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o감
왕슈(王树)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이다. 그가 작업한 닝보박물관과 중국미술학원을 찾았다.
당시 그의 화두는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전통성과 지역성의 회복이었다. 창, 벽, 천장, 지붕. 개개의 부분은 한 몸이 되어 그가 쏟은 정성을 온전히 느끼게 했다.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마음이 닿았다.
왕슈는 책상에서 건축을 하기보다 현장으로 들어가 지역 목수들과 지내면서 몸으로 터득했다고 하더라. 그는 지역에서 버려진 벽돌 조각조각을 모아 기왓장처럼 차곡차곡 쌓았다. 그것이 중국미술학원과 닝보박물관의 외벽이 된다. 대나무로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에 자연의 문양을 입혔다. 이는 닝보박물관의 내벽을 이룬다. 지붕 위로 풀이 나 있었다. 외벽은 색이 바래기도 했다. 마치 만년필로 쓰는 글자처럼. 잉크가 굵어지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희미한 실선 같은 게 있기도 한 그의 글자들. 시간의 흔적을 소중히 여긴 그였다. 전통과 지역의 색, 기술을 아끼는 마음. 건축을 하는 게 아니라 집을 짓는 행동. 나는 왕슈를 만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