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방인의 기록 10
빨간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밀짚모자를 쓴 농부 할아버지가 시든 야채를 가득 실은 외바퀴 수레를 끌고 가다 농장 저수지에 멈춰 섰다. “이건 뭐예요?” 내가 묻자, 할아버지는 “为鱼!(웨이 위: 물고기를 위한 거야)” 단 두 글자로 크게 대답한다. 이곳의 물고기는 채소를 먹고 큰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돼지들도, 말도, 병아리도 그렇다. 다음날 우연히 할아버지를 또 저수지에서 마주쳤다. 순간 나도 야채를 저수지에 뿌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물고기들이 공평하게 먹을 수 있도록 어느 한곳에 집중되는 것이 아닌 퍼지도록 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한국의 대통령을 알고 있다. 문재인 그 이름 석 자를 정확히 언급하며 그의 행보가 꽤 괜찮다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다. 최근 북한과 한국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한국이 맞닥뜨린 외교적 어려움도 공감한다. 수업 때 갑자기 싸드 문제로 한국이 중국에 마치 불효를 저지른 것 마냥 비판하던 어느 한 교수의 목소리가 기억이 났다. 중국에서 흔히 마주쳤던 반응들과는 달랐다.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은 몰랐다. 할아버지는 몇 개 남은 노오란 이가 보이도록 미소를 짓는다.
밭에서 세 명의 아주머니들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나도 이에 합류했다. 방울토마토는 열매 중에서도 선명한 빨강으로 익은 것을 찾아 꼭지를 살리고 따야 한다. 아주머니는 이곳 방울토마토가, 이곳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이 무농약의 건강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비싸서 사 먹지는 못한다고 털어놓는다. 그래도 따다가 남은 건 가져갈 수 있지 않느냐 하는 물음에도 그럼 안 된다고 강한 부정을 한다. 아주머니의 아들은 도시에서 일을 한다. 이제 곧 춘절(중국의 설)이 다가와 그는 곧 마을로 돌아온다. 아직 미혼인 아들이 어서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는 게 아주머니의 바람이다. 컨테이너 박스에 방울토마토가 가득하게 찰 때 즈음에야 수확 작업이 끝이 났다. 방울토마토가 든 비닐봉지를 잽싸게 오토바이 좌석 속에 넣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을 본의 아니게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