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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Jan 06. 2019

스몰 톡(잡담) 능력치 상승을 기대하며

육아로 나의 대화법을 풍성하게 만들어보자

방콕에서 일했을 때, 영국인 동료와 짜오프라야 강을 운행하는 수상 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선상에서 출발을 기다리던 중 강물에 비치는 물고기를 우연히 보았는데 그 친구는 물고기의 명칭을 말하며 주된 서식지와 특징에 대해 가볍게 나에게 설명하였다. 내가 만약 그 물고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우리의 대화는 조금 더 지속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대화는 그 친구의 일방적 정보 전달로 끝났고 난 다른 주제를 찾고자 화제를 돌렸던 기억이 난다.

 

주요한 업무 일정 전에 또는 일정이 완료된 이후에 하는 한담(이하 스몰 톡, Small Talk)이 주는 영향은 무시하지 못한다. 회의 시작 전이나 잠깐의 Coffee break 시간에 나누는 담소가 회의 분위기 형성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단순히 안부 인사에서 그치기도 하지만,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하거나 분위기를 파악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친분을 쌓거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에서도 스몰 톡 역량은 한몫을 한다. 스몰 톡으로 나의 첫인상이 좌우될 수 있고, 이는 향후 업무 성과에도 영향을 주니 그냥 지나치기만은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순간의 대화로 이제껏 삶에서 쌓아온 상식과 지식, 대화 스킬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단시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하는 것이라기 보단, 삶에서 차근차근 축적한 자신을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올해 여름 집 앞 공원에서 아이와 함께 이리저리 탐색 활동을 하던 중이었다. 바로 앞에서 5-6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곤충 채집용 채(잠자리채)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가 나비를 한 마리 잡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우와, 저 형아 봐 나비를 잡았네? 너도 조금 더 크면 해볼 수 있을 거야'


옆에서 나비를 잡은 형아는 나와 아이가 한 얘기를 들었는지 가까이 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건 ㅇㅇ 나비라고 해요'

 

이 말을 듣고서 나의 반응은 이랬다. 나비 명칭을 들었음에도 기억하지 못했고,  '아 그렇구나'란 답변밖에 해줄 수 없었으며 그 나비에 대해 아이에게 추가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었다. 나의 눈이나 아들의 눈에 저기 날아다니는 것들은 다 '나비'일뿐이었다. 물론 지금의 아이에겐 날아다니는 것이 '나비'인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럼 나는?

그로부터 몇 개월 지나 이제 28개월이 된 아이는 사물과 생물의 다양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전에는 단지 '물고기', '거북이', '게' 등 생물을 지칭하는 개념을 알아가는 데 만족했다. 하지만 요즘은 정확한 물고기의 명칭, 거북이의 종류 등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며 아이가 이때껏 학습했던 단어를 세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공룡 이름 외우기 너무 힘들어"라고 얘기하던 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공룡의 이름을 외워야 대화가 된다는 그의 부연 설명에, 나도 이제 곧 공룡시대를 맞이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아빠가 아이의 세분화 과정을 적극적으로 따라가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 정도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는 아이와 노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는 세분화된 단어를 구사하며 그들의 특징을 나열하고 그에 맞는 역할놀이를 한다. 때론 특정 생물의 역할이 나에게 주어지기도 한다. 아이의 머릿속엔 내가 어떤 특징을 살려서 역할놀이를 해주었으면 하는지가 있다. 아빠가 전후 맥락을 알고 아이와 대화하면 그때부턴 조금 더 노는 것이 수월하다. 


두 번째는 현상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자녀와 대화 시간이 증가한다. 아이가 관심을 갖고 듣는 주제라면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겨울엔 왜 입에서 김이 나오는지, 책에서 보는 증기기관차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등등 말이다. 학창 시절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시간에 배운 지식의 파편을 어렵사리 긁어모아 설명해 본 경험은 어느 부모에게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 번째는 이번 글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으로 아빠 역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TV 프로그램이나 책을 보면 '아 그랬구나'라는 부분이 꼭 있다. 예를 들면 '옥토넛 탐험대' 프로그램에서 해양동물의 세계와 특성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세계의 기차'라는 책에선 기차의 종류와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알 수 있었다. 동물의 세부 종이든 자연현상이든 기술의 발전사든 아이의 관심사는 계속해서 바뀔 것이고 더 깊어질 것이다. 말이 늘어감에 따라 아이가 아빠에게 던지는 질문도 광범위 해 질 것이다.


요즘 아이가 즐겨보는 책

아이의 관심사마다 내가 설명을 곁들일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학습하고 쌓는다면? 아이 책에 나온 내용들을 검증하고, 추가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이 곁들여진다면? 장기적으로 나의 스몰 톡 역량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중고등학교 때 '이거 배워서 어디다 써먹어'라고 툴툴 거리며 배웠던 내용들이 지금 아이와 함께하는데 유용하게 쓰이는 것처럼,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습득한 소소한 정보가 쌓여 어느 순간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란 기대를 가져본다. 

한 뎁스 더 들어간 대화는 아이와의 대화를 풍성하게 할 뿐 아니라 성인과의 대화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자. 오늘 나는 아이에게 어떤 것에 대해 설명을 해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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