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방인의 기록 19
새벽 다섯 시 반에 눈을 떴다. 한 시간 뒤 류와 아침 시장을 함께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어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주위가 너무 조용한 탓에 지나가는 아저씨들(아마 낚시꾼일 것이다.)의 말소리와 옆방 투숙객의 기침소리가 너무나 명확하게 들렸다. 이 외진 곳에서 소리 없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류의 차를 타고 약 30분을 달려 풍경구 정문을 통과해 마을 아침 시장에 도착했다. 거대한 네모난 공간 안과 밖이 아침 시장이다. 수많은 발걸음이 있었을 진흙탕의 바닥과 판매대가 시야를 장악한다. 공간 가장자리에 늘어선 가게들의 간판들은 갈색 빛 녹과 흙 때가 묻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점포를 갖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공간 중앙의 판매대에서 생선, 채소, 두부, 육류 등을 팔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옹기종기 바닥에 모여 앉아 채소를 팔고 있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류는 닭을 잡는 곳에 갔다. 그가 고른 몇 마리의 암탉과 수탉의 모가지를 주인은 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순식간에 닭들은 펄펄 끓는 냄비 안으로 던져졌다. 그다음으로 류는 고기를 사러 갔다. 소와 돼지의 각 부위들이 그 갈색 빛의 판매대에 펼쳐져 있다. 손님과 주인은 맨 손으로 고기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류는 고기를 직접 손으로 만지며 비계와 살의 질을 따져보는 듯했다.
상인들은 전통 저울을 이용한다. 왼편에는 채소를 매달고 오른편에는 추를 매달아 가격을 계산한다. 한 할머니 상인에게 시금치를 살 때 할머니가 담아주는 비닐봉지를 받는 대신 류가 그에게 그동안 모았던 비닐봉지 뭉치를 건넨다. 그는 고맙다고 하며 받는다. 전날 류는 나에게 사람들이 비닐봉지를 너무 많이 쓰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번 장을 보면 비닐봉지가 수두룩하다고, 그래서 자신은 비닐봉지를 모아 아침 시장 상인들에게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네모난 공간을 나가보니 밖에도 자리를 편 상인들이 가득하다. 주로 노인들이다. 그 곁을 맴도는 어린아이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