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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Jun 15. 2018

대명사 중심의 화법에서 벗어나보자

아이와 상호 작용하며 습관 고치기

왜 저기 그런 거 있잖아. 지난번에 저쪽에서 그거 먹었을 때 우리가 얘기했던 그거.
이거 좀 하게 저 위에 있는 것 좀 갖다 줘.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특히 내가) 쓰는 말이다. 전후 맥락을 알고 있는 상대와의 대화에서 위 문장은 쉽게 이해가 된다. 빠르게 얘기하고 싶은데 머릿속에서 구체적인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우리는 손쉽게 '대명사'를 문장에 삽입하여 대화를 진행하곤 한다. 말을 할 때는 퇴고의 과정을 거칠 수 없다 보니 우선 문장을 던져놓고 해당하는 대명사가 지칭하는 바를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했을 때, 부연설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는 청자가 대명사를 유추하여 그것이 맞는지 화자에게 되묻기도 한다.


육아를 시작하면 주로 아이 중심의 대화법을 사용하게 된다. 어떤 날은 아이와 대화한 것이 그날 대화의 전부 인적도 있을 만큼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고급 단어나 유머, 어떤 뉘앙스를 담은 문장들을 구사할 수는 없지만 내게 한 가지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대명사 위주의 화법을 탈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와 내가 좋은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더라도 아이는 대명사를 들었을 때 멀뚱멀뚱할 수밖에 없다.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확히 지칭하는 단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대명사 위주의 화법을 자제하다 보니 어떤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부가적으로 곁들일 수 있고, 문장을 짧게 끊어 얘기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식이다. 며칠 전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며 아이에게 했던 말이다.

"창문 밖을 한번 볼래?. 어제 우리가 본 하늘은 파랗고 맑은 하늘이었어. 구름도 여기저기 보이고. 그런데 오늘은 어떻지? 하늘이 회색 빛을 보이고 있지? 지금은 구름이 많아 하늘을 덮고 있어서 회색처럼 보이는 거야. 그럴 때 우리는 흐리다 라는 표현을 사용해. 색이 더 짙어지게 되면 네가 좋하는 '비'가 오게 되는 거란다. 왜냐하면 구름은 물방울로 이루어져 있는데, 색이 짙어진다는 건 물방울들이 커지면서 무거워진다는 걸 의미하거든. 주변에 나무들을 봐봐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고 있지?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불면 비가 올 가능성은 더 높아져. 이제 곧 우산을 손에 든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거야."

놀라운 사실은 아이에게 현상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니 나 역시 사물이나 현상을 자세히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삶이 바쁘게 돌아가고 머릿속에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던 때에는 주변 환경이나 사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또 사물이나 현상을 대상으로 수려한 심미적 표현들을 즐겨 쓰는 성향도 아니었고, 좋으면 좋다 아니면 아니다 류의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한 화법을 사용해왔다. 자세히 바라보니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았다. 물론 지금은 위의 예시처럼 현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보다는 이전 과학교과서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한 설명이 주를 이루기도 하지만 말이다.


되도록 자세히 쉽게 설명하려다 보면,  머릿속에서 한번 문장을 생각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왜냐하면, 내가 구사하기 쉬운, 익숙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하고도 쉬운 단어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양한 표현들을 하며 살지 않았었음을 체감하는 순간들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아이가 배우는 단어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아이가 22개월로 접어드니 한번 들은 단어에 대한 기억력이 높아졌고 습득시간도 짧아졌다 . 며칠 전 장인어른께서 아이가 말하는 것이 부쩍 늘었다고 말씀하셨을 때 난 웃으며 이렇게 말씀드렸다.

 

단어의 습득 속도가 상당히 빨라진 것 같아요. 특히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것일수록 습득 속도는 더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자기가 먹고 싶어 하는 것들에 대한 단어 이해도가 빨라요. 좋아하는 건포도를 먹고 싶을 때처럼 말이에요. 자기가 정확히 전달해야 아빠가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을 인지 했는지, 특히 발음도 정확해지는 느낌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단어 폭발' 시기에 내가 아이와 함께하는 건 즐겁긴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아이가 이 단어 저 단어를 내뱉는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수 있다는 기쁨도 있지만,  되도록 다양하고 많은 단어를 포함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역시 동반한다. 지인의 추천으로 보게된 EBS '아기 성장보고서_언어 습득의 비밀' 편에서는 특정시기의 부모와 아이와의 대화와 상호작용의 중요성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말을 더 많이 하는 부모, 아이와 상호작용 속에서 많은 대화를 하는 부모, 아이들과 더 밀도 있는 대화를 하는 부모, 또한 아이들의 말이나 관심과 밀접하게 연관된 방식으로 말하는 부모의 자녀들이 더 풍부한 어휘를 가지게 됩니다

단순히 말을 많이 건네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상호작용 속에서의 대화. 결정적으로 부모와 상호작용 없이 끊임없이 말이 나오는 TV 에 장시간 노출된 아이의 언어 능력향상이 오히려 또래에 비해 저조했다는 과거 실험 연구 결과는 아이와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더 나아가 아이의 언어 능력 향상 뿐 아니라 아빠의 언어능력 향상에도 대명사 화법 탈피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학술 글쓰기던, 소설이던, 영작문이던 글쓰기의 능력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말할때부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는 연습을 하는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던 어느 강사분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난 대명사 위주의 화법을 탈피하는 연습을 아이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중앙일보에서 남자는 7천 단어 가량을, 여자는 3배가 많은 약 2만 단어를 하루에 사용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하루에 내가 한 얘기를 다 녹음해서 들어보면 어떨까?' '나는 몇 단어나 얘기하고 살고, 주로 어떤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등등의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요즘 일상생활을 3자의 시각에서 관찰하는 TV 프로그램들처럼,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다. 나는 과연 어떤 단어의 조합으로 아이에게 새로운 단어를 알려주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아이와 상호작용하며 대화하고 있는가? 앞으로 계속해서 생각해야 할 주제이다.


http://news.joins.com/article/2416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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