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도 코로나에...?

이태원 발 확진자 증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 거의 성공할 뻔했던 확진자 발생 '0' 달성에 기울인 온갖 노력들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건 아닌지 꽤나 심난하다. 큰 아이의 등교를 코 앞에 두고 또 연장에 연장이 되다 보니 '코로나 19 지역감염 연일 한 자릿수' 기사에 나 스스로도 너무 일찍 마음의 경계를 풀었던 게 아닌가 후회스럽다.

지난 수개월간 글쓰기, 독서, 주민자치, 친목 등 각종 모임과 활동이 올 스톱한 것은 물론이요, 대형서점이나 대형마트, 백화점도 아예 발길을 끊었다. 그저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도보권 내에 있는 동네 마트를 이용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죽치던 동네 커피집도 눈물을 머금고 안 간 지 오래이고, 호젓하게 혼자 즐기러 찾던 영화관도 못 가본 지 오래다.

 그러던 중 지역감염이 한 자릿수로 잡히는 걸 며칠 째 안도하며 뉴스를 확인하던 나는 한 치 앞도 모르고 '이제 조금 행동반경을 넓혀도 괜찮겠구나' 했더랬다. 그날도 이미 동네 한 바퀴 돌고 온터라 피곤했지만, 새 옷을 사고 싶다는 딸의 오랜 투정을 보다 못해 "그래 가자, 가보자." 하고 용산에 있는 백화점으로 실로 오랜만에 발걸음을 향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이태원 클럽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4월 30일부터 5월 2일 새벽 방문이란다. 뉴스를 듣는데, 아뿔싸다. 나는 5월 2일 저녁 시간에 2시간 정도 외출했으니 발표된 동선과 시간대가 정확히 겹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 찜찜하다. 피곤해서 쇼핑만 하고 외식도 하지 않고 집으로 바로 귀가한 게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마스크는 한 번도 벗지 않았으니까.

이태원 뉴스를 접한 시점부터 딸과 스스로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별 증상이 없지만, 자가격리 2주를 채우느라 설레어 기다리던 몇 달만의 독서모임에 못 나간 게 무척 아쉽다. 카톡으로 불참의 사정을 전하니, 알아서 배려해 주는 게 고맙다 하신다. 내심 고대하던 모임이었지만 내가 잠시 아쉬운 게 대수겠나, 혹시나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나도 모르게 민폐를 끼쳐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다 똑같지는 않은가 보다. 학원강사임을 밝히지 않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르치는 학생들과 그 가족들에게 2차, 3차 감염까지 일으키게 했다는 이태원 클럽 출입자를 보면 씁쓸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도 있다 보니, 요즘 같은 때에 술집에 드나드는 일이 당연히 내키지 않지만, 할 수 없이 나간 자리에서 남편은 합석한 지인에게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단다. 지인의 가족 중 한 명이 초등교사인데 같은 학교의 원어민 교사가 그 예민한 시기에 이태원에 들르는 바람에 진단 검사를 받게 되었단다. 원어민도, 그 교사도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는 하는데, 흠... 상황이 그렇다면 오늘 같은 술자리에 동석한 그 지인이 좀 야속하다. 함께 모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는 못했을까? 그 지인도 함께 검진을 받아보는 게 어떨지... 아침 밥상머리에서 전해 들은 남편의 지인 이야기에 온 가족이 또 불안해진다. 이틀만 지나면 스스로 정한 자가격리 기간이 끝인데, 더 연장해야 하나 한숨이 나온다.

코로나가 지역사회로 정말 순식간에 퍼질 수 있음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관련 있는 누구 한 명의 안이한 태도가 감염자의 수를 금세 2배, 3배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하고, 나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동료를 위해, 친구와 지인들을 위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의료진과 질병본부가 온갖 희생으로 노력한다 해도 시민 개개인의 각성과 투철한 경계심이 없다면 코로나 19의 종식은 머나먼 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