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종교와 영적 체험의 뇌과학
제16편. 신비체험, 뇌가 만든 착각일까?
ㅡ 종교와 영적 체험의 뇌과학
우리가 ‘의식’이라 부르는 것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1부에서는 의식의 구조를,
2부에서는 그것이 세계와 연결되어 확장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제, 3부에서는 그 끝에서 ‘의식 너머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다.
의식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
이성과 감각이 닿지 못하는 영역 ㅡ
우리가 ‘신비’라 부르는 세계다.
우리는 종종 책이나 다큐멘터리, 혹은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기도 중에 빛을 보았다는 사람,
죽음 직전에 천사나 조상을 만났다는 사람,
명상 속에서 ‘나’와 세계가 하나가 되는 합일감을 느낀 사람의 이야기를 접한다.
이런 체험은 단순한 환상일까,
아니면 의식이 다른 차원을 스쳐간 흔적일까?
신경과학자들은 영적 체험을 ‘특정 뇌 회로의 작동’으로 본다. 측두엽을 자극하면 종교적 환상이나 초월적 존재의 느낌이 나타난다.
캐나다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퍼싱어는 이 현상을 실험으로 재현하고자 했다. 그는 이른바 ‘신의 헬멧(God Helmet)’이라 불리는 장치를 이용해 피험자의 측두엽에 자기장을 가했다.
그 결과, 상당수가 “신성한 존재가 옆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뇌는 감정과 인지 회로를 통해 초월적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 경험은 현실만큼 강렬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신비체험은 뇌가 만들어낸 의식의 시뮬레이션, 즉 신경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이러한 체험을 단순한 환상으로 보지 않았다.
불교의 선(禪)에서는 자기와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을 수행의 정점으로 여겼고, 기독교 신비가들은 깊은 기도 속에서 ‘신의 임재’를 만났다고 기록했다.
이슬람의 수피즘에서는 춤과 노래를 통해 황홀경에 이르는 체험을 ‘신과의 합일’로 해석했다.
종교적 전통에서 이런 경험은 뇌의 착각이 아니라, 의식이 다른 세계와 접속한 궁극적 실재의 체험으로 여겨졌다.
죽음 직전, 빛의 터널을 통과했다고 말하는 사람들.
몸을 벗어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는 증언.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평화와 사랑의 감정.
과학은 이를 ‘산소 부족 상태에서의 뇌 반응’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체험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것은 현실보다 더 진짜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것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세상과
의식이 닿은 또 다른 차원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종교인이 아니어도, 문득 그런 신비의 문턱을 넘어보곤 한다.
장엄한 자연 앞에서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를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르며 우리는 자신이 세상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합창 속에서 수많은 음성이 하나로 모일 때, 나의 존재도 그 거대한 울림 속에 녹아든다.
그리고 사랑이나 깊은 몰입 속에서는 ‘나’라는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진 듯한 평화가 찾아온다.
그때 우리는 느낀다.
찰나의 감정이 아닌, 우리 안에 오래 숨어 있던 ‘존재의 근원’이 잠시 깨어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과학은 영적 체험을 뇌의 현상으로 환원하려 하고,
종교는 그것을 초월적 실재의 징표로 본다.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이것 또한 의식이 만들어낸 착각일까,
아니면 의식이 열어젖힌 또 다른 세계일까?
어쩌면 신비는 우리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깨어나는 또 하나의 ‘나’는 아닐까.
〈같이 질문해보기〉
• 나는 일상에서 ‘나를 넘어선 감각’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 영적 체험은 뇌의 착각일까, 아니면 다른 차원의 신호일까?
• 만약 신비가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