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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반그리너 Dec 11. 2021

내가 달라졌다고 느낄 때

과연 나는 과연 일을 하는 데 있어 원칙이 있고 그걸 지키는 사람일까

출처: Pixabay


며칠 전 출근길 버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버스가 워낙 혼잡한 탓에 운전석 뒤에 서있던 나는 앞문으로 내리려던 참이었다. 

원래 승차는 앞문, 하차는 뒷문이 보편적인 룰이지만

출근길 버스에 사람이 많이 타다보니 앞에서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날도 당연히 문을 열어주겠거니 기대하고 앞문 근처에 서있는데 웬걸? 문이 열리지 않았다. 


기사님은 단호한 표정으로 앞문으로는 내릴 수 없다고 했다. 

순간 단전에서부터 화가 치밀어올랐다.

소심한 나는 그 자리에서는 아무말도 못하고 뒷문으로 내렸다. 

그리고 지나가는 버스를 혼자서 째려보고는 회사로 향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 

하차하는 승객을 위해 앞문을 절대로 열어주지 않는 기사님들.

나는 대개 이런 방식으로 대응했다. 


-기사님을 째려보며 "열어주세요"라고 큰소리 친다.(보통 술 취했을 때)

-큰소리 못치고 내릴 경우 버스를 째려본다.

-하필 저런 기사님을 만나 기분을 망쳤다며 속상해한다.(라고 쓰고 쌍욕한다)

-혹시 내가 만만해 보여서 저러나, 피해의식 발동한다.(이건 정말 기분이 안좋은 날)

이날도 그랬다. 왜 저런 기사님을 아침부터 만나서... 내가 만만해보이나... 

그렇게 한 30초 정도 원망했을까. 갑자기 전혀 다른 생각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아니지, 아니지. 그렇게 생각할 건 아니야. 저 기사님은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 거고 그걸 지킨 것 뿐이야. 

오늘 운수가 나빠서도 아니고, 내가 만만해서도 아니야. 그냥 나는 그런 원칙을  가진 기사님이 운전하는 버스를 탄 것 뿐이야."

그러면서 생각은 '과연 나는 일을 하는 데 있어 원칙이 있고 그걸 지키는 사람일까'라는 또다른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만의 일하는 방식, 그 바운더리를 만들고 지키기보다는 상사로부터, 후배로부터 욕 안먹고 적당히 그냥저냥 하루하루 무사히 넘긴다는 마음으로 살진 않았을까. 허술한 바운더리를 세워놓고 이리 휘둘리며, 저리 휘둘리며 오늘의 운수 탓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생각이었다. 

최근 아들러 심리학 책을 열심히 읽어선가,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은 덕분인가

내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그날 출근길은 어느 때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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