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아무튼 스웨터》
“기온에 맞춰 스스로 골라 입는 스웨터 한 벌 역시 나는 어떻게 계절을 사는 사람인가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 계절에 드러나기를 원하는 사람. 이 계절에 묻어가길 원하는 사람. 이 계절에 떠나고 싶은 사람. 이 계절에 머물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들이 입는 스웨터는 모두 다 다른 계절적 감각을 가졌다.”
- 김현, 《아무튼 스웨터》
나는 세련된 척하지만 촌스러운 것들을 좋아한다.
스웨터와 스카프를 좋아해 옷장에 가득하다. 매니큐어와 립스틱을 좋아하지만 요즘 부쩍 사용하지 않는다. 노트, 연필을 좋아하지만 아까워 쓰지 못하고 책을 좋아해 서점에 들를 때마다 사지만 읽는 속도는 현저히 느리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좋아하고 K-POP이 아닌 인디음악을 즐겨 듣는다. 카페에선 매번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두고 고민하며 소주보단 맥주를 맥주보단 달곰한 와인이나 샴페인을 좋아한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귀여워하지만 만지지 못하고 바라만 본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 계획 세우는 걸 싫어하고 평소엔 자동차로 움직이는 걸 선호하지만 여행지에선 대부분 걷는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경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만 외로운 건 싫다. 검은색을 좋아하지만 꽃무늬와 레이스 장식이 좋다. 커피 잔보단 머그잔이 좋고 요즘 노래보다 옛 노래를 자주 찾아 듣는다. 아직도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며 크리스마스엔 축복이 오기를 빈다. 예전엔 가을을 좋아했지만 언제부턴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을 좋아하게 되었다. 계절에 맞춰 계절에 따라 계절마다 머무르며 지나는 계절을 아쉬워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