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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daddy May 28. 2018

아빠 육아휴직 3개월 차, 내가 마주한 변화 3

아이와의 관계에서 달라진 것_두번째

2) 이제는 일어나면 아빠를 먼저 찾는 아이
20개월인 아이도 급할 때 누구부터 찾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 같다. 전담 육아 3개월 여가 지나다 보니 아이의 머릿속에도 '아빠가 항상 내 옆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입력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나서 처음으로 외치는 단어가 엄마가 아닌 아빠로 변했을 뿐 아니라, 여러 사람과 같이 있을 때도 아빠가 어디 있는지를 확인하곤 한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는 아이가 세상 속에 혼자 덩그러니 놓였을 때의 두려움. 내가 그 상황에 놓인다면 얼마나 초조할지 생각해 보았다. 이 생각이 확장되어 유모차 앞보기를 하는 아이는 정말로 그 부모를 신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몸이 고정된 채, 어디까지 얼마나 가는지도 모르고 타인에게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니깐 말이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동안에도 한 번씩 '아빠~'를 외치며  주기적으로 자기 유모차를 밀고 가는 사람이 아빠가 맞는지 확인하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나는 아이의 두려움을 없애고 아이와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느꼈다.

이러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줄 수 있는 존재인 아빠. 내가 잠깐 어디를 다녀와야 할 때도 아이에게 1) 어떠한 이유로, 2) 얼마만큼 나갔다 올 건지, 3)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먼저 설명하고 난 뒤에 다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갑작스레 사라지는 것과  차분히 얘기를 하고 다녀오는 것에서는 아이의 안정상태에 큰 차이를 보인다. 말은 할 수 없어도 말은 다 알아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니깐 말이다. 꼭 안아주며 나지막이 주기적으로 이런 얘기를 해준 기억이 난다.


너를 혼자 두는 상황은 절대 발생하지 않아. 분명히 누군가 곁에 너와 함께 있을 거야. 대부분 아빠가 너와 계속 함께 있을 건데, 만약 아빠가 함께 있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엄마나 할머니나 할아버지, 이모가 너와 있을 거고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누군가가 너와 함께 있을 거니깐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3) 정확히 엄마와 같은 역할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강동문화센터의 사진전에서

육아휴직 첫 달째였을까. 내가 가장 우려했던 것 중의 하나는 '엄마가 해주던 것을 내가 다 못해주면 어쩌지?'였다. 아내와 난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달랐고, 또 놀아주는 방법이 달랐다. 엄마는 고음으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부르며 아이가 활동을 하는 동안 옆에서 자세히 설명을 한다. 아빠는 몸으로 논다. 까꿍놀이를 하거나, 잡으러 가거나, 책을 읽을 때도 상대적으로 단조롭긴 하지만 설명을 할 때는 이 책과 저책의 내용을 연결하며 설명한다.

엄마가 해주었던 놀이 방법도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동안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여러 번 엄마가 놀아주는 방식을 따라서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
가 엄마 방식을 따라 아이에게 했을 때 동일한 즐거움(또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내 고유의 방식으로 놀았을 때, 반응이 좋았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라, 아빠와 엄마에게 기대하는 바가 각각 다른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아빠와 함께 보고 싶은 책과 엄마와 함께 보고 싶은 책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만 다하면 되겠다고 마음먹으니 한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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