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냑에서 맥주와 함께 춤을!

by 이하린

긴 교육 여정이 끝나고 이제는 마음껏 쉬어도 되는 리트릿 시간이다.

더 이상 공부도 과제도 수련도 없다.


우리는 우붓의 리조트를 떠나 스미냑의 대형 풀빌라로 향했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해산물과 시원한 맥주를 즐기며 뒤풀이를 했다.

모두들 어제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벌써 웃고 있었다.

리트릿 사흘간 늘어지게 쉬었고, 서로의 속얘기를 기꺼이 꺼내놓으며 더욱 가까워졌다.


그렇게 찾아온 모든 여정의 마지막 날.

그날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춤바람 데이’였다.

낮부터 밤까지 우리는 정말로 춤을 췄다.


춤바람이 난 과정은 이렇다. 이별이 가까워오자 동기 몇몇이 추억거리를 남기자며 릴스 촬영을 제안했다.

우리의 시선은 곧장 댄스크루인 나연샘에게 향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춤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주제곡은 한창 유행 중이던 마크의 ‘1999'.

나연샘의 안내에 따라 슬슬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어라, 기대 이상으로 흥겨웠다.

평범한 직장인이 음악에 맞춰 춤출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연습을 거듭할수록 내 안의 흥부자가 깨어났다.


나연샘은 또 칭찬을 기가 막히게 잘했다.

잘 따라오고 있다는 칭찬 몇 마디에 뚝딱이도 덩실덩실 리듬을 탔다.

우리는 깔깔 웃으며 안무를 익힌 뒤 여러 각도에서 촬영을 반복했다.

“한 번만 더!”라는 외침이 쏟아질 만큼 모두가 흥겨워했다.

우리만의 공간에서, 우리만의 움직임으로.

그 시간은 단연코 축제였다.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으나 진짜 춤판은 밤부터였다.

마음 맞는 이들과 식당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고 있는데, 오후 아홉 시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바뀌었다.

손님이 부쩍 많아지는가 싶더니 붉은 조명이 천장을 스치고 쿵, 쿵, 쿵- 비트가 바닥을 울렸다.

밤이 되면 클럽으로 변하는 식당이었던 것이다.

우린 "이게 뭐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금세 일어나 엉덩이를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나연샘은 낮에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극강의 춤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그의 몸짓에 이끌려 모두가 춤바람에 휘말렸다.

한국에서도 안 가본 클럽을 발리에서 즐길 줄이야.

술도 좀 마셨겠다, 무아지경으로 흔들다 보니 묵은 스트레스가 싹 풀렸다.

내 인생에 다시 이렇게 클럽에서 춤출 날이 또 있을까.

새벽까지 신나게 놀고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몸은 지쳤지만 심장이 여전히 쿵쿵 뛰고 있었다.

그날의 자유와 흥분이 오래도록 내 안을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문득 발리로 떠나오기 전의 내가 떠올랐다.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가득했던 그 얼굴이.

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달랐다.

마음껏 흔들고, 웃고, 나답게 살아본 이 시간이 내 안에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주었다.

발리에서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끝났다.


다음 날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창밖을 오래 바라봤다.

낯선 땅에서 느낀 자유로움과 행복, 시도때도 없이 흘린 땀과 눈물이 한 장면씩 스쳐 지나갔다.

그 모든 순간이 내 안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주고, 대신 단단한 중심을 만들어주었다는 걸 느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알 것 같았다.

요가가 가르쳐준 건 완벽한 동작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는 법’이었다는 걸.

그 연습을 이제 매트 위가 아니라 삶 속에서 이어가면 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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