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에 시달리는 미어캣

어른을 위한 짧은 우화 #11

by 이루나

"캣톡!"

"캣톡, 캣톡, 캣톡!"


미어캣의 귀가 번쩍 섰다.


저녁밥을 먹으려던 순간,

회사 단톡방의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미어캣은 곧장,

두 앞발을 든 채 허리를 곧추 세웠다.

이마엔 식은땀이 송송 맺혔고,

온몸의 털이 바짝 섰다.


방 안의 공기가 '예민함'으로 가득 찼다.


미어캣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새 메시지를 확인했다.


역시나,

부엉이 상사가 올린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사막 경계업무를 하는 미어캣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자료를 보내며

읽어보라는 내용이었다.


첨부링크엔

경쟁사 경계태세 신사업 도입 이야기부터

해외 최첨단 기기 전망 뉴스,

정부의 경계 정책 방향,

새로 도입하면 좋을 아이디어까지

여러 개의 링크와 함께

본인의 생각을 덧붙여 보내왔다.


결국, 보내온 메시지는

보안이슈가 터진 것도,

사건사고가 발생한 것도,

긴급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뭐야, 급한일도 아니잖아!'

'난 알림만 울리면,

온 신경이 예민하게 바짝 긴장한다고!'

'이게 얼마나 에너지를 소모하는 건지 모르는 건가?'

미어캣의 털이 날카롭게 뻣뻣해졌다.


부엉이 상사는 시간대나 주말 상관없이

생각났을 때 늘 단톡 메시지를 남긴다.


주로 밤에 아이디어가 폭발하는지,

퇴근 후에도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를 보낸다.


지난번에,

부엉이 상사가 방송사 인터뷰하는 것을 봤었다.

"저는 잊어버리기 전에 아이디어를 남깁니다."


미어캣은 그 말을 듣고 생각했었다.

'나도 내 개인시간 보내다 보면 다 기억 못 하는데..'


오히려,

상사의 새로운 캣톡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개인시간을 방해받았다.


미어캣은,

사막의 추운 밤을 견디기 위해

낮에 비축한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하는데,

메시지 하나에도

에너지가 바닥까지 고갈되곤 했다.


부엉이 상사가 보낸 단톡 메시지에

다른 미어캣 직원들이 너도나도 반응을 남겼다.

"네 참고하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넵!"


보내는 답변들만 봐도 귀찮음이 느껴지지만,

다들 형식상 으레 남기는 것임을 알고 있다.


미어캣은 남기기 싫었다.

답변이나 이모지 반응을 남겨도

알림이 울리기 때문이다.


부엉이 상사가 이것까지 확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남기지 않으면 나만 확인을 안 했다고 생각할까 봐,

'최고'라는 의미의 엄지손가락 이모지로 답했다.


미어캣도 샤워하다가 갑자기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따로 메모장에 적어두고,

근무할 때 다시 꺼내 살펴봤다.


단톡에 업무내용을 남기는 건,

수많은 단톡에 묻혀 지나면 찾기도 어려웠다.


미어캣은 문득, 다른 동료 미어캣들도

자신처럼 단톡 알림에 시달린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 이후,

'알림 절제 회의'를 실무 동료들과 논의했다.


회의 결과, 다음과 같은 사내 규칙을 정했다.

1. 단톡방 근무 시간 외, 알림 금지 설정

2. 퇴근 후 긴급 사안 외, 연락 및 공유 금지

3. 단톡방은 의견공유 기능으로만 사용

4. 업무지시는 대면 또는 메일만 사용


미어캣은 생각했다.

'우리는 천적을 경계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지,

알림 하나에도 쫓기듯,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는 아니잖아.'


미어캣은 동료들과의 회의 내용을

부엉이 상사에게 전달하며,

이 방법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될 거라고 자신했다.


부엉이 상사는 미어캣에 답했다.

"이런 고충이 있는지 몰랐네요.

이렇게 제안을 제시해 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는 참고할게요."





현재 직장인들의 모습이 미어캣과 닮아있다.


퇴근을 했는데도, 퇴근을 할 수 없는 현실.


하물며 게임 속 캐릭터도,

목숨을 전략적으로 아껴 쓰며 싸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단톡 알림 하나에도 반사적으로 긴장하고,

주말까지도 일과 연결된 채 살아가기도 한다.


한정된 '에너지'를

전혀 전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소진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묻고 싶었다.


어쩌면 '사막의 파수꾼' 미어캣보다

정신적 휴식을 더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