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생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아름답다

로맹 가리, 《자기 앞의 생》

by 구선아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 로맹 가리, 《자기 앞의 생》


생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아름답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근사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소풍, 산책, 계절, 새싹, 숲, 봄, 바람, 빗소리, 책.

그리고 수많은 아름다운 단어들.


좋아하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가 조금 아름다워지는 기분이다. 설령 지금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초조하고 기분이 몹시 더럽거나 불안한 상태일지도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더군다나 좋아하는 단어로 꽉 채워 보내는 나의 하루를 상상해보면 나의 생도 아름다워질 것만 같다.


한 번 상상해보자.


일단 창문을 열고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잔다. 코끝과 발끝은 찬 공기에 서늘하지만 이불 안은 따뜻하다. 잠에서 깨고 나니 하늘은 반짝이고 소박한 도시락을 싸 소풍을 나온다. 짙고 깊은 숲길을 살랑거리는 바람과 간지럽게 걷는다. 걷다가 잠시 멈춰 하늘을 마주하고 눕는다. 키 큰 나무 위로 보이는 하늘이 구름을 밀어낸다. 한 움큼 숨을 들이쉬어 본다.


이 작은 하루만으로도 나의 생은 조금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조급하고 초조하고 두렵고 불안하고 경쟁하는 하루를 내려놓고 이 작지만 어려운 하루를 상상해보자. 아니 보내자.


내일, 아니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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