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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Jun 02. 2018

Discovering '디스커버리베이' 두 번째 이야기

21개월 아기와 함께한 네 번째 여행 | 자연, 한적함, 안정감

여기라면 한 달 살아보고 싶어. 첫째 날은 우선 합격.

디스커버리베이의 여정을 시작한 첫날,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마음이 놓이는 이 곳에서 관광이 아니라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지난 글 '디스커버리베이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디스커버리베이의 한적한 분위기와 함께 유모차 운전을 위한 노면 상태를 얘기했다. 노면 상태뿐 아니라 차량도 드물어 유모차를 안정적으로 끌고 다닐 수 있다는 건 홍콩 여행에서 디스커버리베이가 가진 강점이다.

https://brunch.co.kr/@urbandaddy/4



산과 바다 그리고 너른 광장

Tai Pak beach (타이 팍 비치)는 휴양지의 리조트 전용 해변의 느낌과 흡사하다. 이 해변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지만 모래사장과 맞닿아있는 곳 대부분이 저층의 빌라들이고 빌라의 진입로는 거주민만이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어 마치 빌라 주민들만이 사용하는 해변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해변 남쪽 한편의 DB Plaza와 연결되는 진입로와 해변의 연장선상으로 늘어선 Ddeck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이 그 느낌을 희석하고 있다.

D deck 출처 @ 디스커버리베이 공식 웹사이트 http://www.visitdiscoverybay.com

낮보다는 오히려 저녁때 분위기가 무르익는 해변가. D deck라고 불리는 Beach front 레스토랑이 밤이 되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아내와 나도 아이가 잠들면 들어가서 분위기를 즐기며 저녁식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늘 그렇듯 아이는 부모의 바람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결국 다음 기회로.

인적이 드문 너른 모래사장은 아이가 모래 장난을 하며 놀기에는 제격이지만, 햇볕이 너무 강렬하여 모래를 발로 밟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 아쉬움이 남았다. 모래사장 한편에 서양인 부부와 3명의 아이들이 자리를 펴고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돗자리와 어린이용 모래 놀이 세트를 챙겨 올걸 후회하며 우리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으로 걸어갔다. 평소에 모래를 좋아하던 아이는 양손에 모래를 한 움큼 쥐어 밀려드는 바닷물에 던져댔고 이내 온몸을 바닷물에 적셨다. 물에 젖은 기저귀는 흡사 성인이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것과 같을 텐데, 그런 채로 열심히 모래를 퍼다 나르는 모습을 보여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물이 차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강렬한 태양 덕분에 바닷물도 따뜻하여 아이가 원 없이 놀도록 두었다. 물론 물이 있기 때문에 아빠는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실 모래 놀이와 물놀이는 집에서도, 집 근처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놀이이다. 하지만 아이가 노는 시간을 상당히 제한하거나 자유롭게 할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 주지 못하는데 주로 옷이 더러워지고, 다시 갈아입혀야 하고, 감기가 걸리기 십상이고, 이후에 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시간 제약과 환경적 제약이 없는 여행지에서 아빠는 그렇게 아들에게 이전에 놀이를 자주 끊었던 행동을 속죄한다. 


DB Plaza와 DB North Plaza는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North Plaza에서는 광장의 규모는 작지만 광장에서 한눈에 음식점과 슈퍼마켓을 볼 수 있다. 호텔 투숙객과 현지 주민들이 섞여있고 아이들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묘기를 연습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아이가 먹을만한 음식 종류는 많지 않다. 피자. 수제 햄버거, 인도음식, 스타벅스, 스테이크 등을 먹을 수 있다. 이제 반해 DB Plaza는 한국식당도 있고, 음식 선택의 범위가 약간 더 넓은 편이다. D deck 역시 DB Plaza에 있으니 저녁때가 되니 약간 시끌벅적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안전을 고려한 디자인

아이가 막 걷기 시작하거나, 걷는 것이 익숙해져서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부모는 새로운 Task를 부여받는다. 안전에 대한 고려와 자유로운 경험과의 균형,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노출이 되지 않게 통제하면서도 자유롭게 탐색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 어느 한쪽에 치우질 경우 아이는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거나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데 있어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며, 부모의 기준치가 다를 경우에는 이를 조정하는 작업 역시 만만치 않다.


안전 구조물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곳곳에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과 마주하면 부모는 아이에게 활동 영역의 범위를 넓게 설정해 줄 수 있다. International School과 Pre-School 인근이었기 때문인지, 호텔 앞으로 펼쳐진 공공공간(Open Space)은 아이가 뛰고 넘어지고 바다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디자인하였다. 사진에 담아오진 못하였지만 남쪽과 북쪽을 잇는 Discovery Rd. 에는 차도, 인도 중간에 자전거 등이 다닐 수 있는 도로를 구획해 놓고 차도에서 침범하지 못하도록 Barrier들이 설치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족스러웠던 숙소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숙소 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접근성, 호텔과 방의 시설, 조식의 수준, 수영장 여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묵었던 '오베르주 디스커버리 베이 홍콩'은 만족스러웠다. 디즈니랜드와도 가까워 투숙객 중 대다수는 디즈니 랜드를 가고자 하는 가족단위가 많았다. 호텔에서 디즈니 랜드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으니 디스커버리 베이, 디즈니랜드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면 좋은 옵션이 되겠다. 

오베르주 디스커버리베이 호텔의 전경

우리가 예약했던 방 타입이 없어 체크아웃을 1시간 뒤에 해줄 수 있겠는지, 대신 방을 Mountain View에서 Sea View로 업그레이드하고 1시간 동안 쉴 수 있도록 웰컴 드링크 바우처 제공과 함께 수영장과 키즈카페는 지금부터 이용 가능하다는 직원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돈을 더 주고서라도 방을 업그레이드해야 할까를 마지막까지 아내와 고민했기 때문이었다. 밖에서 한 시간 정도야. 웰컴 드링크와 함께 아이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호텔 식당에서 키즈 메뉴를 시켰다.


식당은 내/외부로 구성되어있고, 외부는 안락한 잔디밭과 함께 바다 풍경이 펼쳐져 있다. 평소에도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지 않는 아이는 역시나 처음 보는 것들과 풍경에 감탄하며 연신 소리를 질렀고, 뛰어다니기도 하면서 탐색을 시작했다. 밥을 먹이기가 쉽진 않았지만, 자연을 벗 삼아 먹일 수 있다면야 감내할 수 있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때마침 화창한 날씨와 충분한 가시거리, 맑은 날씨를 보니 지난 몇 개월 간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인지 아침 오후마다 체크하고 뿌연 날씨에 오늘은 못 나갈 것 같아 미안하다고 아이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자외선 지수가 높겠지만 여기 있는 동안은 햇빛 좀 제대로 쐬보자.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선 순간 아 역시 Sea View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전경은 우리의 호텔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고 있었다. 욕실은 물을 받아 아이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목욕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아이는 요즘 들어 탈것 (비행기, 배, 택시, 기차 등)에 관심을 보이는데 창밖으로 주기적으로 보이는 페리(DB-센트럴 노선)를 교보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덤이었다.


호텔 조식에 많은 공을 들이는 분이라면, 이 호텔은 평균 수준이다. 음식의 종류가 적고 특히 빵과 샐러드 류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하지만 역시나 식당에서 보이는 전경은 땡볕 더위에도 나가서 먹고 싶게 만든다. 


야외 수영장은 유아풀과 1.5-1.7m가량의 일반 풀이 있다. 이제 암 튜브를 끼고 수영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는 아직까진 깊은 곳에서는 혼자 떠있으려고 하진 않지만, 열심히 발을 버둥대는 모습을 보며 많이 컸다고 생각했다.  수영장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것처럼 보이는 주거용 건물이 있었는데 저기서 살면 어떤 느낌일까 한번 생각해보며 실제 DB 지역에서 Airbnb로 한 달을 살아보면 얼마 정도 예산이 필요할까 검색해 봤는데, 금액이 적지 않아 열심히 돈을 모아야겠다는 다짐만 웃으며 했던 기억이 난다.  


맺으며

미지의 국가를 다니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경험은 언제나 짜릿하고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이에 못지않게 기존에 방문했던 곳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깊이 알아가는 것 역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여행책자의 의존도를 낮추고 스케줄에 얽매이지 않는 여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2박 3일간 DB 지역에 아내와 아이와 머물렀던 이번 여행은 환경, 안전, 숙소 측면에서 여러모로 만족감을 느꼈고 심리적 안정감 속에 무엇엔가 쫓기는 마음 없이 편하게 지냈던 여행이었다. 

물론 '1달 살기'라는 측면에서 생각을 해보면 현재 내가 묵었던 숙소를 대체할 옵션이 쉽게 발견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역은 전형적인 Bed-town 지역이고 첫인상은 폐쇄적인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페리를 타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시간대에서부터 동네의 역동성이 부여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지역에서 자칫 이들과 제대로 된 교류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1달을 소비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이 보유한 자연환경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마침 버스에 우르르 탑승한 자연을 만끽하며 자란 학생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며 내 아이도 최대한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곁에 두고 성장했으면 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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