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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Jan 05. 2019

육아하며 짜증이 늘었다

대화와 공감의 중요성

아내가 아이와 대화를 하던 중 아이에게 푸념 섞인 말을 건넸다.

“요새 아빠가 짜증을 많이 내네~아빠가 힘든가 봐”


짜증의 빈도가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 육아의 가장 힘든 점은 ‘성인과의 절대적인 대화시간 부족’이었다. 대화를 즐기고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육아로 인해 갑작스레 줄어든 대화시간이 나에겐 적잖은 타격이었다. 


일상에서 치열하게 회의하고 다양한 상대와 대화하던 삶에서 아이와만 대화하는 삶으로 바뀌다 보니 성인 간 화법보다는 아이와의 화법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쓸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숫자나 명사 위주의 단어 (과일, 동물 등)를 대부분 사용한다. 첫 몇 달은 그럭저럭 참으며 지내겠지만 아이가 문장을 구사하여 ‘대화’라는 것이 가능해질 때까지 나의 대화시간이 제한된다면? 상당수 엄마들이 산후우울증에 걸리는 이유가 이러한 대화의 부재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퇴근 후 집에 온 아내와의 대화시간이 너무 소중했고, 또 의식적으로 다양한 성인들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야만 대화의 부재를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복직한 아내도 회사에 적응하느라 피곤하여 일찍 잠들다 보니 우리의 대화는 이전과 다르게 꼭 필요한 말만 하게 되고 향후 계획이나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화는 부재하는 상황이 누적된다. 부수적으로 ‘내가 일할 때 이랬었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시지 않았다. 과거의 내 모습과 비교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더 육아를 함께 해주고 적어도 집에 와서는 피곤하고 힘들다는 얘기를 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옆에서 피곤함을 무릅쓰고 열심히 적응하는 아내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다 보니 그것이 짜증이란 다른 형태로 분출하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나: 그러게 살면서 별로 짜증 안 냈었는데, 요즘에는 이상하게 짜증이 많아졌어.
아내: 나도 육아할 때 짜증이 많이 났었거든. 그 마음 이해하니깐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거야”


근데 놀랍게도 아내가 그 마음 이해한다는 공감 섞인 응원을 하고 난 이후부터는 짜증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아닌가. 짜증의 수위가 급격하게 내려가는 감정적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냥 짜증 나는 내 모습을 이해해 주길 바랬고 공감해 주길 바랬던 것 같았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나의 머릿속을 스치는 하나의 질문이 있었다.

“어쩌면 아내가 육아할 때도 이런 것들을 나에게 바라지 않았을까?”


경험해 보았기에 그 마음 이해한다는 말이 큰 위로가 되는 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이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란 생각에 부연 설명이 필요 없었다.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힘든 부분이 있다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그냥 진심을 담은 그 한 마디의 말이면 충분했다.

이 일을 통해 ‘육아는 부부가 함께 하는 것입니다’가 갖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행위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는 그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없지 않겠나 싶다. 심리적, 정서적인 지지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자세, 육아를 하며 느끼는 고독함을 경감할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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