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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Jul 12. 2018

반향청년의 꽃밭

중국 이방인의 기록 17


   수이저우 시내 외곽에 류의 친구이자 귀촌 ‘반향 청년 (返乡青年)’ 부부가 가꾸는 화원이 있었다. 수이저우는 후베이 성에 위치한 인구 221만 명, GDP 935.72억 위안의 중국 5선 도시 중 하나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나무와 풀이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야 그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마치 어릴 적 VCR 비디오를 통해 보았던 비밀의 화원처럼 뿌연 도시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장소였다. 장미꽃으로 장식된 아치 형태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가운데 연못과, 그 위의 연꽃이 보인다. 수국, 장미, 카네이션,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한 구석에는 마른 식물, 과일 껍질 더미가 보인다. 이들을 발효시켜 꽃들을 위한 자연 비료를 만든다고 한다. 더 깊숙이 들어가 보니 아이가 올라가 놀 수 있는 작은 나무 움막이 있다. 화원 끝자락에는 작업하다 힘들면 쉬기도 하고, 손님이 오면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금은 꽃을 많이 손질해 버린 상황이라고 한다. 만약 꽃이 만발한 시기였다면 이곳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88년생 젊은 부부의 얼굴과 몸은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색깔을 띠었다. 말소리는 작고 낮다. 그들은 말을 아꼈다. 남편은 편한 티셔츠와 7부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끌며 느긋하게 걷는다. 아내는 화려하게 꾸미지는 않았지만, 그가 가꾸는 곳처럼 꽃이 가득한 원피스를 입었다. 그의 분홍색 단화에는 흙이 많이 묻었다. 6 살배기 아들의 장난에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조곤조곤 아들을 달랜다. 아이는 나무 올라타기와 화원을 뛰노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내게 자신 있게 말해준다. 그리고는 화원을 맘껏 뛰놀며 자기가 심은 꽃의 이름을 줄줄이 꿴다. 나무에 올라가 야생 과일 열매를 따고 내게 맛보라고 준다. 부부는 2년 동안 대도시 선전에서 일했다. 6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취미로 꽃을 가꾸기 시작했다. 순전히 취미로 시작한 것이 꽃집이 되고 꽃밭이 되었다. 화원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집에서 주로 꽃을 판매하고, 화원 디자인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류의 식당 정원도 그들이 작업한 것이다. 이곳 화원은 작년 유료로 대외 개방을 시작했다.     


   청년 부부에게 경제적 어려움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바라는 경제적 생활수준은 낮은 편이라 얼마 못 벌어도 그들의 삶에 크게 지장이 없다. 묘종, 비료 등의 구입비와 인건비만 잘 충당되어도 괜찮다. 다만 그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정부는 이런 땅에 건물을 세우기 바쁘다. 따라서 이곳도 정부가 원하면 떠나야 하는 불안정한 땅이다. 정부 보조금이 없어도 좋으니 자신들이 하는 일에 방해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게 그들의 작은 바람이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것을 잘 해내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류는 이들과 말이 잘 통한다고 했다. 꽃에 관심이 있는 그는 원예 관련 웹사이트를 통해 이들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같은 지역에 있다는 걸 알고 연락해 직접 그들을 만났다. 류는 의논할 거리가 생기면 한 시간 반 동안 자동차를 몰고 그들 부부를 만나러 간다. 류는 그날도 그들의 꽃집에서 허브, 담쟁이 식물, 비료 등등을 샀다. 책꽂이에 꽂혀있던 원예 관련 책도 빌렸다. 자신이 참여할 마을 농가 개조 사업에 그들이 정원 부분을 담당하도록 제안했다. 머지않아 류의 식당에서 차와 원예 수업을 접목한 협력 행사도 연다.      

          


꽃밭에서 함께 했던 저녁식사


 

반향 청년 (返乡青年): 중국어로 고향으로 돌아간 청년들을 가리키는 말

중국 5선 도시: 중국은 매년 경제력, 인구 등을 바탕으로 도시에 등급을 매긴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가 대표적인 1선도시다. 2018년 청두, 항저우, 충친, 톈진, 우한, 선양, 다롄, 시안 등이 신(新) 1선도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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