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춤을

by 이하린

발리에 도착하고 일주일 동안 아무런 계획도 제약도 없이 요가반을 오갔다.

이제는 슬슬 다가오는 교육을 준비할 때였다.

교육날이 다가오자 TTC를 이끌 비하샘을 비롯해 동기가 될 이들이 하나둘 발리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낯선 땅에서 비하샘을 다시 보니 왠지 마음이 놓였다.

그는 내게 특별했다.

마음이 고장 나 있던 시절, 수련 중 수시로 눈물을 흘리던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던 사람이었다.

3년 전 비하요가에서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딸 때에도 나는 거의 매주 눈물 바람 속에서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비하샘은 역시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요가반으로 향했다.

그와 나, 그리고 민서샘은 바이런의 시그니처 수업인 임파워먼트 플로우에 참여했다.


임파워먼트는 이때껏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수련이었다.

정해진 플로우 없이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요가 초보에게는 어려울 수 있고, 특히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한국인에게는 제법 부담스러울 듯했다.

나 역시 ‘샤이 코리안 걸’로서 수업 전에 살짝 긴장했지만 언제 또 이런 수업을 경험하겠나 싶어 마음을 열어보았다.


어색함과 해방감 사이를 오가며 몸을 움직이던 중,

수업 분위기가 서서히 잦아드는 듯해 조금 일찍 사바아사나에 들어갔다.

그런데 조용해지던 음악이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였다.

쿨다운이라 생각했던 순간이 사실은 클라이맥스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바이런이 우리를 향해 외쳤다.

“자, 이제 방방 뛰어요!”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던 나는 사방에서 전해지는 폴짝폴짝 진동에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정답이 없는 움직임 속에서 그저 음악에 몸을 맡겼다.

지금도 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그때 나는 외부로부터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았다.


다 함께 요가인지 막춤인지 모르는 동작으로 흘러가던 즈음,

바이런은 화룡점정으로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둥, 둥, 둥-

묵직하면서도 신명 나는 북소리가 샬라를 채우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해방되고 있었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나가길 반복했다.

그때 옆자리 비하샘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너무 행복했다. 비하샘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 품 안에서, 발리에서의 나날과 비하요가에서 수련하던 기억들이 한 데 뒤섞여 감정이 터져 나왔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북소리가 천천히 잦아들고 사람들의 호흡이 고요해졌다.

눈을 감으니 숨소리 사이로 ‘함께 있음’의 따뜻한 진동이 느껴졌다.

뜨거운 생명력이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둥, 둥, 둥-

수련이 끝난 후에도

북소리는 내 안에서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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