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증가로30길 29-2
월-금요일 10:30-19:00
작은출판사 리얼북스에서 운영하는 책방입니다. 리얼북스는 에세이 중심의 ‘알비’, 실용서 중심의 ‘리얼북스’ 두 브랜드로 도서를 출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퇴근 후」 시리즈와 근대문학 시리즈를 중심으로 출간 중입니다. 리얼북스와 책방이웃을 운영하는 저는 20년 정도 출판사에서 몸 담았던 편집자이자 여러 도서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책방이웃은 이전에 경의선 책거리에 있다가 현재는 은평구에 위치했습니다. 작은 출판사의 개성 있는 도서와 독립출판물, 아티스트들의 굿즈를 판매하며, 출판사, 작가, 서점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자 다양한 강연과 모임 등을 겸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함께 운영하는 책방이라 좋은 점과 단점이 있을 듯합니다.
출판사(퍼블리셔)의 입장과 독자의 입장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타 서점과 직접 운영하는 서점을 통해 실제로 책을 접하는 독자의 선택 기준도 알게 되고, 여러 출판사와 작가의 책을 보다 가까이 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만 운영할 때는 ‘이렇다더라’, ‘이런 것 같다’였던 것이 더 확실해 진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론 업무가 무척 버겁습니다. 책방은 보기보다 일이 많습니다. 신간 도서의 입고, SNS 관리, 온라인스토어 등 다양한 플랫폼 관리는 물론 클래스 기획 및 운영, 도서 정산 등이 있습니다. 책방도 출판사도 작은 규모다 보니 1인 다 역을 해야 합니다. 관리, 마케팅, 편집, 기획 역할까지 더해집니다. 그러나 사실 책방 보다 먼저 출판사였고, 출판사 중심이기에 출판사의 업무 비중이 8할, 책방의 업무가 2할 정도 됩니다.
출판사를 하면서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경험적으로 도움이 되는가요? 업무량은 많아졌다고 말씀하셨지만 출판사와 책방이 서로 시너지도 날 것 같습니다.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궁금해집니다.
기성 출판과 서점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독자나 소비자로서 밖에서 보는 것과 실제 안에서 운영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관련 지식을 인적 네트워크 내에서 공유할 수 있고, 출판 메커니즘을 알고 있으므로 도매점 거래 및 유통 등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도매점 거래 및 유통 관련해서는 이미 정보도 있을 뿐더러 경험을 통해 알고 있고, 기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준비하고 진행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책방과 출판사를 같이 하는 곳들이 많아졌습니다. 출판사가 북카페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물론 출판사가 책방을 운영하다가 폐점을 한 곳들도 있지만요. 책방을 하면서 출판을 함께 하는 까닭은 무엇이라 보는가요?
자연스레 이루어진 결과라고 봅니다. 책방이라는 플랫폼으로 각 책방의 개성에 맞는 콘텐츠나 워크숍 그리고 책을 구매하는 독자와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니 자연스레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책방을 하다 출판사로, 출판사를 하다 책방으로 연결되죠. 앞으로도 늘어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나 책방과 출판사, 꽤 괜찮아 보이는 조합이지만 실상은 업무가 과중 될 수 있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작은 책방이나 소규모 출판사의 경우 인력과 시간을 증가하여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매출과 수익, 비용의 문제죠. 따라서 직접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업무가 과중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작은 출판사들이 책방 운영에 관심을 보이거나 운영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책방에서 시작하여 출판사를 겸업하는 것은 보기보다 쉽지 않고 실제 출판사 중심으로 옮겨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봅니다. 처음에 같이 시작했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면 말이죠. 출판사가 책방이나 북 카페를 함께 운영하기 시작하는 건 기성출판계에 있었다 보니 출판과 서점의 운영 상황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 외에 운영을 하면서 부수적인 목적이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독자와 직접 만나는 공간도 필요하고, 멤버십이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면 이 역시 시너지가 나기도 하니까요.
온라인 커뮤니티가 증가하고 있다지만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만남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역할을 동네 작은 책방이 해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간 운영이 많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책방도 마찬가지고요. 코로나로 책방의 어려운 점이나 변화한 점은 무엇일까요.
저희뿐만이 아니라 많은 책방이 그렇겠지만 모임 및 워크숍의 취소로 인한 매출 감소가 가장 어렵습니다. 책방을 지속하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이에 저희도 비즈니스모델의 전환을 고민해 보지만 현실적으로 대안은 마땅치 않습니다. 이 역시 자본과 규모가 문제니까요. 작은 책방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온라인전환 즉, 온라인 스토어, 온라인 홍보 증가, 콘텐츠 노출 등이나, 오디오북도 모색하고 구축해 보았지만 도움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출판사의 매출 및 수입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책방 운영은 쉽지 않습니다. 도서 판매의 감소는 지속될 거라고 봅니다. 책방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것은 세상이 요구하는 ‘책’의 모양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종이책, 종이책에 기반을 둔 전자책 등만이 아니라 더 다양해졌습니다. 지식 및 감성의 전달과 공유 등 기존의 책 형태가 했던 것을 대체하는 수단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책과 다른 형태, 책과 다른 접근 경로가 훨씬 많아졌고 콘텐츠 소비자가 독자가 되었고, 독자의 이해와 요구도 달라졌습니다.
이미 독립서점은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북토크와 각종 클래스, 모임 등을 통해 책방이 문화공간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은 힘든 상황이고 서점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책방의 또 어떤 다른 변화가 필요할까요?
동네책방의 선명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야, 콘셉트, 클래스의 독창성, 소통 모델 등 말이죠. 이것들이 선명하게 있어야 독자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되고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동네 책방은 ‘오프라인’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방문을 꺼려하고 어려워지긴 했지만, 온라인으로의 가격 경쟁이나 유통 인프라가 아니라 책방이 가진 이런 감성을 전달하는 것이 숙제 아닐까요.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이 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작은 책방이 전달하는 것이 숙제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책방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출판의 독점, 콘텐츠의 독점의 시대에서 누구나 출판과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출판물과 콘텐츠를 생산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었고, 친밀하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책과 독자를 이어주는 것이 서점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리얼북스도 동네 책방 관련 책도 출간하였고 동네서점과 직거래도 하고 굿즈도 전달하면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대형 출판사에서 먼저 동네서점 에디션을 발행하고 굿즈 마케팅을 하면서 최근에는 중소형 출판사도 동네서점과 함께 마케팅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작은 책방과의 직거래는 매출은 적고 업무량은 많아 지양했었는데 말이죠.
출판사들이 동네의 작은 독립서점까지 마케팅을 한다는 이야기는 기존 대형서점 및 온라인서점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거나, 동네서점의 매출 및 영향력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출판사도 책방도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나 차별화 된 활로가 있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독립출판물과 굿즈 등 희소성과 차별성이 장점인 독립서점엔 부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많아진 동네서점 한정판 출판물도 좋은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서점 개성에 맞게 선정하고 마케팅 해야 합니다. 출판사도 지속적인 계획을 갖고 출간했으면 좋겠고요. 그렇지 않고 유행이나 형식적으로 책을 내는 것은 자칫 흔한 출판물이 되고, 비슷한 책방이 될 수 있습니다.
책방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이 좋아서 책방을 시작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방도 경영인지라 계산기를 정확히 두드려 보고 해야 합니다. 책방의 정체성과 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두고, 그에 따른 책방 입지와 규모, 창업비용, 운영비용 등을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책방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분 등을 면밀하게 고민하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출판사에서 ‘책(종이책)’만 출판하는 것은 지난 일인 것처럼, 책방에서 ‘책’만 판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책방이웃은 작은 출판사들과의 공감과 소통, 창작자나 작가와의 인간적인 유대감, 동네책방들과의 공유 등 결국 사람에 기대어 있는 책방이고 싶습니다. 저희 출판사 역시 아직은 명확한 정체성은 아니지만 근대 문학, 인문, 에세이 등이 주력되는 정체성이 분명한 출판물을 출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도 무엇을 팔고 나눌지 계속해서 고민해 나갈 예정입니다.
*사진 ⓒ책방이웃
*이 <팬데믹 시대의 책과 책방>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