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신촌로2길 19 2층
최근 개인사업자 ‘퍼니플랜’에서 사업 확대를 위해 법인 ‘주식회사 동네서점(이하, 동네서점)'으로 전환했습니다. 주식회사 동네서점(구, 퍼니플랜)은 내 취향의 이웃을 발견하고 만나는 로컬 컬쳐 플랫폼(Local Culture Platform)을 만듭니다. 2015년 9월에 처음 70여 독립출판물 서점을 수록한 온라인 지도 <함께 만드는 동네서점지도>를 공개한 이래 5년여간 2백여 동네서점의 이야기를 온·오프라인의 1백만여 독자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기준)
그리고 주요 서비스인 동네서점지도(The Neighborhood Bookshop Map)는 내 취향의 독립서점 추천검색 가이드입니다. 20여 개의 취향 및 활동 태그를 기반으로 내 취향의 책방을 더 쉽게 찾고 방문하도록 지원합니다. 동네서점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고, 좋아하는 책방을 즐겨찾기 해 친구와 공유해보세요. 또한 내 주변의 가볼 만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문화공간을 찾고 방문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만들어갑니다. 우리의 이런 활동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책은 지루한 것’이 아니라 ‘책은 즐거운 것’으로 인식하도록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입니다.
출판사와 작은 책방과 여러 일을 협업 또는 함께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협업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국내 유일의 독립서점 데이터 기반 출판사입니다. 동네서점은 국내 유일의 독립서점 데이터 기반 온라인 지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오프라인 도서 제작사입니다. 2012년에 스마트폰을 위한 사진책 자동 출판 앱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사업을 시작해, 2016년 서울 홍대앞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를 만나 함께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단행본을 제작하면서 종이 도서 출판을 병행하게 됐습니다.
협업은 조금 불편하지만 아이디어 실행의 좋은 검증 장치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책방지기들이 책과 관련 업종에 종사하기에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뿐만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 등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고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흥미로운 동네서점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대부분 전국 책방지기로부터 직접 기고를 받아 온라인에 연재합니다. 그리고 이를 묶어 접이 지도와 가이드북 형태의 도서로 출간합니다. 또한 출판물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력합니다. 협업은 설득과 소통 과정을 통해서 비용 부담의 절감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검증해볼 수 있는 좋은 장치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대중에 많이 알려진 것은 2017년과 18년까지 인문360도(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획으로 제작한 〈인문지도〉 시리즈일 것입니다. 전국 6개 도시의 독립서점 6곳으로부터 이야기 기고받고 주변 아이스트와 협업해 근처에 가 볼 만한 문화공간을 발굴 소개하는 접이 지도와 가이드북 세트로 제작 배포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기획으로 2020 서울국제도서전 〈책도시산책〉 스탬프투어 프로그램 공동 기획과 지도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동네서점지도 서비스 외에도 출판사의 역할과 기능도 하고 있습니다. 모두 동네서점과 관련한 책들입니다. 왜 동네서점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출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부터 종이 도서 출판을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온라인의 동네서점지도 서비스의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한다는 ‘서비스의 확장'과 ‘브랜딩’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프라인 매체의 물적인 특성상 종이 도서의 발행 비용은 온라인 광고 집행하는 것보다 절대 효율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독립서점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손으로 만지고 간직할 수 있는 종이만의 매력을 선호합니다. 매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종이 도서를 지속해서 출판해오게 된 원동력은 사람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요구가 있다면 온·오프라인 동네서점지도 서비스를 지속할 것입니다.
동네서점지도를 만들고 나의 동네에서 동네서점을 찾고, 동네서점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 등 동네서점을 알리는 여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서점계에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고 싶나요.
이미 동네서점은 오프라인에서 이웃과의 문화와 취향을 공유하는 동네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온라인에서도 소통과 거래를 지속하고 새로운 이웃을 발견하고 만나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작은 출판사와 작은 책방은 대부분 1인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에는 협업도 많아지고 있고요. 협업에 관한 생각과 좋은점, 단점 등은 무엇이 있을까요.
대형 체인서점과의 경쟁에서는 협력만이 답입니다. 독립서점 이용자의 약 80%가 2~30대로 이들은 가치 소비와 공유에 적극적인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독립서점의 68.3%(425곳)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합계는 약 2백만여 명입니다. 예스24 페이스북 구독자 수의 약 4배에 달합니다.(2020년 10월 기준) 온라인에서 전국의 작은 서점들이 함께한다면 대형 체인서점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습니다.
책처방 서점으로 널리 알려진 '사적인서점'은 최근 교보문고 잠실점 내에 입점했습니다. 60년 이상 운영해온 종합서점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 '리디셀렉트'에 큐레이터로 참여해 책 추천을 해줍니다. 서점은 점점 사라지고 독서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출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경쟁 관계로만 생각했던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 대형 체인서점과 독립서점뿐만 아니라 전자책 서점도 따로 또 같이 서로 협력해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이웃과의 상생으로 지속가능한 책방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2020년은 일 년 내내 많은 업종이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운영이 변화한 것이 있나요? 또한 주변 작은 책방들이 변화했다고 보나요? 어떤 점이 변화한 것 같나요?
우리는 독립서점을 위한 인터넷 정보 매개 서비스업이 주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서비스 방문자 트래픽도 줄어드는 추세이며 올해 총 매출면에서도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온라인에서 우리의 역할이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작은 책방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요?
2019년 독립서점 한 주에 3.5곳 개점 1곳이 폐점했습니다. 2019년 12월 말일자 기준으로 동네 서점 지도에 등록된 운영 중인 동네 서점은 총 551곳입니다. 지난 한 해 184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49곳이 문을 닫았죠. 지난해 동네서점지도 등록 기준으로 한 주 평균 약 3.5곳이 개점했고 1곳이 폐점한 셈입니다.
비대면 시대의 생존 키워드는 '온라인 소통'과 '이웃과의 협력'입니다.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지만 어쩌면 작은 책방에겐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2020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온라인 전시와 세미나 중심으로 진행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책방에서 출판사와 협업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이 따로 또 같이 펼쳐졌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책방에서는 10명 내외의 이웃이 함께하는 작은 모임을 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온라인에 분점을 만드는 책방이 늘어날 것입니다. 온라인서점과 경쟁하기 위해서 이미 많은 독립서점이 오프라인 독자와의 소통을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독립서점의 주요 이용자 2~30대 독자는 온·오프라인에서 내 취향의 이웃을 발견하고 만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합니다. 이제 온라인에 분점을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지금 인스타그램 계정에 책방 사진을 올리고, 줌(Zoom)에 유료 모임을 열고 온·오프라인의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세요. 경쟁 관계로만 생각했던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 대형 체인서점과 독립서점뿐만 아니라 전자책 서점과도 따로 또 같이 서로 협력해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얼마 전, 지역별 대형서점 지도를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강원도에 제주도에는 단 한 개의 체인 대형서점도 없었습니다. 없는 이유가 자본논리 때문일까요? 대형서점이 없기 때문에 동네서점이 잘 운영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대형 체인서점뿐만 아니라 동네서점지도 등록 독립서점도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있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이 주요 책 구매층인 독서 인구가 대부분 수도권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의 대형 체인서점은 당연하게도 수익성이 중요합니다. 초기 투자와 유지비용이 크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달성이 최대 목표입니다. 반면에 소규모의 독립서점은 운영자의 개인 취향과 가치의 공유를 목표로 운영합니다. 또한 1인 운영이 가능한 점 등 초기 투자와 유지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 운영자의 개인 작업실이나 출판 겸업 등 공간을 활용한 대안으로 유지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형 체인서점과 독립서점이 추구하는 나름의 목표가 다르고 마찬가지로 방문하는 손님의 목적도 다를 것입니다. 독서 인구가 적은 도시에는 작은 독립서점이 지역 문화와 취향 공유의 거점 역할을 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동네서점 서비스는 2021년에는 독립서점 기반 독서모임 플랫폼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잘 알려진 독서모임의 경우 서울 일부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하며, 분기 평균 23만 원 내외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독립서점은 회당 무료 또는 평균 1만원 내외로 전국 책방지기가 직접 모임을 주최 또는 큐레이터로서 선별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인 품질 관리가 가능합니다.
동네서점은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으로 내 주변에서 내 취향의 독서모임을 여는 독립서점을 쉽게 찾고 방문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 풀뿌리 독서모임 대중화와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진 ⓒ동네서점
*이 <팬데믹 시대의 책과 책방>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