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링. 오늘은 12월 30일, 27주차야.
이제 2025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어.
올해 엄마에게는 큰일이 두 가지나 있었네.
2월엔 갑상선암 수술을 했고 7월엔 링링의 존재를 알았지.
그동안은 한 해를 돌아볼 때 이렇게 명확하게 큰 이벤트를 떠올릴 일이 잘 없었는데, 올해는 확실히 특별한 한 해였나 봐.
내년은 더욱 기대가 돼.
링링을 낳고, 링링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되겠지. 정말 기다려진다.
올해는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열세 번째 연말이야.
엄마 생일이 크리스마스 이틀 뒤잖아. 그래서 우린 늘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를 들뜬 기분으로 보내왔어.
작년 이맘때는 둘이서 프랑스 파리와 니스를 여행 중이었지.
그때만 해도 1년 후 우리가 이렇게 예비 부모가 되어 링링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올해는 거창한 데이트도 없었고 여행도 떠나지 못했지만 뱃속에 링링이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느껴졌어.
아빠는 생일 편지에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써서 엄마를 뭉클하게 했단다.
며칠 전엔 입체초음파 날이라서 드디어 처음으로 너의 얼굴을 봤어. 이날만 애타게 기다려왔지.
링링은 첫 번째 시도에 얼굴을 잠깐 보여주는가 싶더니 갑자기 엎드려 버렸어.
그래서 엄마는 초음파실에 세 번이나 들어가서야 겨우 네 얼굴을 볼 수 있었어.
누구를 닮았는지 궁금했는데 사실 아직 잘 모르겠더라.
엄마는 네가 아빠를 닮은 것 같다고 했고 아빠는 엄마를 닮았다고 하네.
그리고 코가... 생각보다 낮은 것 같아서 잠시 머리를 감싸 쥐었어, 하하.
그래도 계속 보니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단 생각뿐이야.
넌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줄지. 생김새, 성격, 기질 등등 그 모든 것이 참을 수 없이 궁금해.
엄마는 원래 다니던 요가원 외에 추가로 아파트 상가에 있는 요가원에 등록했어. 가까운 곳에서도 수련하면 좋을 것 같아서.
최대 정원이 6명인 소규모 요가원이라 선생님과 회원 모두 정이 흘러넘치는 곳이야.
그곳에 임산부는 엄마뿐이라서 갈 때마다 폭풍 관심과 배려를 받아. 아예 이름 대신 링링으로 불리고 있어.
이미 아이를 낳은 어머님들은 엄마를 보면서 “임산부가 운동 열심히 하네”, “배 모양을 보니 아들 맞죠?”, “힘들면 꼭 중간중간 쉬어가며 해요” 이렇게 한 마디씩 던져주셔.
이 따뜻함이 엄마에겐 임신 기간에만 누릴 수 있는 즐거운 일상으로 기억될 것 같아. 모두 링링 덕분이야.
이제 다음 편지는 2026년, 링링이 태어나는 해가 되겠구나.
올해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엄마는 네가 태어나기 전의 이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오래 기억할게.
내년 3월까지 뱃속에서 편안하게 있다가 가장 나오고 싶을 때에 뿅 나와주렴.
그리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주라. 우리가 최선을 다해 너를 보살필게.
사랑해! 봄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