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도 명상이 되나요?

by 이하린

좋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웃고 대화하면서도 이상하게 기운이 떨어질 때가 있다.

혼자 누리는 작은 고요가 그리워질 땐 잠시 멀어져 충전을 해줘야 한다.

교육 둘째 날 저녁, 나는 지금이 그 충전 타이밍임을 알아차렸다.


맛집에 가자는 동기들의 제안을 뒤로하고 이날만큼은 고독한 미식가가 되기로 했다.

혼자 리조트 주변을 걷다가 한적한 식당에 들어가 나시고랭을 주문했다.

누구와도 대화할 일 없이, 휴대폰도 내려놓고 오직 식사에 집중했다.


예전에 비하샘이 다양한 종류의 명상에 대해 알려 주셨다.

명상은 꼭 특별한 공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는 걸으며, 누군가는 만트라를 읊으며, 또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명상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나처럼- 밥을 먹으며 명상을 한다.

중요한 건 어떤 자세로 있느냐보다 지금 여기에 얼마나 온전히 머무느냐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사람에 지칠 때, 업무 스트레스가 심할 때면 일부러 낯선 식당에 들어간다.

메뉴를 고르고 휴대폰은 멀리 치워둔다.

그저 눈앞의 음식을 씹고 뜯고 즐기는 일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천천히 먹다 보면 어느새 음식의 향과 질감이 또렷이 느껴진다.

갓 지은 밥알의 뜨끈한 감촉, 입 안에 짭조름하게 퍼지는 맛, 고소하고 달달한 향까지.

그 모든 온기가 천천히 스며들어 나를 현재로 데려온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지금 꽤 괜찮게 살고 있구나.’


하루 더 살아보겠다고 내 안에 밥을 채워 넣는 이 단순한 행위가 왠지 숭고하게 느껴진다.

다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음식 명상 시간이다.


다음 날 동기들이 “어제 그 식당 진짜 대박이었어!”라며 떠들었다.

잠깐 배 속이 꼬이는 느낌이 들었지만 곧 사라졌다.

유명 맛집을 놓쳤어도 마음 한켠이 충분히 든든했다.

나에게 필요한 시간을 알아차리고 과감히 선택했다는 것만으로 잘한 일이었다.

혼자 먹은 나시고랭 한 접시가 사람들 사이 부대끼며 흔들렸던 내 중심을 다시 채워줬다.

역시 때론 혼밥이 명상보다 낫다.

아니, 혼밥이 곧 명상이다.

이전 14화발리에서 달라진 나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