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24, 101호
화-토요일 19:00-01:30, 일/월 휴무
안녕하세요. 책바는 바와 심야서점이 결합된 공간입니다.
소수로 방문하는 분들을 위한 조용한 공간이며, 타인과의 대화보다는 자신과의 시간을 보내는 분들을 환영해요. 이 분들은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사색에 빠지기도 합니다. 메뉴로는 대표적으로 <위대한 개츠비>, <인간 실격>과 같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술(칵테일, 위스키 등)과 운영자가 선별한 책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서울 연희동에 있으며, 현재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저녁 7시에 열어서 새벽 1시 반에 닫습니다.
책바는 술을 팔고 책을 팝니다. 그리고 술을 소개하고 책도 소개합니다. 책바는 책방에 가깝나요, 바가 더 중심인가요. 책바의 정체성을 설명해주세요. 어떻게 정체성을 설정하고 갖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책바는 바와 심야서점이 동등하게 결합 된 공간입니다. 어느 하나에 더 중점을 두지 않아요. 대중의 인식이 어느 하나에 몰리지 않도록 균형을 지키고자 신경 씁니다.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죠. 처음부터 책과 술의 시너지를 구현하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는 누가 봐도 햄버거 브랜드이지만 영업 이익은 부동산이나 음료를 통해 얻고 있죠. 그렇다고 맥도날드가 햄버거를 놓아버릴 순 없는 것처럼요. 책바의 매출 구조에서 책이 술보다 떨어질지는 몰라도 사람을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예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하나에 소홀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책과 술을 둘 다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매출과 별개로 노동 시간의 비율이나 업무의 비율 등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책바에 방문하시는 손님들은 필수적으로 음료(칵테일 또는 논알콜 칵테일)를 주문하셔야 하는 반면, 책은 자유롭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책바 운영 시간 동안 들이는 노력은 술이 더 많습니다. 재료를 준비하고, 칵테일을 기획하고 만들고, 설거지하는 등 사소한 일들이 참 많아요. 하지만, 책바 영업 시간 외에는 책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출판사에서 보내주시는 메일이나 인스타그램 그리고 온라인서점 등을 통해 틈틈이 동향을 파악하고 있어요.
복합 콘셉트의 책방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커피는 물론 맥주를 팔거나 와인을 파는 책방도 많습니다. 하지만 책바는 좀 더 전문적으로 술을 다루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다른 술을 파는 책방과 가장 다른 점, 혹은 차별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전 질문의 대답과 연결되는데요. 책과 술 두 가지를 함께 즐기는 것을 오랫동안 좋아했기 때문에 조금 더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개인적으로 책바가 어떤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다른 개념을 얹힌 공간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맥을 즐길 수 있는 서점이라는 타이틀로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는 대부분 거절했어요.
바 라는 공간을 오게 만드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맛이죠. 컨셉만으로 방문하는 일회적인 공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다양한 방향으로 배우고자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만 가더라도 주 테마는 다양한 형태의 술집(바, 펍, 기타 등)과 서점이에요. 책을 읽을 때도 술이 등장하면, 어떤 술이 왜 등장했는지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며 분석해요. 칵테일을 만들 때도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구현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아요. 부족한 부분도 많고요.
반대로 바에 책을 얹힌 공간이 되지 않기 위해, 책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해요. 현재 사랑받는 작가는 누구인지, 어떤 이유 때문인지, 그렇다면 나는 이 공간에 어떤 책을 비치해야 하는지 등을 틈틈이 고민하죠. 공간이 협소해서 오히려 책을 잘 판매하기가 어려워요.
서교동, 합정동, 상수, 연남, 연희동까지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한 일대를 한 달 정도 돌아다니다가 지금의 위치에 책바를 열었다고 했습니다. 연희동이라는 지금의 위치를 선택한 이유와 동네의 특징이 있을까요. 지역적 장단점도 함께 말씀주세요.
논리적인 이유와 비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요. 후자부터 이야기하자면, 동네 자체의 분위기가 좋았어요. 일단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은 건물들도 많지 않고요. 동네에 와서 현재의 책바 자리를 보는 순간 ‘이 곳이다’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어요. 논리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책과 술이 더해진 공간이라, 이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살거나 방문할 만한 동네이고자 했어요. 교통이 조금 불편하기에 월세가 역세권보다 저렴하다는 측면도 고려했고요. 단점도 마찬가지예요. 손님들이 책바에 방문하기 위해 마음 먹고 불편한 교통을 무릅쓰고 오시죠. 매일 감사한 부분이에요. 그런 분들이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해요.
코로나로 많은 오프라인 공간이 힘든 상황에 놓였습니다. 매출 하락은 물론 활동 제약이 많고요. 책바도 코로나로 영향을 받았는지, 그 영향으로 인해 변화한 것이 있는지요.
사실 책바는 1인 또는 2인을 위한 공간이라 단체 회식을 하는 공간만큼 피해가 엄청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오후 9시에 닫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는 피해가 상당해졌어요. 원래 오후 7시에 오픈하는데 9시에 닫으면 누가 오시겠어요. 그래서 5시부터 영업을 하기 시작했죠. 모두가 조심해야할 때라서 마음만 같아서는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닫고 싶기도 해요.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원초적인 이유와 내가 사랑하는 공간에서 일하고 싶은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 그리고 소수의 인원이라도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열고 있어요.
오프라인 운영 시간이 줄어들면서 유튜브를 하기 시작했어요. 오프라인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방향성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죠. 유튜브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 이에요. 책바에 오고 싶어도 코로나 때문에 못 온다는 댓글을 보고, 유튜브만 봐도 책바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자. 라는 것이 있고요. 두 번째로는 평소에 책바는 조용한 공간이라서 손님들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기에, 유튜브를 통해 책바만의 시각으로 술을 소개해보자, 라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퀸스 갬빗>에는 술이 꽤나 큰 의미로 등장했죠. 그런데 사실 이런 걸 누가 눈 여겨 보며 찾아 보겠어요. 저는 책이나 영화 등에서 술이 등장하면 너무 반갑고 또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하기에,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정보들을 다른 분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어요.
많은 책방이 최대의 마케팅 도구인 SNS를 활발히 이용합니다. 책바 역시 활동이 활발합니다. 사진도 공들여 찍어 올리고, 엔딩 뮤직 선곡 리스트를 소개하고, 책바 문학상을 공개하고, 최근엔 술을 제대로 마시는 법 등을 콘텐츠로 만들어 유튜브도 시작했습니다.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이유가 무언가요. 그리고 매출이나 책방 인지도 상승 등 도움이 되나요.
책바는 오프라인으로 봤을 때 하나 뿐인 작은 공간이에요. 아무래도 크기가 조금 더 크거나 지점이 많은 다른 공간에 비해 영향력이 작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죠. 하지만 온라인이란 환경으로 봤을 때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공간도 하나의 브랜드일 수 있고, 온라인 브랜딩을 통해서도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죠. 책바를 오픈하면서 동시에 인스타그램도 시작했어요. 그래서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즉각적인 효과는 없더라도) 매출과 인지도 상승에는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정말로 중요한 것은 브랜딩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실입니다.
앞으로 많은 공간이 더욱 전문화되거나 반대로 여러 기능이 합쳐진 소규모 복합 공간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책방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의 책방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어떤 공간이든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예요. 더 빠르고 편한 온라인 서비스가 커지는 시대에서 오프라인 공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일 겁니다. 책방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굳이 온라인에서 책을 구매하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방문해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살아남겠죠. 그런 의미에서 독특한 경험 제공이나 소규모 독서 모임 또는 전문적인 큐레이션이 여전히 중요할 것 같아요. 안일한 마음으로 단순히 몇 가지 요소를 더해서 공간을 운영한다면 잠시 반짝이기는 쉬워도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책바의 계획이나 비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초심을 잃지 않는 한결 같은 공간이 되고 싶어요. 좋은 기회를 만났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내실을 키우고, 무엇보다도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겠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더더욱 한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만한 계획이 없습니다. 업의 본질과 방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 중입니다. 그나마 한 가지 있다면, 최근에 시작한 책바 유튜브를 꾸준히 잘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