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by 이하린

일주일의 자유로운 요가 여행이 끝나고 교육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제는 낯선 이들과 함께 진짜 '배움'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됐다.


총 열네 명의 요가인이 TTC를 위해 우붓의 뜨갈사리 리조트에 모였다.

리조트 옥상의 샬라에서 나흘간 판차코샤플로우 지도자 교육을 받은 뒤, 남은 사흘은 스미냑으로 이동해 리트릿을 즐기는 코스였다.


비하샘이 이번 과정의 취지와 일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 뒤 동기들끼리 짧은 자기소개를 나누었다.

요가원을 운영하는 원장님, 육아휴직 중인 아이 둘의 엄마, 갓 자격증을 딴 신입 요가 강사, 그리고 요가에 막 빠져든 필라테스 강사까지.

전국 각지에서 저마다의 인생을 안고 온 우리는 오직 요가라는 공통점으로 이곳에 모였다.

모두들 표정이 밝았다.

한국에서의 일상을 뒤로하고 발리까지 왔다는 사실이 그들의 눈을 빛나게 만들고 두 뺨을 발갛게 상기시키는 듯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요가매트와 교재를 챙겨 리조트 옥상의 샬라로 향했다.

수련 공간이 널찍했고, 사방이 통창이라 아름다운 바깥 풍경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바로 옆에는 야외 수영장이 있어서 교육 후에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었다.

샬라의 매력에 푹 빠져 연신 감탄사를 내뱉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판차코샤플로우는 인간을 이루는 다섯 겹의 몸,

즉 신체·에너지·마음·지혜·평화의 층을 하나씩 자각하며 수련하는 흐름이다.

단순히 동작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전체를 깨우는 과정에 가깝다.


교육의 첫 시간은 차크라 사다나 명상으로 시작됐다.

척추를 따라 흐르는 일곱 개의 에너지 중심, 차크라를 깨우는 수행이라고 했다.

앞으로 나흘 동안 매일 아침 수업이 시작되기 전 이 명상을 하게 될 거였다.

‘람, 밤, 람…’을 반복해서 찬팅 하며 그 진동을 따라갔다.


명상을 마친 후 곧바로 수련을 시작했다.

첫날의 주제는 스와디스타나, 골반 열기였다.

한국에서도 비하샘의 판차코샤플로우 수업을 여러 번 들었지만 새로운 땅에서의 수련은 확실히 달랐다.

뻣뻣하기만 하던 내 몸이 전혀 다른 몸처럼 느껴졌다.

일주일간 발리에서 실컷 근육을 늘린 덕분에 평소에 70%쯤 되던 동작이 95%까지 완성됐다.

‘이게 되려나?’ 하며 시도해 보면 정말 돼서 스스로 놀라는 식이었다.


문득 예전 수련 때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요가의 왕'이라 불리는 시르시아나(머리서기)를 연습하던 시절이었다.

웬만한 아사나는 꾸준히 연습하면 비슷하게라도 따라하게 되는데, 머리서기만큼은 달랐다.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속상해하는 나에게 비하샘이 말했다.

"하린, 아사나는 거기 있어. 네가 가면 돼."


그때는 그 말이 그냥 격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발리의 한 샬라에서 나는 그 말이 진실이었음을 깨달았다.

아사나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부족한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꾸준함이었다.


첫날의 교육이 끝난 뒤 새로운 룸메이트인 미경샘과 함께 리조트로 돌아왔다.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잠시, 현실적인 과제가 우리를 다시 책상 앞으로 이끌었다.

당장 내일까지 스와디스타나 차크라를 주제로 60분짜리 요가 수업 시퀀스를 짜야 했다.

현직 강사들에겐 익숙한 일이겠지만 내겐 난감했다.

일반 수업도 어려운데 차크라 에너지까지 더하라니.

머리를 쥐어짜 과제를 마치면서 정말 여행이 끝나고 교육이 시작됐음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리곤 곧바로 침대로 빨려 들어가 쓰러지듯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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