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둘째 날 아침도 명상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중이 잘 안 됐다.
이날이 끝나면 벌써 교육 나흘 중 절반이 지나간다고 자각하니 머리에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발리에서의 남은 시간을 더 알차게 즐겨야지.’
‘한국에 돌아가면 복직 준비도 해야 하고...’
‘아까 수영장 앞을 어슬렁거리던 원숭이 진짜 웃겼어.’
‘매트에 개미가 많은데 퇴치제 같은 걸 뿌려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연쇄적으로 떠올라 뇌를 쿡쿡 찔렀다. 전원을 꺼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명상이 끝날 땐 속상해졌다. 소중한 시간을 허공에 흘려보낸 기분이었다.
이건 나의 오랜 습성이기도 하다.
조급함 때문에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고치고 싶은 면이 어김없이 또 드러나 버렸다.
명상과 심화 수련까지 마치고 나서 우리는 서너 명씩 팀을 이뤘다.
전날 해온 숙제를 기반으로 하나의 통합 시퀀스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나는 전주에서 요가원을 운영하는 지은샘,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 중인 선샘과 한 조가 됐다.
생각해 보니 3년 전 지도자 과정을 들을 때에도 비슷한 시간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거의 말 한마디 못 했다.
요가를 시작한 지 반년도 안 된 초보였다.
아직 요가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자각이 나를 계속 주저하게 만들었다.
산스크리트어 용어도 낯설기만 했다.
조원들이 무언가를 말하면 조용히 받아 적고 나중에 몰래 검색해보곤 했다.
나만 모르는 세계 속에 들어온 듯한 쓸쓸함이 당시 내 안에 오래 머물렀다.
다행히도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와 분명 달라져 있었다.
용어를 알아듣고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건 기본이었다.
근육의 흐름을 따라 어느 정도 동작을 연결할 수도 있었다.
여전히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전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의견을 냈다.
꾸준한 수련이 만들어낸 변화였다.
몸이 달라지고, 언어가 익숙해지고,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자라나 있었다.
우리 조는 지은샘의 노련한 리드 아래 선샘의 필라테스 동작까지 더해 개성 있는 시퀀스를 완성했고, 발표도 매끄럽게 마쳤다.
수업이 끝난 뒤 비하샘과 몇몇 동기들이 모여 또다시 요가반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교육을 듣고도 자진해서 또 수련하러 가는, 그야말로 ‘요가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 무리에 나도 아주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쉴까 고민했지만 동기들이 ‘발리의 비하’라고 부르는 베스 선생님의 빈야사라 포기할 수 없었다.
베스의 넘치는 에너지는 지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녹초가 된 몸으로 수업에 들어온 게 미안해질 만큼 그녀는 힘이 넘쳤다.
요가를 가르치는 것 자체로 끝장나게 신나 보였다.
그리고 그 기운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졌다.
우리는 한바탕 무아지경으로 수련을 마쳤다.
비하샘이 웃으며 말했다.
“이 분은 내가 수년 전 처음 봤을 때도 이 텐션이었어. 진짜 대단하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베스를 만나 무척 행복했다.
그리고 부러웠다.
나중에 요가반에 다시 오면, 그때도 꼭 그를 만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