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일기] 내 안에서 이끄는 대로 사는 삶

헤르만 헤세, 《데미안》

by 구선아

“나는 단지 내 안에서 이끄는 대로 살고 싶었는데 그것이 왜 그리도 힘들었을까?”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좋겠다. 원하는 대로 살고 있어서.”

“내가?”


난 결혼을 했고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궁핍해 보이지 않고 문화생활도 여행도 하고 언제 어디서나 할 말은 하며 산다. 어쩌면 안정적이고 당당해 보이는 삶이다. 그래서인지 종종 나의 삶을 부러워하는 이를 만난다.


하지만 보이는 나의 모습만이 나는 아니다. 보이는 게 모두 행복이 아니듯 보이지 않는 게 내가 아닌 것은 아니다. 누구나 벽장에 해골을 가지고 있다. 나도 불현듯 나만 행복하지 않은 것만 같은 날이 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이 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나 신을 원망하는 날이 있다.


“난 왜 이럴까?”

“난 이정도밖에 되지 못할까?”


그런 날은 나만 빼고 세상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모두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새로운 여행을 하고, 멋진 글을 쓰고, 책도 잘 팔고, 하는 일마다 척척 해내며 참 훌륭하게 산다.

그러나 원하는 삶은 다른 이의 삶에서 찾을 수 없다. 내 벽장 속 해골도 결국 내 것이다. 내 안에서 이끄는 대로, 조금씩 천천히 찾아야 한다.


“넌 사는 게 재밌지?”

“응, 힘들어도 재밌어.”


원하는 대로 살 순 없지만 비록 해골에 걸려 가끔 주저앉기도 하지만 그냥 재미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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