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 《당신이 옳다》
“국가의 국경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경계가 존재한다. 모든 인간이 개별적인 존재라는 것은 나와 너 사이에 둘을 구분하는 경계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내 신체의 경계가 피부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경계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지키는 일이 어렵다.”
-정혜신, 《당신이 옳다》
어느 날, 내가 결혼했다. 1년 반이란 연애 기간이 있었지만, 나에겐 덜컥이었다. 내가 ‘나’조차 버거웠고 ‘나’와 ‘나’의 경계에서 언제나 덜컹거렸기에 나에게 ‘너’가 생긴다는 건 생각지 못했다. 내 상처조차 상처인지 모르고 어영부영 사는데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있을까 했다.
서툴고 개인이 중요한 나와는 다른 다정하고 사람 좋아하는 그는 나와 너를 구분해주었다. 결혼하며 생기는 여러 문제, 가족 간의 관계라던가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전통적으로 해야만 했던 일도 몇 번의 다툼과 대화와 타협과 협상으로 그와 나는 서로 다름을 인정했다.
결혼했으니까, 사랑하니까, 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야 하는 건 아니다. 결혼은 누구의 종속도 아니며 합병도 아니다. 개별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 물론 나도 그도 앞으로 슬쩍슬쩍 서로의 경계를 넘거나 염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린 서로의 경계에서 만나 서로를 위한 삶, 자신을 위한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