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명상 -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하길

by 이하린

새로 산 연두색 민소매 요가복을 입고 교육 셋째 날을 맞이했다.

가슴 차크라인 ‘아나하타'를 자극하는 날이었다.

수련 내내 가슴을 활짝 여는 동작으로 자유로움을 맛봤다.


오후에는 특별히 자비 명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둘씩 짝을 지어 서로에게 자비 명상 글을 읽어주기로 했다.

나는 방배동에서 요가원을 운영하며 댄스크루로도 활동하는 나연샘과 짝이 됐다.

히피펌이 유난히 잘 어울리는 그녀는 다정하고 유쾌해 내가 남몰래 친해지고 싶어 했던 선생님이었다.

그녀를 눕히고 나는 옆에 앉아서 천천히 글을 읽기 시작했다.


“언제나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마음의 눈으로 그 사람을 그려보고, 그 사람을 생각하며 느끼는 감정을 바라봅니다.

고마움, 미안함, 안정감, 그리고 사랑...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해봅니다.

당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당신이 모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길.

당신이 편안하고 행복하길.”


나는 조용히 문장을 이어가다 잠시 숨을 고르며 나연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꼭 감은 두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명상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집중하는 그를 보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가 진심으로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하길 바랐다.

만난 지 겨우 사흘 된 타인에게 이토록 따뜻한 마음이 생긴다는 게 놀라웠다.

마음이 열린다는 건, 이렇게 낯선 이를 향해서도 다정해지는 일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저녁엔 ‘폴링 인 폴’의 인양요가 수업을 다시 한번 들었다.

이번에는 열 명 남짓한 동기들과 함께였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민서샘과 단둘이 이 수업을 들었는데, 이제는 다정한 얼굴들이 내 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폴은 우리에게 말했다.

“소중한 사람이 당신에게 기댄다고 상상해 보세요.”


나는 가슴 앞에 남편을, 양옆에 부모님을 두었다.

그리고 천천히 수련을 시작했다.


어김없이 혼이 빠져나갈 만큼 강도 높은 시간이 이어졌다.

알고 들어왔지만 역시 만만한 수업은 아니었다.

몸이 버거워도 끝까지 정신을 집중했다.

나와 동기들은 모든 카운트에 최선을 다하며 힘들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K-요가인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양 수련이 끝난 뒤 잠시 숨을 고르며 남편과 부모님을 다시 떠올렸다.

그들이 다시 내게 기대 왔을 때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나 자신이 느껴졌다.

전혀 불안하거나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완벽하게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지하던 존재에서 지켜주는 존재로 나아간 나는 내면의 강력한 힘을 온전히 느꼈다.

수련을 마치자 외국인 수련생들이 하나둘 폴에게 인사하며 은근슬쩍 안기기 시작했다.

민서샘도 용기 내어 다가가더니 그 품에 폭 안겼다.

폴의 1호 팬으로서 나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미투!”를 외치고 그를 껴안았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세상 가장 밝은 표정으로 그와 사진 한 컷을 남겼다.

이전 15화혼밥도 명상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