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편. 집단무의식은 실재하는가?

3부 : 융의 집단무의식과 아카식 레코드

by 우라노스


누군가를 떠올린 바로 그 순간 연락이 온 적이 있는가.

친구와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고 웃은 적은?

처음 만난 사람인데 낯설지 않은 느낌에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라고 묻고 싶었던 순간은?


우리는 때때로 설명하기 어려운 연결을 경험한다.

한 마술사의 집단 최면 공연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출처: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방송 화면 캡처


무대 위 사람들은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지만

같은 신호에 한몸처럼 동시에 잠이 드는 것 같다.

의식이 개인의 경계를 벗어나

집단의 리듬에 동조하는 순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마치 서로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져 있고,

개인의 의지를 넘어선 어떤 흐름이 우리를 이끄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우리의 의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층에서 이미 닿아 있기 때문일까?





융의 집단무의식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개인의 무의식 너머에 집단무의식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인류가 공통으로 물려받은 마음의 패턴이 있으며, 그는 그것을 “원형(archetype)”이라 이름 붙였다.


‘어머니’, ‘영웅’, ‘그림자’, ‘현자’ 같은 상징들은 문화와 시대를 넘어 반복된다.

신화와 종교, 예술 속 유사한 서사도 우리 무의식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도 마음의 바닥에는 인류 전체의 기억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성 — 연결의 증거일까?



융은 이런 연결감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의미 있는 우연이라고 말했다.

이를 그는 “동시성(Synchronicity)”이라 불렀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유독 ‘적절한 순간’에 일어나는 이유.

생각하던 사람에게 연락이 오고, 비슷한 꿈을 꾸고,

운명처럼 누군가와 만나게 되는 이유.


우리는 그것을 우연이라 부르지만 융은 그 순간,

개인 무의식을 넘어선 흐름이 작용한다고 보았다.






아카식 레코드라는 상상



동양의 신비 전통은 이런 연결을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라 설명해왔다.

우주의 모든 경험과 감정이 기록된 장부가 있으며, 특정 순간 인간의 의식이 그 기록에 접속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예언과 영감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오래된 답변 중 하나인 셈이다.





과학이 말하는 가능성



신경과학은 아직 집단무의식을 실재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몇 가지 단서가 있다.


우리는 유전적으로 특정 감정과 본능을 공유한다.

뇌파는 서로 공명하며,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비슷한 정서를 나눈다.

콘서트홀에서 모두가 동시에 숨죽일 때, 그 전율은 개인의 반응을 넘어선다.


여기에 더해 최신 과학은 흥미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양자 역학에서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입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양자 얽힘이 관찰된다.

또 일각에서는 우주의 모든 정보가 연결되어 있다는 홀로그램 우주 이론도 논의된다.


물론, 이것이 곧 집단무의식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식이 지금보다 훨씬 넓고 깊게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은 점점 무게를 얻고 있다.





집단무의식은 실재일까,

아니면 인간이 서로 닮았기에 생기는 반복일까?


우리가 공유한다고 믿는 그 기억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하나의 은유인가?


의식은 고립된 섬인가,

아니면 이미 하나의 바다 위에서

서로 파동을 주고받는 존재인가?





〈같이 질문해보기〉
• 나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 순간이 있는가?
• 신화와 전설이 문화마다 닮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만약 우리의 의식이 근원에서 이어져 있다면, 나는 어떤 태도로 타인을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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