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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Aug 23. 2021

독립출판사와 상업출판사 사이, 디자인이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4길 24

수-일요일 11:00-19:00, 월, 화 휴무


디자인이음은 감성적인 단행본, 베어매거진과 킨포크매거진, 월간포스터와 독립출판 작가와 함께 하는 청춘문고, 고전문학을 소개하는 이음문고 시리즈 등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촌에서 한옥 카페인 베어카페를 함께 운영합니다.  

출판사 디자인이음 외에 베어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책도 소개판매하고 출간 기념회나 북토크다양한 책 행사도 열고 있고요출판사와 겸업하며 도움이 되는 점이 있나요?

베어카페와 디자인이음은 긴밀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신간을 소개하고 북토크를 진행하고, 작가들이 자신들의 클래스를 꾸려가고, 북보부상이나 청춘플리앤토크 등의 마켓도 열고 있습니다. 베어카페가 점점 책의 홍보와 작가들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출판과 문화를 위한 장을 만드는 데 기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음악과 시를 결합한 공연이나 창업 워크샵 등 새로운 기획을 실험해보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단점이라고 한다면 세세하게 신경 쓸 부분이 많다는 것 정도. 그리고 아직은 찾아주는 손님들이 책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는 정도입니다.        


출판사와 작은 책방과 여러 일을 협업하고 있습니다협업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우선 해방촌에 있는 독립출판물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과 청춘문고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북보부상, 청춘플리앤토크 등의 마켓을 함께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마포구에 위치한 안도북스와 소책자를 내거나 작은 서점들을 돌아가며 릴레이 북토크를 하는 등 작은 서점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사실 협업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큰 서점에서의 마케팅이 우리 같은 소규모 출판사에게는 너무 버거운 부분들이 많다는 것 때문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 평대를 구매해야 하거나 월별 광고 등에 필요한 홍보비용이 우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작은 서점들은 감사하게도 디자인이음 책을 좋아해 주셨고, 함께 또 새로운 것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은 책방과 하는 일들은 대부분 새롭고 즐거운 것 같습니다.     


독립출판 작가를 발굴하여 청춘문고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습니다다른 기성 출판사와 차별화 된 콘텐츠가 되나요출판사 매출에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독립출판 작가들과 책을 만드는 데 우리는 아주 조금 일찍 뛰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글과 그림에 있어서 기성출판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 있고 뛰어난 작품들을 책으로 만드는 데 보람을 느꼈던 것 같아요. 형식에 있어서도 더 자유로웠고 작가들과의 협업도 즐거운 일입니다. 매출은 디자인이음의 2,30퍼센트 정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독립출판 작가와의 협업도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한 권 정도 우리와 출간하고 대형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도 우리는 가능성을 더 열어놓으려고 합니다. 새로운 작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고, 문단의 작가와 독립출판 작가가 함께 작업하는 방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음은 킨포크베어 등 사양 출판물이라 이야기되는 잡지를 꾸준히 출간하고 새로운 잡지 브랜드도 창간하고 있습니다최근 작은 책방에서는 잡지 판매율도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킨포크는 종이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좋은 콘텐츠였고, 베어는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최근에 창간한 월간포스터나 다양한 무크지 형태의 매거진은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출판 특히 잡지는 사양 산업이 맞습니다. 대부분 잡지는 적자로 운영됩니다. 넓게 보면 작은 출판사 전체가 겪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꾸준한 철학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회사의 존재를 알리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알려지면 외주나 협업의 기회가 생기기도 하니까요. 책 판매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매거진을 통해 생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운영에 있어서 코로나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코로나라는 커다란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뉴스를 보기에도 바쁜 것 같습니다. 불안함을 잊기 위해 자극적인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는 것 같고요. 사실 출판계의 어려움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버티는 근육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광복절 이후 몇 달은 타격이 컸습니다. 그래도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 올해 책보부상, 잡지의가치, 청춘 플리앤토크 3개의 마켓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잡지의 가치는 절반가량의 참가자들이 코로나로 인해 참가를 신청했고 취소에게 참가비도 전액 환불해드리기도 했고요. 수익으로 따지자면 거의 적자인 행사들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었고 행사를 마쳤을 때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힘든 시기에 함께 버틴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의미 있었습니다. 사실 가장 걱정은 도서 판매입니다.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요즘 가장 큰 걱정입니다. 코로나19에 맞는 마케팅과 출판사 방향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몇몇 뉴스는 코로나로 인해 도서 매출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책방 보다는 출판사 매출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요디자인이음의 책 판매율을 감소되었다고 하셨지만코로나가 지금보다 장기화되면 혹시 도서 소비나 책읽기가 증가할까요?

우리가 체험하기로는 코로나19 이후로 도서 매출은 현저히 감소한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 감소도 출판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도서전이나 퍼블리셔스 등의 큰 마켓들도 모두 온라인으로 변경되었고 이로 인한 매출의 감소도 분명히 있는 것 같고요. 신간이 나오면 진행되는 북토크들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여름 겨울에는 온라인 판매량이 증가했는데 올해는 이런 공식들도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었을 때 우리 출판사의 도서 소비가 늘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후에도 오프라인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앞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요혹은 온라인 전환 등도 준비 중인가요.

오프라인 행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대에 맞추어 게릴라적으로, 유동적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소규모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온라인으로의 전환 또한 계속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소규모출판사는 물론 대형출판사중형출판사도 동네서점 관련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디자인이음만의 작은 책방과 연계된 마케팅이 있나요?

운 좋게도 작은 책방들이 디자인이음 책을 많이 좋아해주십니다. 처음에 작은 책방 입고를 적극적으로 진행했고 서점 사장님들의 인품과 마인드가 너무 좋아서 협업과 이벤트, 북토크 등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작은 서점들과 함께 하는 작업들은 다 좋았습니다. 대형 서점의 강의실에서 시간에 쫒기는 강연보다는 훨씬요. 대형출판사야 무슨 일이든 못하겠습니까? 자본과 인력이 있는데 말이죠. 그들이 무얼 못하게 제지할 수 있다거나, 작은 출판사나 서점을 배려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독자들이 더 흥미로워할 일들을 궁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출판사가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합니다그리고 거의 모든 SNS(블로그포스트인스타페이스북)를 운영 중이고요. SNS 홍보에 출판사들이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요?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하려면 광고보다는 인스타그램이 더 효과적인 시대입니다. 블로그는 오랫동안 운영해 와서 팬심을 가지고 출판사를 응원해주는 독자들이 계십니다.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마케팅은 독자들의 흐름을 발 빠르게 좇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워크샵, 신간홍보 모두 아직까지는 인스타그램에 주력을 두고 있습니다. 작가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업로드를 진행할 경우 효과가 더 큽니다. 인스타그램은 돈이 들지 않습니다. 간혹 2만 원 정도 홍보 기능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적은 자본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책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입니다.       


독자가 아닌 소비자가 주 타깃이 되는 쿠팡도 온라인서점 시장에 진출했습니다현재보다 더 빠른 배송싼 가격에 책을 살 수 있게 된 것이죠출판사 입장에서는 또 다른 유통창구로 소비를 늘릴 수 있기도 합니다

올 여름 절망적인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쿠팡에 도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에세이나 문학은 제외하고 실용서 위주로 판매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다른 도매업체들이 디자인이음 책을 판매하고 있었고 우리가 직거래로 올린 도서는 거의 판매되지 않고 있습니다. 쿠팡에서 책 파는 일도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더군요.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책 판매의 문제가 유통창구의 문제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출판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요그리고 그에 따른 앞으로의 계획은?

독립출판이 출판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독립출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이 곧 오프라인 출판 전체에 일어날 것입니다. 텍스트가 중요한 책들은 디지털로 옮겨 갈 것이고 결국 글로벌 대기업이 온라인 출판계를 독점할 것 같습니다. 종이책은 점점 더 물성이 강한 굿즈처럼 될 것이고, 독특한 색깔 없이는 출판사들이 생존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직접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이나 독립출판이 활성화 될 것 같습니다. 창작을 하는 작가, 디자이너, 사진가, 일러스트레이터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많은 무대가 독립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조금 더 오랫동안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도 책을 만들면서 살고 싶습니다. 평생을 헌신하는 장인처럼 완성도가 높은 좋은 책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진 ⓒ디자인이음

*이 <팬데믹 시대의 책과 책방>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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