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속도로 사는 지혜

Item 02.

by 이루나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말라.

해와 달은 서로 비교하는 법이 없다.


그들은 단지 그들의 시간대에서 빛나고 있을 뿐이다.


<석가모니 인생수업> 석가모니




모두의 속도는 같을 수 없다


너무 빠르다. 세상이. 나에게 오는 정보의 속도도 매우 빠르다.

스마트폰을 보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무의식 중에 수십 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없고, 인터넷이 없던 머나먼 과거시절부터 우리는 말로써 이미 타인과의 비교를 해왔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양과 초스피드로 타인의 인생이 나에게 들어오고 있다. 내 인생 하나도 건사하기 벅찬데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 체육시간 달리기를 할 때 유독 남들보다 뛰는 속도가 느렸다. 내 기억으론 정말 피 맛을 느낄 정도로 열심히 뛰었음에도, 친구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달리기가 느린 걸 특별히 개의치 않았다. 다만, 그 당시 우리 반에는 체육특기생으로 달리기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아침 일찍 운동장을 뛰는 것을 보고 그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다.


흔히, 미디어에 성공담으로 자주 보이는 여느 사람들처럼 '어렸을 때 느렸지만, 지금은 극복해서 누구보다 빠르게 잘 달려요' 같은 반전 스토리도 나에겐 없다. 이른 나이부터 특별함을 뽐냈던 그들의 시간이 과연 나의 시간에도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이렇게 느린 속도로 가도 되는 것일까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확실한 건 느린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가 어떠한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현명한 속도를 가졌는지, 토끼처럼 빠르지만 한 템포씩 쉬어가는 속도로 가고 있는지 말이다.


내 속도의 모양


시간이라는 트랙 위에서 다른 트랙으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아예 변경해 버릴 수도 있다. 누군가는 트랙을 구분해 놓은 선 위를 걸으며 아슬아슬하지만 자신만의 기준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일이라는 트랙은 보통 속도로 가고, 사랑이라는 트랙 위에선 다른 이의 속도와 함께 맞춰가고, 취미라는 트랙은 남들보다 빠르게 갈 수도 있다. 뛰어가거나, 걸어가거나, 기어가거나, 굴러가거나, 옆으로 가거나, 뒤로 가거나 어떤 속도와 방향으로 가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내 속도로 가야 지치지 않고, 지혜롭게 완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살면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온 사람이 있다면, 야구의 투수처럼 변화구를 던져온 것이다.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조율하면서 연습하지 않았을까. 때로는 궤적의 차이가 크거나 작은 폭으로 휘었을 수도 있다. 어쩔 땐 원하는 방향과 지점으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상황과 스타일을 인정하고 탐색한다면, 그 자체로 멋진 속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훗날 누군가는 그 공을 대단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이처럼 각자의 역할과 리듬으로 제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 그저 셀럽의 화려한 모습을 무의식 중에 비교하거나, 직장동료의 빠른 승진을 부러워하거나, 몇 개월 만에 수억을 벌었다는 누군가의 썸네일에 내 속도까지 같은 트랙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은 결승 지점에 토끼가 늦게 들어왔다고 해서 졌다고 하는 시대도 아니다. 순위에 들지 않더라도 완주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스티브 잡스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느라 나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관찰하며, 미래의 나에게 집중해도 빠듯한 시간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시간을 너무 많이 쪼개어 다른 사람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남과 비교하느라 자신에게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문해야 한다. 그동안 릴스와 숏츠에 보이는 타인의 리듬에 휘청거려, 내 속도를 못 알아본건 아닌지 말이다. 그래야만 나의 시간대도 소중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의 속도는 스스로를 이해해 가는 리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는 다정한 나와 함께 걷는 속도를 선택했다. 각자의 걸음에 귀 기울여 살펴보자. 당신의 속도는 어떻게 생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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