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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Jul 12. 2018

푸얼 햇볕과 붉은 흙길

중국 이방인의 기록 18


   푸얼시 (普洱市)  지아지아오허 마을 (家脚河村)을 가는 일은 예상 밖의, 예상할 수도 없는 여정이었다. 우리를 안내한 주종은 마을로 가는데 1시간 반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1시간 정도 꼬불꼬불한 산길을 차를 타고 달리다 보니 몇 친구들이 멀미를 느껴 중턱에서 차를 멈췄다. 10분 정도 차밭 가득한 산의 경치를 보며 한 숨 내뱉고 산의 공기를 한껏 마신 후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차는 더 깊이 더 높이 달린다. 이제 포장도로는 끝이 나고 붉은 흙길이 나타났다. 11명을 태운 작은 봉고차는 이 길에 그리 적절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뒤에 태운 채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오는 마을 사람들을 세 번 보았다. 햇빛에 그을린 피부, 그래서 더 하얗게 빛나는 흰자위와 치아를 가진 얼굴들이 봉고차 속 우리를 향해 웃는다. 여기 푸얼에 일주일만 있어도 하얀 피부는 어느새 햇볕의 색이 된다. 반대로 푸얼 사람이 다른 지방에 가면 피부가 하얘져 돌아온다. 이곳의 햇볕은 강하다.     


   시솽반나에서 관광차량을 여러 번 몰았던 베테랑 기사 아저씨도 이런 산속 흙길에 난감해하는 것 같다. 바위들이 우리의 길을 가로막고 있자 우리는 차에서 내려 그것들을 옮겼다. 흙길의 첫 관문을 통과한 우리는 계속 차를 타고 달렸다. 마을이 보인다. 일렬로 늘어선 잘 정비된 새 집 몇 채들이 있다. 주종의 말에 의하면 이건 정부가 12만 위안을 들여 지은 것이다. 그러나 절반이 실제로 쓰인 돈이고 그 절반은 누군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이 집에는 누구도 살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여기에 살만한 여유가 없다.      


   본래 가고자 했던 마을을 가야 하는 데 이번에는 좁은 길에 또 다른 차량이 있어 통과할 수가 없었다. 봉고차에서 내려 그 차의 경적을 울려보기도 하였으나 아마 차 주인은 높은 산 중턱에서 자기 농사일을 하느라 바쁜 듯하다. 멀리 한 농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마을에 가면 그 차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한다. 결국 우리는 기사 아저씨만을 남기고 목적지 마을을 향해 걸었다. 주변의 초록빛 찻잎, 커피, 옥수수 같은 작물의 밭이 우리를 감싼다.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걸어 오른다. 하늘은 높고 파랗다. 운남 푸얼의 강한 햇볕이 우리의 피부를 데운다. 남자애들 몇 명은 결국 윗도리를 벗었다. 이곳의 햇볕은 강하다는 걸 몸으로 느끼며 우리는 12시 반 시내에서 출발한 후 2시간 반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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