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거나 비우거나, 그러거나> 책방 올오어낫싱입니다. 올오어낫싱은 서울 금천구에 소재한 독립책방이자 정통책방입니다. 방문하시는 분들이 채우고 가시거나 비우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에 지은 <채우거나 비우거나>는 올(채우다), 낫싱(비우다)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전 이후부터 <그리거나>인 상시 아트 클래스를 더해 현재의 모토가 완성되었습니다. 정통책방이란 의미는 ‘책의 비중이 다른 무엇보다 높다’라는 의미입니다. 정통책방의 모습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구하는 생활 문화 공간(서울시 인증 생활문화시설)으로써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 내 문화 욕구가 담길 수 있는 플랫폼 형성을 지향합니다. 2017년 12월에 독산동 정훈단지에서 문을 열었으며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 7월에 현재 장소로 이전했습니다.
금천구는 독립서점이 없었던 동네입니다. 선입견일수도 있지만 문화적 시설도 많지 않다고 느껴지는 지역이고요.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 지역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책방지기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입니다. 하지만 책을 구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매번 다른 지역을 방문할 수밖에 없었죠. 하다못해 제주에도 있는 독립책방이, 내가 사는 동네에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라는 생각에 이 동네에 책의 터전을 잡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이 지역에서 책이 많이 판매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면 거짓말입니다. 사실 선입견이 조금은 있었죠. 더욱이 이미 힙한 지역(물론 처음부터 힙했던 것은 아니겠지만)에 자리하고 있는 소위 유명 독립책방을 방문하지 굳이 올오어낫싱엘 오겠어? 라는 생각도 있었죠. 하지만 선입견이었습니다. 우선 지역민들이 많이 응원 해주셨습니다. 또한 처음 방향을 기성 출판 책 판매로만 잡았으나 지금은 책방에 빼곡히 독립출판물이 채워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요청드리려했던 제작자분들이 먼저 입고 요청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에 독자의 소박한 마음으로 찾게 되던 독립출판물을, 지금은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알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작과는 다르게 지역 자체가 문화라는 아젠다로 똘똘 뭉친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책방에 지역 내 다양한 문화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지금은 지역 내에서 문화활동을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올오어낫싱 몰라? 문화생활 하는 거 맞아?”라는 소리도 슬슬 듣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만큼 도서관 납품도 많이 하고, 지역 작가와도 많은 협업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과 밀접하게 운영하는 이유가 있으신지, 그 장단점은 무엇인지요. 또한, 앞으로 지역에서 어떤 책방을 하고 싶으신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지요.
도서관 납품(수서)의 경우 제가 역할을 잘해서라기보다 시류에 잘 탑승을 했다는 판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경기도부터 제정된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해 관에서 지역의 작은 책방들까지도 각각의 역할을 할 수 있게끔 토대를 만들어주었죠. 책방이 생기고 나서 팀원들을 데리고 책방을 찾아주셨던,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신 구청 문화체육과 독서진흥팀 팀장과 모 주무관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시기도 했습니다. 케케묵은 관례를 탈피해 지역의 책방들이 고르게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저는 결과적으로는 ‘지역과 밀접하게 운영하는 이유’는‘올오어낫싱으로 지역이 다가왔다’라고 감히 얘기합니다. 작게 웅크리고 있던 책방에 관심주신 분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역에서 더 뚜렷하게 자리매김을 하는 것에 반대급부의 방해 및 저해요소들도 있습니다. 지역에서 이미 책 권력을 가지고 있던 전통서점들의 질시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수십 년의 이력에 비할 바가 못 되는 올오어낫싱이 비등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일부 전통서점과의 신경전에는 조금 지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금천구에서‘희망도서 바로대출’ 서비스를 책방에서 진행합니다. 계획보다 코로나로 연기되었죠. 대출 희망하는 도서를 도서관이 아닌 책방으로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책방의 업무를 보다 가중시키겠지만 올오어낫싱이 해야 할 ‘필연적인’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이 ‘지역에서 책방을 한다’라는 것에 대한 상징 같은 것이 될 테니까요.
‘무엇이 되어야겠다, 무엇을 하겠다’는 마음은 지우고자 합니다. 어느 순간에는 지금과 다른 ‘어떤 무엇’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을 이 업의 키워드는 ‘생존(혹은 생존력)’과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가 고갈된다면 그때가 올오어낫싱의 종착역이 되겠죠.
지역의 기존서점과 독립서점이 경쟁 양상이 된다는 건 아쉬운 일입니다. 독자와 소비자들에게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과 비교되면서 운영을 지속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말이죠. 각자 역할도 다를 테고요.
이외에도 독립출판마켓도 운영하고 출판도 하고 있습니다. 책방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소개해주시고 많은 그 일을 이유가 무엇일까요.
상수의 선배 책방 가가77페이지와 ‘오프페이퍼’라는 마켓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프랑스 최대의 문화 페스티벌인 ‘아비뇽 페스티벌’에 버금가는 페스티벌로 성장한 ‘오프페스티벌’에서 오프의 의미를 차용해 만든 이름입니다. 서브스트림, 즉 비주류들의 축제로 시작된 오프페스티벌의 정신은 국내 인디씬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오프 정신에 책을 글과 책을 상징하는 ‘페이퍼’를 더해 만든 것이 오프페이퍼입니다. 2019년 3월에 1회 오프페이퍼를 진행했고 2020년 2회를 도모했으나 연이은 코로나 악재로 인해 현재 2021년으로 연기가 된 상태입니다. 다양한 북 마켓들이 존재를 하나 소위 말하는 책보다 굿즈 판매에 치중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조금이라도 탈피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한 오프페이퍼는 독립출판과 개성출판(1인 출판을 비롯한 소규모 출판 계열의 출판물을 의미, 합쳐서 ‘INDIeVIDUAL’로 표현)이라는 범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설정해서 무엇보다 책에 집중하는 북 마켓, 더 나아가 북 페스티벌이 되고자 합니다.
출판의 경우 책방 올오어낫싱의 모태가 이제 12년차인 ‘바이클로지’라는 출판사지만 책을 많이 내지 않았기에 지금에야 그나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제야 출판사 책도 나오고 외부에서 책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큰 의미를 두고 설립한 출판사가 아니라 활발히 운영하지 못했지만 이제 ‘출판’을 합니다, 라는 말을 겨우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저는 문화 활동을 통해 느껴지는 ‘재미’란 것이 저는 중독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항상 남과는 다르게, 다른 걸 기획하고 실현하는 것들이 이제는 거의 습관화, 생활화가 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또 어떤 재미있는 것을 해볼까나?’하고 있으니까요.
최근 많은 독립서점이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그 역할과 기능도 많이 달라지고 있고요. 이제는 문화사랑방 역할은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책방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장사’란 본질입니다. 장사란 개념 없이 책방을 많이 하지만 책은 당연한 것이고 이 일은 결국 팔고 사는 ‘장사’인 것이죠. 팔고 사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면 도서관에 가깝지 않을까요? 책을 놓고 커피 등의 음료를 판매하는 책방도 역시 ‘장사’인 것이기에 책과는 어쩐지 안 어울리는 단어이긴 하지만 장사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원리 위에서는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판매’가 책방 일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재방문하지 않는다해도 멀리서라도 “그 책방에서 사서 읽은 책이 참 만족스러웠지.”란 말을 듣는 것이 이 장사의 지향점이지 싶어요.
책방에서 책방과 출판 업무 외 다른 일도 하시나요? 다른 일을 한다면 책방과의 업무 분할(시간 등)은 어떻게 하나요.
지금은 일을 멈추고 있지만 원래 몸을 담고 있던 분야가 건설(건축) 쪽이어서 종종 프로젝트가 들어옵니다. 가장 근간의 일이라면 지방 요양병원 건축일이 있네요. 주로 테마파크나 호텔, 상가 쪽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었기 때문에 아직도 예전 일에 연결된 일들이 들어오곤 합니다. 그리고는 아주 뜬금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가끔 합니다. 이사 오기 전 책방 건너편에 편의점이 있는데 친한 관계여서 몇 번 자리를 봐주곤 했습니다. 아주 흡족하셨는지 정식으로 몇 번 땜빵 아르바이트를 했었죠.
사실 지금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함께 진행 중인 책 만들기인데요. 주로 책방 업무시간과 병행 해 진행하고 있어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가 생기기 때문에 항상 긴장한 상태로 일을 하거든요. 다른 곳의 책을 부탁받아 만드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업무분할은 ‘거의 되지 않고 있다’가 정답이겠네요. 슬프게도.
다른 일을 하는 게 수익 때문인가요. 아니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요
저 같은 경우는 다른 이의 부탁을 함부로 거절 못하는 성격입니다. 대부분 언급한 일들은 아는 사람을 통해 들어오니까요. 예전에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죠. 두 번째 이유가 수익이 되겠죠. 책방이 정말 안 될 때는 몇 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 책방 며칠의 수익보다 나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책방 위기를 넘긴 적도 있어서 수익의 개념보다는 생존익의 개념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군가 그랬죠. 책방 일은 ‘수입’은 있지만 ‘수익’은 없다고요.
아무래도 문화활동을 많이 하는 책방들은 코로나 이후 활동이 소극적이 되었습니다. 올오어낫싱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요. 방문고객 감소와 매출 감소, 온라인 판매 가속화, 방역 관리 정도겠네요. 방문고객 및 매출의 감소는 다른 상쇄할 포인트가 있어 소위 핫플레이스 책방들과는 비할 바는 못됩니다.
당장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몇 동네 즉, 홍대입구 같은 곳에는 확연히 사람이 줄잖아요. 하지만 이 동네는 거주민이 많은 생활권 동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유동인구가 유지됩니다. 물론 그 분들이 모두 책방에 오지는 않지만요.
온라인 판매 가속화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시대에 따른 일이기도 하고요. 비록 판매 증대가 아니어서 문제지만요. 사실 온라인으로 책을 판매하는 것이 썩 즐거운 행위는 아니죠. 대면해서 대화도 나누고 책 추천도 하는 커뮤니케이션과 릴레이션쉽으로 판매를 해야 하는 것이 동네 책방이고 또 동네책방의 존재 이유라고 보는데 온라인상에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배송인 혹은 택배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날을 보면 점점 한계가 오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방문객이 줄면 당연히 매출은 감소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등 여러 창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전체적인 책 매출 감소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금(2020년 11월 기준)은 정확히 B2C 매출은 감소, B2B 매출은 증가했다고 봐야 겠네요. 일반 손님의 발길이 뜸하니 B2C 매출은 감소하는 것이고 올해 쌓인 예산을 올해 내에 소진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곳들에서는 촉박한 기간 내에(코로나 이슈로 연기가 된) 완성해야 할 출판물들에 대한 요청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어 B2B는 증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출판물의 경우는 출판사로 들어오는 것이기에 구분한다면 책방만으로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책방의 매출만으로는 현재 고정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출판 이슈로 볼 때는 회복, 책방만을 놓고 보면 급감이 뻔한 이야기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져야 조금 나아질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방의 매출 부진은 코로나 문제만이 아니라고 보기에 개선을 위한 부단한 고민과 해결책 제시가 스스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서 언급해주셨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책방 운영 방식에 있어서 가장 변화한 것이 있나요?
직접적으로는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던 몇몇 강의를 온라인상에서 진행 한 것이죠. 언택트 시대의 주인공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글쓰기 강의란 것이 영 온라인으로는 못할 것이어서 이후의 제안은 고사하고 있습니다만, 이와 같은 온라인상의 활동은 이제 시대의 숙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직 오프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외부 강의들이 무척 감사할 따름입니다.
온라인 배송도 하고 온라인 모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올오어낫싱 외에도 많은 책방이 온라인 활동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고요. 이것이 책방 운영에 도움이 되는지요.
운영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만큼의 업무가 늘어납니다. 결과적으로는 매출에 일부 보탬이 일부 되기도 하지만 다른 영역의 일이기에 그만큼의 품이 소요됩니다. 홍보도 마찬가지고요. 공중파 CM은 고사하고 지역광고도 집행하기 힘든 책방의 현실에서 그나마 시간 투자로 비용 없이 진행할 수 있는 SNS를 활용한 홍보방식이 유일하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SNS를 통해 체감할 수 있는 반향은 느끼기 어렵지만 가끔 “SNS에서 보고 책을 구매했어요.”라는 글을 볼 때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제 계속해야만 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왜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계속 생겨나고 있지요. 왜 많은 이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나요.
전 서점 일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정은 고사하고 ‘책장사’라는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고 책방을 차린다고 생각해요.
자선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면 책방도 결국은 자영업이자 장사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책은 공급가율로 따졌을 때 최악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죠. 일반적인 유통업의 적정 공급가율은 판매가 대비 35~45% 정도니까요. 상품이라는 측면으로만 보면 이 공급가율 최악의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입니다. 이러한 이해 자체가 거의 없고 심지어 매출을 수익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꽤 계십니다. 물론 커피 등 음료 판매를 병행하면 괜찮겠지, 유료행사를 많이 하면 괜찮겠지 등의 생각으로 책방을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것은 엄연히 ‘미확정 추정 매출’일 뿐입니다. 순수 책만을 놓고 본다면 최소한의 것을 담보할 수 있는 B2B 거래 확보 등이 되지 않는다면 적극 말리고 싶습니다. 어설픈 낭만과 사명감이 있어서라면 더더욱 말리고 싶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서점지도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6개가 개점하면 1개가 폐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1, 2년 만에 폐점하는 책방도 아주 많고요. 책방을 지속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기본셈법을 잘해야겠죠. 책은 앞서 얘기 드린 것처럼 상품이란 측면에서 볼 땐 ‘최악의 상품’이에요. 총판 등의 중간 유통과정이 있는 책은 공급가율도 증가추세입니다. 결국 책 판매만이 아닌 다른 일을 도모해 매출과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결론이죠. 책을 직접 만들어 판매를 하는 모델이 더 이상적이긴 합니다. 바로 일본의 독립서점 모델이기도 하죠.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책을 여기서 만들어 여기서 판매한다, 는 이 등식은 저마다의 색깔을 확연하게 만든 일본 독립서점의 개성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형태가 점점 발전하는 시점입니다. 물론 일본도 책방업계가 점점 퇴보하고 있어 ‘색깔 찾기’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자기만의 색을 명확하게 할 필요는 여느 장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책에 대해서, 최소한 자신이 취급하는 책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아야겠죠. 읽지 않은 책을 판매한다는 것도 모순이 아닐까 해요. 그렇다고 취급하는 책 전체를 읽을 수야 없지만 정작 자신이 판매하는 책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고 판매하는 책방도 여럿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장사의 원칙은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꿰고 있어야 하죠.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터득해가는 과정입니다. 책방의 현실, 그리고 미래는 암울한 편이지만 이 두 가지를 놓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는 지속적인 운영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아, 마지막으로 ‘인내(인내심)’가 되겠네요. 불과 6개월, 1년 사이에 승부를 본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타 업종에 비해서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빨리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요.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책방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요.
앞으로의 변화를 알 수 있다면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겠지만 날이 갈수록 떨어져 가는 열독률, 계획 없이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책방들(책을 전시 요소로만 취급하는) 등 생존을 위해 이겨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많죠.
사실 얼마 전 이슈였던 도서정가제도 굉장한 위협요소입니다. 어차피 책을 안 살 사람은 안 살 텐데 정가 주고 사네, 싸게 사네, 싸우는 것 자체가 몹시 한심한 처지라고 생각해요, 책을 사는 사람은, 적어도 제 주위의 책을 살 사람들은 정가를 주더라도 만족할만한 ‘경험’ 자체를 원합니다. 결국 책을 안사고 안보는 사람들의 ‘그들만의 리그’라고 보여져요. 정책을 다루는 밀접하게 현장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어떤 플랫폼 위에서 버티고 성장하느냐의 문제겠지만 현재로선 그것이 요원합니다. 변한다기 보다 필연적으로 퇴보한다고 보는 편이 맞지 않을까요? 해서 플랫폼(판)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홈쇼핑처럼 이것저것 설명해가며 생동감 있게 책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같은 것도 충분히 시도해 볼만하죠. 전문 쇼 호스트들이(작가면 더 좋겠지만) 판매하는 방식으로 보이기에 책만의 매력이 떨어진다면 다른 상품을 결합하는 형태로 판매를 한다든지 하면 어떨까 싶어요. 이런 플랫폼을 각 책방별로 접목을 시켜 선정한 책을 이런 방식으로 판매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죠.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처럼 결국 코로나가 종식된다 해도 언택트 상황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지금의 소비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올오어낫싱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아날로그적 성향을 가진 이들은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책방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스스로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다짐도 하고요. 어떤 세상이 와도 종이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 종이의 ‘결정판’인 책도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보다 수명이 짧을 책방 올오어낫싱도 지속 유지 시키고자 합니다. 매년 책방의 존폐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겨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책으로 동네평정’이라는 나름 야심찬 계획도 실현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거창한 목표나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사진 ⓒ올오어낫싱
*<코로나 시대의 책과 책방>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