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짧은 우화 #23
베짱이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겨울이 오고 있다는 사실도 베짱이는 몰랐다.
베짱이는 오늘도 기타 치고,
노래하고,
풀밭에서 낮잠을 잔다.
개미가 씨앗을 옮기며 물었다.
"형, 코인 시장 출렁이던데, 괜찮아요?"
베짱이는 기타 줄을 '퉁'치며 자신있게 대답했다.
"에이~ 난 오늘만 산다니까."
"미래는, 내일의 내가 해결해 줄 거야!"
"게다가 코인이랑 주식은 타이밍이야."
"고민하면 늦는다고."
이렇게 말하는 베짱이에게도
'투자 철학'은 3가지나 있었다.
"좋았어! 풀스닥 지수가 계속 오르고 있군!"
"상승장에는 무조건 탑승이지!"
베짱이는 차트만 보고
빨강이면 바로 올라탔다.
고점 매수도 기회라고 생각했다.
"올라가는 건 이유가 있는 법 아니겠어?"
"이럴 때 들어가는 게 진짜 용기지!"
"남들 다 버는데, 나만 안 타면 손해 같잖아!"
마지막으로,
손절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떨어졌네, 뭐 그래도 존버해야지"
"이건 일시적인 문제 때문 일 거야."
개미가 이번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자기 몸집보다 큰 도토리를 옮기며 다시 물었다.
"형, 겨울 오는데 준비는 하고 있어요?"
베짱이는 개미의 이런 말에
언짢다는 듯이 답했다.
"겨울? 그건 겨울이 오면 생각하지 뭐!"
"그리고 난 원래,
준비 같은 거 하는 '계획형'이 아니야."
개미는 이런 베짱이의 말에
비웃지도 않고, 그냥 도토리를 옮겼다.
늘 차트장만 들여다보던 베짱이가
잠깐 풀밭에서 낮잠을 자다 깨서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아악—, 내 먹이 다 어디 갔어!"
갑자기 코인 시장이 폭락해
넣어두었던 풀잎코인이 상장폐지된 것이다.
베짱이의 코인 지갑은
순식간에 '피눈물'로 변했다.
베짱이는 차트를 계속 새로고침했지만,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코인에 투자했던 먹이가 증발됐다.
베짱이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좋아하던 기타 줄도 처지지 않았다.
안절부절못하느라 노래 부를 틈도 없었다.
이제, 믿을 건 주식시장이었다.
"주식은 코인보다 안전하니깐"
"이번엔 진짜야"
"이건 장기 투자니까!"
베짱이는 새 희망을 찾아 '밀림테크지수'를 살폈다.
기술분야는 높은 성장 잠재력으로
다를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베짱이는 코인 상처조차 잊은 듯,
다시 '기적의 반등'을 꿈꿨다.
어느새 차가워진 공기가
베짱이의 옆구리를 스쳤다.
기온이 내려가고,
집에 저장해 둔 먹이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베짱이는 풀잎으로 배를 채우며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니지. 어차피 몰랐을 거야."
그러다 결국,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잡으며
개미의 문 앞을 두드렸다.
"개미야...
혹시 작은 벌레 잡아둔 거 있어?
날씨 때문인지, 먹이가 잘 안 잡히네?"
"사냥할 힘도 없어"
개미는 놀라지도 않고
베짱이를 집 안으로 들였다.
"힘들죠? 들어와요"
"저희 집은 작아도, 식량창고는 넉넉해요."
"겨울은 버틸 수 있을 거예요."
한 동안 베짱이는
개미집에 얹혀살면서
개미의 일상을 관찰했다.
개미는 앉아서 쉬는 법이 없었다.
베짱이처럼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취미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부지런히 움직였다.
베짱이는 기타를 내려놓고,
처음으로 개미의 손을 보았다.
거칠고 작은 손이, 오늘의 개미를 만든 거였다.
어느 날, 베짱이가 개미에게 말했다.
"사실, 짝을 만나 결혼도 하고,
자손도 놓으려면, 먹이가 많이 필요했어."
"내 노랫소리로는 인기가 없더라고, "
"그래서 있는 먹이 다 끌어다 투자했어."
"내가 재테크를 잘 못한 건가?"
조용히 듣던 개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형! 형은 잘못한 게 아니에요."
"다만, '오늘만 산다 전략'은 위험해요."
"계획은 취향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지켜주는 거예요."
"형, 내일도 살아야 짝도 만나죠."
"형은 잘 살려고 했고,
난 버티려고 살았어요."
"정답은 없어요.
우리 둘 다 희망을 품고 산거니깐요."
베짱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따뜻하게 말을 건네주는
곤충은 처음이었다.
"근데, 개미야,
넌, 투자나 기타 연주 같은 취미는 없어?"
개미의 일상에 호기심을 가졌던
베짱이가 물었다.
개미는 슬며시 미소 지으며 답했다.
"취미? 저도 있죠. 근데 나중에 알려줄게요. "
개미는 어떤 취미인지 말하지는 않았다.
베짱이는 궁금했지만,
개미의 취미보다
지금 자신에게 더 집중하려고 했다.
그리고,
베짱이는 달라져야겠다며 다짐했다.
그날 밤,
베짱이의 꿈속에 봄이 왔다.
베짱이는 여전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옆에는 못 보던 메모장이 있었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 안엔 개미가 알려준 '투자전략'이 적혀있었다.
개미가 물었다.
"베짱이 형, 요즘은 코인 안 해요?"
베짱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해.
대신, 이제는 오늘만 살자는 전략은 아니야."
그리곤, 기타 줄을 튕기며 노래를 이어갔다.
꿈속 노랫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베짱이는
개미가 알려준 투자전략이 무엇인지
기억해 내려 애썼다.
하지만, 하나만은 분명했다.
'오늘만 사는 나' 대신,
'내일도 챙기는 나'가 되자.
베짱이는 노트를 펼쳤다.
기타를 치던 손으로 펜을 들었다.
첫 줄에 적었다.
'오늘만 살지 않기'
글 아래는
하루하루 배운 투자지식을 적었다.
노트 뒷장에는
'오늘도 열심히 산다'라고 적혀있었다.
베짱이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기타 줄을 튕겼다.
"그래도, 노래는 계속해야지."
베짱이처럼
오늘을 즐기는 태도도 때로는 큰 행복감이다.
즐기는 삶도 어찌 보면 용기다.
하지만 인생도, 투자도 마찬가지다.
'오늘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순간이 온다.
'내일의 내'가 남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씩이라도 쌓아두는 사람은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흔들리지 않는다.
행복도, 안정감도, 미래도.
거창한 게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이
바로 이 결과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