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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Jan 27. 2019

더위를 피해 찾은 도시, 후아힌(Hua Hin)_첫번째

사상 최악의 폭염인 올해 내가 선택한 여행지

추위가 한창인 지금 올해 폭염을 났던 경험에 대해 쓰자니 조금 부끄럽지만, 여행의 기록들은 꼭 남기자는 생각이 들어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끄적여본다.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가지?


아내와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해 종종 의견을 나눈다. 일반적인 대화에서 시작하더라도 마무리는 어디로 여행 가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마치게 되는 기-승-전-여행으로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보니 아내를 처음 만난 소개팅 자리에서도 우리는 다녀왔던 여행지에 대한 느낌과 경험을 공유했었다.


상대적으로 남들이 덜 가보는 곳을 가보자는 욕구 역시 비슷했다. 신혼 여행지로 난 멕시코 칸쿤을 제시했고 아내는 세이셸을 제시했는데, 세이셸의 매력적인 바다와 환경, 나중에 더 가보기 힘들 것처럼 느껴졌던 세이셸의 손을 들어주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결혼 준비와 관련해서는 아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좋다는 주변의 조언도 한몫했다). 세이셸은 지금은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우리가 결혼할 시기만 해도 많이 찾는 곳은 아니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 란 질문을 결혼 소식을 알린 지인들로부터 받았을 때, 세이셸이 어디 있고 무엇을 경험하고 올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야 했으니깐 말이다.    


아이와 여행을 함께 하며, 횟수를 거듭할수록 여행의 노하우가 쌓였다. 무엇보다 아이의 성격과 특성에 맞는 여행은 무엇일까란 질문에 답변하기 위한 희미한 정보들을 조금씩 축적했다. 우리 부부의 여행 콘셉트에 아이의 특성을 더하며, 우리는 여행지 선정 조건을 구체화했다. 또 아이도 개월 수가 증가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여행의 에티켓을 조금씩 배워 가고 있으니 이번엔 접근성 측면에서 조금 더 도전적일 수 있는 곳으로 가보자고 결심했고 우리는 그렇게 여행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즐겨보던 여행 소개 책자에서 '후아힌'을 소개하는 글을 보았다. 글에서는 후아힌에 태국 왕실의 휴양지라는 수식어를 붙였으며, 한적하고 상대적으로 리조트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과 함께 휴양과 약간의 관광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책자에 실린 리조트의 전경을 보며 '후아힌의 리조트에 가서 아이와 함께 수영을 하며 놀면 딱이겠다'란 생각으로 조사를 시작했는데, 우리에겐 세 가지 도전해야 할 요소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미 여행을 다녀온 뒤라, 우리가 도전이라 생각했던 것에 대한 결과도 함께 적겠다.


1) 상대적으로 오랜 비행시간

물론 미주, 유럽/아프리카, 남미 노선에 비하면 상당히 짧은 거리이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한 여행 중 싱가포르 다음으로 긴 거리였다. 또 유아 요금이 아닌 소아 요금으로 첫 비행이 될 것이니 만큼,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가늠이 안되었다. 본인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좋아할지, 아니면 계속 안겨있으려고 할지, 야간 비행시간 동안 잠은 잘 잘 수 있을지 등등.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아 가늠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았다. 


결과: 자신의 자리가 있다는 것에 너무 만족한 아이는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비행기를 탔다. 덤으로 앞에 있는 모니터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전 여행에 비해 또 한층 성장했기에, 물체를 조작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깊이도 달라졌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키즈 웰컴 팩도 즐기는 눈치였다.

금전적으로 성인 가격의 75%-80% 정도를 추가적으로 더 부담하게 되었지만 야간 비행시간에는 다행히 푹 자서, 유아 때보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여정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돌발 상황 발생 시 사용할 것들 (간식류, 책, 색칠 도구 등)을 충분히 챙겨 왔지만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2) 공항에서 다시 3시간 반 차로 이동해야 하는 접근성

방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차로 3시간가량을 이동해야 하는데, 과연 아이가 이동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기차나 로컬 버스의 경우, 이동시간이 5-6시간을 상회할 뿐 아니라 야간에 도착해서 공항에서 다시 이동하는 시간 등등을 고려하면 우리의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한국에서 차를 타도 한 시간~한 시간 반 정도마다 휴식을 취했던 터라 만약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쉬었다 가자는 생각으로 차편을 알아보았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기사님을 포함한 Private Car를 렌트하는 방법이었다. Kl**k에도 서비스가 있었으나, 조금 더 저렴한 곳을 알아보고자 현지에서 운영하는 업체를 직접 찾아 수배하였다.


결과: Private Car 서비스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당초 예약한 모델보다 더 넓고 쾌적한 차량을 이용하도록 배차했다. 서비스를 보고 리턴 여정을 결정하기로 했는데, 만족스러웠던 터라 업체에 감사 메시지와 함께 여정을 예약하였고, 업그레이드된 차량 모델이 만족스러워서 동일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겠냐는 나의 코멘트에 업체는 여정 당일 동일 모델을 배차시킨 것으로 화답했다. 

오후 11시경 방콕에 도착하여 차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아이가 다행히 잠을 자서 문제없이 숙소에 도착했다. 밤이라 교통체증도 없어 도착시간을 상당히 앞당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리턴 여정에서는 퇴근시간과 겹치고, 설상가상으로 폭우로 약 4시간가량을 차에서 보내게 되었다. 아이도 많이 힘들었는지 울음과 짜증이 가득했고, 휴게소에 내리고 싶어도, 폭우가 와서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휴게소에서 시간을 지체한 만큼 공항 도착시간에 대한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어, 쉼 없이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의 여정 중 가장 힘든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3) 리조트 형 여행 콘셉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지 여부   

아이와 다닐 때도 관광 위주의 여행을 다녔기에, 리조트 중심의 여행을 계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내와 둘이 다닐 때는 관광지를 계속 걸으며 이곳저곳을 훑어 보았는데, 과연 리조트 안에서만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 불투명했다. 


결과: 리조트에서 아이와 많은 시간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아이도 여행을 다녀와서 '수영, 수영'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좋은 추억을 쌓고 온 것 같다. 숙소가 수영장과 맞닿아 있어, 언제든 편히 수영장에 들어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사람도 많지 않아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후아힌이란 곳을 한번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고,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유료 차량편을 통해 계속 밖에 다녀왔다. 종종 열리는 야시장을 구경하고,  간식거리를 사 먹으며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 하루 종일, 여행기간 내에 리조트에만 머무는 건 아무래도 우리 가족에겐 무리일 것 같다.  


* 여행지에서 느낀 점은 더위를 피해 찾은 도시, 후아힌 2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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