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방인의 기록 11
‘Green Fingers(绿手指:Lu shou zhi)’는 2010년 3명의 청년이 창립한 유기농업 조직이다. 이들은 대학교 재학 시절 식품 안전, 환경 보호에 관심을 두었다. 농약, 화학비료,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농산물을 키우는 유기농법을 추구한다. 조직의 사업모델은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이다. 이들이 정의하는 CSA는 안전한 식품을 찾는 소비자와, 고정된 소비자가 필요한 농민이 협력하는 형태다. 소비자는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의 생산, 유통과정을 알 수 있어 신뢰를 느낀다. 이 모델에서는 별도의 복잡한 유통과정 없이 직접 연결되는 소비자가 있다. 이들의 주문을 바탕으로 생산하기에 농민들은 위험 부담을 덜 느끼고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CSA 방식은 생태교육프로그램 등을 기획하여 농촌 바깥의 사람들에게 농촌 공동체 문화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청년들이 공동체와의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일종의 움직임이다.
Green Fingers의 주요 사업은 크게 농장 부문과 식당 부문으로 나뉜다. 농장은 매일 고객의 주문서대로 생산한 농산물을 포장하여 고객의 집 앞으로 배달한다. 식당은 2018년 2월 4일 개업했다. 농산물 구매 고객이나 마을 방문객은 이곳에 들려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식당은 좀 더 사회에 유기농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성인 1인 기준 150위안(한화 약 2만 5천 원)을 지불하면 유기농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다. 식당 앞 식재료 판매대에서는 중국 각지의 청년 농부, 유기농법을 추구하는 농부들이 재배한 유기농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내가 농장에 있던 기간 주말 마카오의 한 주거지역(社区: Shequ)에 사는 대학생, 중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단체가 농장을 방문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직접 농장에 와서 자신이 소비하는 식품의 생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농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손으로 열매를 만지며 소에게 여물을 주면서 말이다.
吃货拯救地球(Chi huo zheng jiu di qiu), 바로 Green Fingers의 온라인 계정, 농장과 식당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메시지다. ‘유기농산물을 먹어 지구를 구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자신이 먹는 식품의 생산자를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자연과 소비자를 생각한 온기와 성의가 있는 식품(이들에겐 유기농산물)의 구매행위를 통해 현 사회의 불안전한 식품 생산 사슬을 절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소비자의 먹는 행위는 청년들의 귀촌, 귀농의 흐름을 지지한다. 나아가, 이는 토양오염에서 국토를 보호하는 길이다. 이것이 중국 청년들이 농촌으로 돌아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