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교육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믿기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끝이라니.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몇 번이나 되뇌었지만 현실로 와닿지 않았다.
우리는 샬라 밖으로 나가 조용히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말을 섞지도, 카메라를 들지도 않았다.
그저 멍하니 우붓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드넓게 열린 하늘이 머리 위에 펼쳐져 있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잎사귀들이 연약하게 흔들렸다.
그 너머로는 주황빛 지붕들이 촘촘히 이어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풍경 속에서 오히려 모든 것이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사방이 고요해지자 새의 푸드덕거림이 들려왔다.
작은 날갯짓 소리가 마음을 간질였다.
그 소리에 맞춰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되었다.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라고, 자연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 수련과 교육을 마친 뒤에는 다 함께 플라워 세리모니를 했다.
한 명씩 수료증을 받으며 꽃 세례를 만끽했다.
아름다운 꽃잎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내 안의 오래된 먼지를 털어내고 새로 태어남을 축복하는 의미였다.
향과 바람이 뒤섞이며 코끝을 스칠 때 정말로 새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이후 우리는 둥그렇게 모여 앉아 각자의 소감을 나눴다.
중간중간 감동의 눈물을 보이는 동기들도 있었다.
울지 않으려 애썼지만 나 역시 울어버렸다.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으나 울면서 말하고 싶지 않아 그냥 삼켜야 했다.
사실은 발리에 오게 만들어준 모든 상황과 사람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예기치 못한 수술로 멈춰 선 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발리로 이끌었다.
이 여정이 아니었다면 평생 만나지 못했을 14명의 인연과 진한 우정을 나눴다.
서로의 직업도 나이도 몰랐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요가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에게 마음을 줬다.
판단 대신 이해가 있었고, 평가 대신 다정함이 있었다.
보석처럼 빛나는 사람들 덕분에 나도 같이 빛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걱정과 고민은 잠시 잊혔다.
오롯이 나로 존재하며 행복했다.
이 시간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오래오래 이 순간에 붙들리고 싶었다.
여운이 길고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