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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Feb 11. 2019

너의 도전을 보며 올해를 다짐한다

어느 순간 난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다

사회 전반에서 '안정적인' 이란 단어는 상당히 긍정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안정적인 직장, 주택시장 안정, 안정된 삶 등등 그만큼 우리는 불확실성이 만연한 사회에서 편안하고 예측 가능한 요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론 그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안정적인'의 의미는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를 것이며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 역시 다르다. 예를 들면 어떤 이들에겐 사회 안전망이나 정부 정책의 도움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낼 희망일 것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일정 규모의 주거환경을 소유하거나, 소득을 갖는 것, 그것이 어느 정도 지속 가능한 상태를 떠올릴 것이다. 이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안정성 등 삶의 지지하는 모든 분야에서 '안정적인'이란 단어를 적용할 수 있다.


이런 포괄성 덕분에 나도 이 글에서 어떤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설명하는지 써두고자 한다. 네이버 지식사전에선 안정적이란 단어의 의미를 '바뀌어 달라지지 아니하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바뀌어 달라지지 아니하고'에 무게를 두어 써보려고 한다.

  


'넌 좋겠다. 아무 걱정 없이 그냥 먹고, 놀고, 싸고, 자기만 하면 되니깐'

아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과제나 업무도 없고, 졸릴 때 잘 수 있는 단순한 삶. 아이의 삶은 별다른 생각 없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삶에 지치고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가 지끈 거릴 때, 아이의 삶을 내심 부러워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기차와 레일로 구성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 사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고 내 조건으로만 판단하지 않았었나 하고 말이다.

아이는 편안하고 걱정 없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이의 시각에서 하루는 어땠을까 상상해 봤다. 성인들이 보기엔 아이들의 삶은 단순하고 안정적일 수 있겠으나, 아이의 눈에선 보면 하루의 모든 요소가 도전과 실패의 과정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세상의 법칙을 수용하면서도 자신만의 법칙을 규정하기도 한다.


기차놀이의 발전 과정만 봐도 그렇다. 육아 휴직을 막 시작했을 때 키즈카페에서 기차를 만지작 거리며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기차와 레일로 구성되어있는 장난감을 사줬다. 나의 무지로 장난감 박스 한편에 적힌 추천 연령(?)은 가볍게 무시한 채 사서 아이에게 완제품을 선보였던 것이 문제였다. 기차, 레일 세트, 동물, 나무 등 아이가 좋아할 요소가 전부 포함된 장난감이어서 아이는 첫날 몇 분간은 흥분 상태로 탐색을 하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조작하기에 너무 어렵고 기차가 레일을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다 보니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짜증을 부리고 급기야 눈물을 흘리며 장난감을 멀리하는 것 아닌가.


아이가 자는 동안 기차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박스를 잘라 가드레일(?)을 만들어 주었다. 손이 서툴더라도 기차가 이탈하는 것을 방지할 요량으로 만들어서 다음날 선보였다. 아마도 처음 사준 장난감이어서 그런지 잘 가지고 놀았으면 했던 아빠의 욕심을 투영한 결과였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또 짜증을 내는 것 아닌가. 여전히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 것에 속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

나에게 깨달음을 준 장난감

이 사건 이후로, 난 장난감을 박스에 다시 넣었다. 아이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혔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가 완제품을 잘 가지고 놀 수 있게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조각으로 나누어 가지고 놀도록 했다. 처음에는 기차 두량과 직선 레일부터 시작했다. 아이가 즐겁게 도전하며 섬세한 근육을 발달시켜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직선 레일 다음엔 곡선 레일, 언덕과 터널 등등 조각을 조금씩 맛보아 갔다.


기차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는 하루 종일 움직여보며 자신만의 힘 조절 능력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날이 지날수록 짜증의 빈도는 줄어들었고, 아빠와 함께 놀며 아빠가 말해준 단어들도 혼잣말로 반복하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보면 아이는 그냥 장난감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나, 가까이서 관찰해보면 아이는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훈련하고 반복하며 원하는 것을 성취해 나가고 있었다. 이런 과정 덕분에 박스에 넣어둔 장난감 전부를 다시 꺼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완제품을 능숙하게 가지고 놀게 되어도 자신 만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일을 이리저리 조립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상황을 설정하기도 한다. 공간감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아이는 고가도로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이음새가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공사장으로 지정하여 절친인 포클레인, 레미콘, 불도저 장난감을 데리고 와서 고친다. 기찻길이 지나다니는 곳이 숲 속이기도 하고, 호수가이기도 하며, 절벽이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고 아빠, 엄마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아직 못하는 것이 많지만, 어떻게든 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 보려는 것. 사실 아이는 삶 속에서 어제 실패했던 것을 계속 도전하며 성장하는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던 것이다. 성인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손놀림일 뿐이지만 아이에겐 소근육과 대근육을 훈련하는 힘 조절 연습이었다. 도전을 하고, 자신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모습. 배움-실패-환류의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이었다.


그럼 지금 내 삶은 어떤데?


아이가 삶의 맞이하는 자세를 나 자신에 투영해 보니, 도전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 삶에서 이러한 도전들이 사라지게 되었는지. 내가 할 줄 아는 것 안에서 그것들만 활용하며 현실에 안주하진 않았는지, 실패를 하면 다시 부딪혀보기보단 이건 안되나 보다고 재빨리 포기하진 않았는지. 나 자신에게 질문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삶에서 도전이라는 단어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아니냐고.


생각에만 그치면 안 되기에, 내가 당장 실천할 것들 몇 가지를 적어 본다. 2019년에는 도전과 실패, 실패를 통한 배움이 풍성하도록 말이다. 아직 '안정'은 나의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1) 독서, 운동, 글쓰기 습관을 지속하기

독서, 운동, 글쓰기는 내가 필수적으로 금년에 장착해야 할 습관이다. 육아 휴직기간 동안 이 습관을 들이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으며, 올해는 이 습관이 온전히 삶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 하루를 어떻게 사는지 꼼꼼히 분석해 빈 구멍을 찾는 작업도 병행해야겠다.


2)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만의 브랜딩 구축하기

벌써 직장생활 한지 10년 이상이 흘렀다. 대기업에서 일하기도 했고, 잠깐이나마 국제기구를 경험하기도 했고, 나의 관심사를 찾아 국제 비영리 조직으로 옮겨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곳이 영리든 비영리든 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 내가 소위 '시장'에서 어떻게 브랜딩 되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대체 불가한 영역을 잡고 갈 수 있도록 목표를 세분화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야겠다.


3) 새로운 업무의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기

단순히 이직을 의미한다기 보단, 이직을 포함한 새로운 기회 도모라고 해야겠다. 내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업무 영역을 찾고, 전문 분야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 외에 새로운 것을 발굴하거나, 관심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 속에서 역량을 첨예하게 갈고닦는 것도 필요하겠다. 회사 내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작업은 이미 수행하고 있으나,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4)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이를 찾고, 뼈 있는 조언을 듣는데 인색하지 않기

업무가 손에 익고 몇 번의 사이클을 지나면 나만의 업무 방식이 확립된다. 사실 이 시점이 가장 주의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의 조언을 쉽게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을 때 발현하는 자신감(또는 거만함)이 귀를 닫아버리는 현상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좋은 논의를 할 수 있는 이를 항상 곁에 두고, 그들의 관점과 뼈 있는 조언을 듣는데 인색하지 말아야겠다.  

감사하게도 주변에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준다. 같은 산업군에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시각을 전해주고, 의미 있는 질문들을 던지는 친구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5) 육아 버전 업과 새로운 글감 선정

육아휴직의 최대 강점은 휴직기간을 통해 육아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토대를 단단히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마련되면 내가 주도적으로 육아를 수행하게 되고 복직한 후에도 육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적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의 육아가 1.0 버전이었다면, 시간적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나만의 아빠 육아 철학을 수립하는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겠다.

더불어, 새로운 글감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육아뿐 아니라, 비즈니스, 업무와 관련한 새로운 주제를 두고 글쓰기를 시도해 보면 어떨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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