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로컬의 미래》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중앙 집중식 처방과 달리 지역화는 다양한 공동체가 스스로 미래를 정하고 추구할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로컬의 미래》
서울을 좋아한다. 서울의 동네를 좋아한다. 서울 동네의 골목을 좋아한다. 서울 동네의 골목은 아직 수많은 이야기와 기회가 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골목은 단연 책방이 위치한 홍대다. 홍대는 해방의 장소다. 자유의 장소다. 내가 좀 별나도 괜찮은 익명의 장소다. 홍대가 이런 장소가 된 것은 근 1~20년이 아니다. 근대가 도래하던 시기, 양화진이 외국인들에게 개방되고 철도가 보급되면서 지금의 홍대가 시작되었다. 이후 5~60년대는 주거지, 7~80년대는 미술문화, 90년대부터 카페와 클럽문화가 생겨났고, 이후 다시 외국인들이 찾는 제일의 관광지가 되었다. 자연스레 게스트하우스, 부티크 호텔이 생겨났고, 이외 독립서점, 편집숍, 취향 공간이 늘어나며 새로운 인디문화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즐비한 어마어마한 상권이 있기도 하지만, 아직도 홍대의 뒷골목엔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층층이 쌓이고 있다. 매끈한 공간은 아니지만, 이야기로 주름진 공간이다. 서울의 어느 골목들은 금세 뜨고 진다. 하지만 홍대는 이 주름진 이야기들 때문에 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심심치 않게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이전과 건물주와의 분쟁이 들리는 건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시들지 않을 동네가 되려면 다양한 문화가 생산되고 소비되어야 한다. 문화의 생산과 소비는 멋들어진 건물 몇 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창작자 혹은 공동체가 머물러야 한다.
“여기 월세 비싸지 않아요?”
“옆 건물 2층 월세가 얼마래요.”
“요 앞 건물이 얼마에 팔렸데요.”
라는 이야기에 조바심내지 않고 오래도록 홍대에 머무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