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짧은 우화 #17
"나는 대나무만 먹어도 건강해!"
판다는 나이가 들수록,
건강검진받는 게 점점 두려워졌다.
평소 아픈 곳도 없고,
운동도 틈틈이 하는데
이상이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겁이 났다.
쉬는 데도 자꾸 피곤했다.
움직이기도 귀찮아졌다.
판다는 둥근 배를 토닥이며 생각했다.
'요즘 살쪘네, 살 빼고 가야지.'
'이런, 살이 더 쪘는데, 벌써 연말이네.'
'설마, 안 좋은 결과 나오면 어떡하지?'
'차라리 안 받는 게 낫지 않을까?'
'특별히 아픈 곳도 없는데..'
판다는 늘 그렇게
미루고 미루며
애써 자기 합리화를 했다.
어느 날,
같이 일하는 레서판다가 말했다.
"나 건강검진했는데 비만이래."
판다는 레서판다의 말에
거울 속을 들여다봤다.
눈 밑의 다크서클이 더 짙어졌고,
둥글던 얼굴은 더 둥글어져 있었다.
어쩐지 예전보다 나무 타기 할 때 숨이 찼다.
봄엔 죽순 먹느라 바빴고,
여름엔 더워서 움직이지 않았다.
판다는 더 이상 검진을 미룰 수 없었다.
드디어, 건강검진 날.
"판다씨 들어오세요."
이름이 불렸다.
허리둘레를 측정했다.
"배에 힘 빼세요."
"편하게 숨 쉬세요."
'이게 힘을 뺀 건데..'
줄자의 숫자가 점점 커졌다.
판다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피검사 차례.
팔에 고무 밴드를 감자,
판다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따끔—"
두꺼운 팔에 주삿바늘이 들어갔다.
판다는 손에 든 대나무를 꽉 쥐었다.
한 번에 성공하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모든 검진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대나무만 드세요?"
"사과랑 당근, 워토우도 골고루 드셔야 해요."
"주 3회 이상은 땀나도록 운동하시고요."
판다는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검진 날이라 굶었더니,
배고픔과 함께 피곤함이 몰려왔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했지...'
판다는 병원 앞 대나무밭에 앉아
대나무 한 줄기를 천천히 베어 물었다.
'역시 대나무가 제일 맛있어.'
며칠 뒤,
결과지가 도착했다.
봉투를 뜯는 판다의 손끝이 약간 떨렸다.
'혈압 수치 주의'
'혈당 수치 주의'
'체중 관리 필요'
판다는 한참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지난번엔 '생활습관 개선 필요'였는데,
뭐가 이렇게 많아졌지?"
'검진은 무섭지만,
그래도 안 가는 것보단 낫네.'
'내일은 한 바퀴 걸어야겠다'
판다는 씁쓸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여겼다.
그리고 사과를 한입 베어 물며
건강한 내일을 다짐했다.
나이가 들수록 변하는 건 많아진다.
20대까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건강이
이젠 하루 컨디션을 좌우하고,
밤샘보다 숙면이 더 중요해졌다.
젊은 세포가 대신 지켜주던 몸은
이제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그런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괜찮겠지'하며 미루는 것도,
사실은 겁이 나서다.
하지만,
점검하지 않으면
훨씬 큰 변화로 다가온다.
가끔은 두려워도 들여다봐야 한다.
그게 나를 지키는
가장 솔직한 용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