눴다.
겁 많은 나는 혼자서라면 일주일 먼저 발리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와 달리 매사에 적극적이고 거침없는 민서샘과 함께하며 든든했고, 정말 많이 배웠다.
그가 여러모로 구멍이 많은 나와 같이 지내주어 너무나 고마웠다.
그에게 나도 좋은 여행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