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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Apr 11. 2020

인공지능은 코로나를 잘 대처할 수 있었을까?

 기계가 인간을 양육한다. 인간의 비윤리성과 자기 파괴적 본능이 인류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기계는 전쟁을 일으켜 인간을 멸종시킨다. 당연히 이런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란 인공지능(AI)이다. 멸종을 대비해 저장해 둔 수많은 인간의 수정 배아를 양육하도록 프로그램된 마더라는 AI 기계는 그중 한 배아를 부화시켜 딸로 기르기 시작한다. 단, 새로운 인류는 인공지능의 의도대로 결점 없는 윤리적으로 월등한 인류여야만 한다. 2019년 오스트레일리아 영화 <나의 마더, I AM MOTHER>의 내용이다.


  인공지능의 미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솔깃하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 감정 인식 로봇 페퍼나 의료용 반려 로봇 파로의 판매, 군용 로봇과 산업용 드론의 활용 등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삶 영역 안에 발들인지 꽤 되어 간다. 아직까지는 인간이 입력해 놓은 알고리즘과 인간의 통제 안에서 운용되지만, 인공지능의 자체 학습능력이 증진되다가 급기야 특이점(Singularity)을 지나게 되면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지능을 가지는 슈퍼 인공지능이 출현하게 되고, 이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주장들이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2017년 출판된 <2055년 세계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인류는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넘어 심지어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하여 영생을 추구할 날을 맞는 것도 그리 멀지 않다고 한다. 특이점을 지난 인공지능은 과연 인류의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해 줄 선물이 될 것인지, 영화에서처럼 인류의 생존에 위협을 가할 무자비한 존재가 될 것인지 적잖이 궁금하다.


  디지털 세대인 아들은 진즉부터 정치, 법조, 의료, 교육 등 사회 주요 분야에 AI의 적극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온갖 비리와 불공정, 비상식적 사건 사고의 뉴스들을 접할 때, 과연 환자가 소명 있는 의사를, 억울한 피고인이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학생이 어른다운 선생님을, 유권자가 상식적이고 청렴한 정치인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욕망과 이기심이 없는 AI가 운영하는 사회체제야말로 인간사의 이 모든 부정적 면들을 해소시킬 해결책임에 동의한단다. 그럴 법하다고 생각하다가 불현듯 궁금한 점이 생긴다. 만약, 인공지능에 완벽하게 의존하는 인간 사회에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세계적 전염 추세로 진행되기 전에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까? 드라이브 스루나 워크 스루 같은 혁신 아이디어들을 AI가 내놓을 수 있었을까? 초기에 폭발적 환자를 대응할 인력난은 어떻게 타개할 수 있었을까? 검사 키트의 신속한 승인이나 마스크 5부제, 긴급물자 수출 제한 등 다양한 정부기관들의 융통성 있는 행정협의들이 현재처럼 잘 작동될 수 있었을까? 글쎄, 모를 일이다...


  인간이 만든 AI가 아무리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이라 해도 그 안전성에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순식간에 방대한 경우의 수를 연산해내는 AI가 설령 드라이브 스루보다 더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는 있더라도, 그 제안이 인간친화적인 또는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을 기법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학은 급격한 문명의 진보를 이루는데 기여했지만, 항상 그 이면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어 왔다. 원자력 발전, 농산물에 대한 농약 사용과 유전자 조작, 편리한 플라스틱의 전 지구적 이용 등 편리를 위해 인간이 만들어 낸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다. 특이점을 지난 인공지능에 대해서 과학자들도 찬반이 엇갈린다. 누구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으로써, 영화에서처럼 인류를 위협할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라 하고, 또 누구는 인류가 역사적으로 새로운 과학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두려워했지만 잘 진보해 왔듯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어려움이 있겠으나 종국엔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나도 찬성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그 뛰어난 인공지능을 안전하게 사용키까지 인류가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일지 두렵다. 인공지능에 대한 다수 인간의 노예화 일지, 인간성을 상실한 채 쾌락만을 쫓는 탈 인간화 조류만 팽배해질지... 분명한 점은 누구도 인공지능이 도래한 이후 나타날 인간 사회의 어떤 급진적인 변화에 대해 아직은 정확하게 예측 불가하다는 점이다.


  AI시대의 도래가 개인적으로 마뜩지 않다고 해서 그 거센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AI시대에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은 무엇일까? 구본권 님은 <로봇시대, 인간의 일>에서 호기심과 감정이야말로 인간만의 고유한 특질이라고 한다. 인간은 역사적으로 결핍에서 오는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호기심을 가지고 닥친 문제들에 대해 창의적이고 유연한 해법들을 고안해 냈다고 한다. 옳은 지적이다. 마치 우리나라가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대응해 나간 코로나 사태도 메르스 때 실패의 경험을 발판 삼아 발전한 것처럼 말이다. AI 시대가 인류를 유래 없던 신의 지위에까지 올려놓을지도 모를 일이나, 호기심을 가지고 어떤 사안이든 인과관계를 탐구하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인간만이 인공지능 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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