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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Jan 10. 2019

소득 감소에 대처하는 아빠의 자세

예측 가능한 리스크는 예방책을 마련하자

소득의 감소. 휴직을 하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휴직에 앞서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아빠의 달’을 시행하고 있고 지원 금액의 한도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여서 (2018년 최대 150만 원에서 2019년 최대 200만 원) 많은 도움이 되지만 소득의 감소 현상 자체는 불가피하다. 아빠의 달 제도가 만료되는 휴직 4개월 차부터는 또 한 번의 재정 감소 현상을 겪어야 한다.


아마도 육아휴직을 고려하는 아빠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염려는 재정 환경의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변화’로만은 리스크를 온전히 설명하긴 힘들다. 사실 그 보다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나의 소비 패턴과 규모이다. 소득에 맞춰 비례적으로 소비가 줄어야 마땅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사해보니 톱니 효과 (Rachet Effect)라는 이론으로도 설명하는데, 한번 올라간 소비 수준이 쉽게 후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생각과 의지라면 다음 달부턴 소비를 확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상황을 처하면 난관에 봉착한다.


비슷한 경험을 과거에 한번 했었다. 잘 나가던 기업 5년 차가 되던 시점에, 계획했던 유학을 위해 사직했다. 직장 상사께서 ‘돈 못 벌어서 이제 어떻게 살래?’라고 물어보셨을 때 ‘아메리카노 마시던 거 믹스커피 마시면 되죠’라고 답변했던 기억이 난다. 쓰던 것 줄이고 먹던 것 단가를 낮추면 살아갈 수 있겠지라고 쉽게 생각했었던 게 오산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때까지 굳어졌던 내 소비 성향이 쉽사리 잘 안 바뀌는 것 아닌가. 게다가 소비 생활을 떠받치고 있던 소득원이 사라지자 보유 잔액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 경험 이후로 나는 소비 패턴이 쉽게 안 바뀌는 사람이란 걸 인정하게 됐다. 그래서 이번엔 회사에 휴직 의사를 전달한 순간부터 소비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한번 경험해 봤으니 이젠 알아서 잘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는 이유를 두 가지 정도 생각해보았는데, 첫 번째는 나의 절제력 부족 때문이다. 내 소비를 돌아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 아이가 자는 시간에 먹을 간식거리를 구입하는데 아끼지 않았고, 특히 자기 계발을 위한 비용은 줄이고 싶지 않다는 심리적 저항도 있었다. 소비를 알뜰하고 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개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충동적인 구매는 피하고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거나 일시불로만 사용하는 것, 지출용 계좌를 분리하거나 가계부를 쓰는 등 자신에게 최적화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 습관이 나에겐 장착되어있지 읺았던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경험 부족이다. 삶에서 급격한 소득감소를 겪는 경험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제한적이다 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일을 계속해서 한다고 가정하면 소득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력이 쌓일수록 어느 정도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린다. 회사가 파산하거나, 해고를 당하게 되는 경우, 개인적 사유로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경우 등 인생을 전환할만한 큰 이벤트를 제외하면, 우리는-특히 육아를 해야 하는 시점엔- 점진적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증가, 또는 소득과 소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이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와 같은 재정적 부담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직관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두 가지가 있다.

1) 소득 총량을 늘리는 방법
2) 소비 규모를 줄이는 방법


1) 번은 이번 글에선 다루지 않겠다. 휴직급여를 받는 동안은 소득 발생 시 급여액에서 차감되기 때문이다. 급여액을 상회하는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다면 재정적 리스크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있다.


1) 번에 대한 방안이 없다면 결국 규모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는 ‘나의 소비 규모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라고 생각한다.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분야는 어디인지, 줄일 수 있는 금액은 있는지, 예산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더불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나온 해결 방식을 바로 실행할수 있는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게 된다면 내가 실천해야 할 것 세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또 다시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1. 일 년간의 현금 흐름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현 상황을 대사하며 차이를 검토한다

어느 시점에 현금 흐름이 안 좋아지는지 예측해보고, 고정비용에 대한 규모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겠다. 시뮬레이션은 일년 전체의 자금흐름을 조망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한번 돌려보고 말면 예측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 수록 까먹게 된다. 월별로 예측치와 실제 소비액을 비교하며 검토하는 정기적 모니터링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시뮬레이션 값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을 동반한다.


2. 긴급상황에 대처할 기금을 마련하자

휴직을 염두에 둔 시점부터 차곡차곡 일정 금액을 저축하여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금의 사용처, 사용 상황에 대해 원칙을 세우고 마음에 여유를 찾을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면 되겠다. 예를들면 갑작스레 몰리는 경조사, 가족행사 등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등이겠다.


3.  불필요한 소비는 휴직 전에 차단한다

 꼭 필요한 소비와 필수적인 투자만 남겨두고 거품을 제거하는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자신에 대한 사전 분석이 중요하다. '아빠넷'이라는 아빠육아관련 웹사이트에서 아빠들의 영수증을 보고 컨설팅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역시 불필요한 소비의 차단이 주 목적이다. 많은 아빠들이 겪는 문제임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다.

* 체크해볼 만한 질문들

- 내 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가? 그것은 꼭 필요한 건인가?
- 내 소비 패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어디인가?
- 신용카드 할부 구매한 건이 남아있는가?
- 가족의 고정비 (관리비, 통신비, 식비 등) 지출내역과 금액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가?
- 휴직기간 중 나 자신에게 꼭 써야 하는(투자해야 하는) 항목은 무엇이 있나?
- 나는 충동구매를 즐기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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