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츄럴본킬러 May 01. 2024

45살 내돈내산 편의점 미역국이라도

애 둘 낳고 모유수유 한다고 미역국 많이 먹고, 애들 키우면서 미역국 만한 찬이 없어서 또 미역국 많이 먹다보니 미역국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곰탕 솥 가득한 미역국은 보기만 해도

냄새에 질렸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고 애들 아빠 회사는 체육대회를 했다.

주말부부라 항상 전날 밤, 혹은 당일에 와서

미역국을 끓여줬다. 몇년은 그랬다.

10년간을 체육대회를 안 가고

생일 미역국을 끓여줬는데

나중에는 그냥 오지말라고 하였다.

회사 사람들의 비아냥을 견딘 그도 안타까웠지만

나도 부담스러웠고 친구들이라도 만나 놀고 싶었고

원하는 걸 하는것이  낫다는 걸

서로 인정한 때는

핏물도 제거안하고 간도 안 맞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미역국을 오랫동안 먹고 나서였다.



나도 미역국은  내 생일 아닌 다른이들 생일에만 끓였다. 그러면서 생일상 3종세트란 미역국, 불고기, 잡채는 정말 꼭 해다 바치고.  타지 출장 아니면 9첩반상 12첩 반상 꼭 차려서 주고.

반대로 생각하면

서로가 얼마나 부담이었나 싶다.



 어쨋든  오랫동안 쳐다도 안 보다가, 올해 초 미역국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내가 이렇게 요리를 잘했구나. 엄마 음식도 늘 맛있었는데, 나도 정말 맛있게 하는구나. 이제는 매운 어른 음식을 잘 먹는  애들에게 많이 해주면 좋은데 학교 급식도 더 잘 나오고 훌쩍 독립해서 잘 지내는 내 아기들.  집에와도 식단하거나 레스토랑 가자는 애기들이다


애들 어릴때 항상 주말 아침까지 강의가 있어서 국을 2종류씩 끓이고 좋아하는 음식도 각자라 그 사이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밀키트도 다양하고 정말 육아템도 많고 또 무엇보다 맛있기도 하고. 한결 나아보이는 엄마 생활이다.


떡뽁이, 오징어무국, 김치콩나물국, 미역국, 고등어시래기조림, 애호박찌개, 된장찌개, 경상도식소고기국, 김치찌개, 파스타까지.

 여기서는  손 놓았던 음식을 한번씩 했다.  내 음식에 감탄한 사람들 덕분에 더 많이 하기도 했다.


엄마 아빠는 내 애호박고추장찌개 정말 맛있다 하시고  잡채는 정말  내가 한게 더 맛있다.


그러면서도 생일 아침이면 엄마는 전화로 내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가득했다.

언제나 힘들어보였다고 했다. 힘들게 사는거  같다고 했다. 애들 키우는거에 신경쓰라 하면서도

내가 힘든것도 너무 싫다고 했다.

애들 봐주는 것이 힘에 부친다고 역정을 내면서도

절대 일은 그만두지 말라고 했다.



태어날때부타 안쓰러운 딸이었다

아들 타령 하던 할머니는 둘째도  딸이니

병원에 오지도 않았고 미역국도 못 얻어먹은 며느리였고 , 아빠는 미안한 마음에 쥐꼬리만하던 봉급에

꿀을 사서 엄마를 먹이고

나는 너무 작고 분유도 늘 남겨서

아빠는 마음이 아팠다.

매번 나만 보면 하시는 소리가

뭐 먹고 싶은거 없냐, 였다.


부모님 곁에 살던 내내

빈혈에 고생하자

직접 선지국을 시골장에 가서 매주 사오셨다

직접 미역국을 해서 먹이고 싶어했다

태어나서부터 마흔이 넘었는데도

안쓰러운 딸이 되어있다



어제 가까운 사람에게 모진 소리를 들어서 그럴까

속이 아주 허하고 차갑다

장을 보고 싶지는 않고 미역국은 먹고싶고.


편의점 미역국이 이렇게 맛있었나 싶다.







#45살

작가의 이전글 평정심 보다 눈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