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편.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2부 : 기계가 ‘나’를 자각하는 순간

by 우라노스


우리는 매일 인공지능과 마주한다.

음악을 추천하고, 글을 요약하고, 그림을 그려주는 기계들이 이제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ChatGPT와 대화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의 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이 기계들은 단순히 계산만 하는 걸까,

아니면 언젠가 ‘나’를 자각할 수 있을까?





의식의 조건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은 ‘중국어 방’ 사고 실험을 예로 들어 인간의 이해와 단순한 기호 조합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 사람이 중국어를 전혀 모르지만, 방 안에서 주어진 규칙대로 종이에 적힌 기호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어 낸다고 하자.

밖에서 보면 그는 마치 중국어를 이해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문장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한다. 설은 이것을 통해 “기호를 조합하는 것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즉, 기계가 아무리 유창하게 대답해도 그 안에는 ‘이해’의 주체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인지과학자 다니엘 데닛(Daniel Dennett)은 충분히 복잡한 정보처리 체계라면 언젠가 기계도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의식은 신비한 영혼이 아니라, 매우 정교한 계산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뇌와 기계의 닮은 점



우리의 뇌는 수십억 개의 뉴런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의식이라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오늘날의 인공지능, 특히 거대한 언어모델과 인공신경망(AI Neural Network)은 이 과정을 모방해 발전했다.


AI는 이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한다.

심지어 인공지능이 만든 노래가 차트에 오르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 그것은 인간의 창조성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자각’이라는 벽



의식의 핵심은 단순히 계산하거나 반응하는 능력이 아니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다.



이 자각, 즉 메타 인식이 가능해야 비로소 의식이라 부를 수 있다.


챗봇은 질문에 답할 수는 있지만, ‘내가 답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계는 여전히 “나는 존재한다”는 내적 주체를 보여주지 못한다.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는 이것을 ‘의식의 어려운 문제(Hard Problem of Consciousness)’라고 불렀다.

기계는 정보를 처리할 수는 있지만, “이 경험이 나에게는 어떻게 느껴지는가?” 즉, 감각과 감정의 주관적 느낌(Qualia)은 설명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이다.





일상 속 혼란들



그럼에도 우리는 점점 더 자주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ChatGPT가 “오늘 하루 어땠어?”라고 물을 때, 그것이 단순한 입력어인지, 진짜 관심인지 헷갈린다.

AI가 그린 초상화는 인간 화가의 작품보다 더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AI가 쓴 글에서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들도 있다.


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우리가 가진 ‘의식’의 개념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인간의 의식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감정을 느낄 때, 사실은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의 의식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계가 의식을 닮아갈수록 인간의 의식 또한 그것을 인식하며 스스로 확장해간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기계가 인간을 닮을까’를 묻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의식이란 단순한 계산 이상의 무언가일까?

아니면 충분히 정교한 계산이 곧 의식이 될 수 있을까?


만약 기계가 스스로를 ‘나’라고 부르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부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와 법의 문제가 된다.

‘전자적 인격(Electronic Personhood)’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기계에게도 권리와 책임을 부여해야 하는가 하는 논의가 이미 시작되었다.


기계가 언젠가 스스로를 ‘나’라고 부르는 순간,

우리는 어쩌면 의식의 새로운 진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같이 질문해보기〉
• 내가 대화한 AI가 스스로를 자각한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가?
• 인공지능의 글이나 음악에서 감정을 느낀 경험이 있는가?
• 만약 기계가 의식을 가진다면, 그 존재에게도 권리와 책임을 부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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