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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아 Aug 23. 2021

에필로그 | 변화해도 가장 중요한 건 책과 서점의 가치

팬데믹 시대는 얼마나 지속할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변이 바이러스 또는 다른 전염병으로 인해 팬데믹 시대는 꽤 오래 지속되거나 빠른 주기로 돌아올지 모른다. 이에 많은 오프라인 공간이 변화하고 있고 변화를 준비한다. 물론 그 변화 속에는 책과 책방도 속해있다.      


『팬데믹 시대의 책과 책방』에서는 서울의 8곳의 독립서점과 2곳의 출판사를 인터뷰하였다. 독립서점은 경제적 이익이 발생해야 하는 개인의 경영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책 판매 수익으로만 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이는 팬데믹 이전에도 책 판매율 저하와 대형서점, 온라인서점의 강세 등의 이유로 나타난 상황이었으나, 코로나19로 운영이 더욱 힘들어졌다. 독립서점의 경우, 소규모 모임 즉, 북토크, 독서모임, 글쓰기 및 각종 모임으로 독자와 손님을 끈다. 모임 자체가 서점의 수익이 되기도 하고 모임에 온 손님이 책을 구매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독립서점은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과는 달리 충동 구매가 많다. 책방을 방문하여 책 구경을 하다가 구매하는 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문하는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들었으니 책 판매율이 낮아질 수밖에.      

따라서 독립서점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나 여러 서점이 온라인 모임과 판매 등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다이는 오롯이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이미 변화의 기류에 들어선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변화를 가속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하거나 개별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 별도 주문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의 확장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지역과 시간과 관계없이 새로운 독자, 손님과 책방이 만나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러나 책을 만지고 살피고 공간의 분위기 등 아날로그적 행위가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독립서점에서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가져오기 매우 어렵다. 이전부터 독립서점이 SNS를 잘 활용하여 독자와 소비자를 끌어왔지만, 이는 온라인에서의 접촉을 오프라인 공간의 경험으로 이끈 것이다.      


더군다나 온라인서점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교보문고, 예스24 등이 도서 총판 업무를 시작하여 독립서점들과 연계하여 독자들에게 1권도 배송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쿠팡 등 대형 유통 플랫폼이 도서시장에 뛰어들면서 더욱 빠른 배송 경쟁이 붙었다. 이에 독립서점이 어떻게 차별화하여 온라인 구매를 유도할 것인가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지역의 도서관이나 학교에 도서 납품을 하지 않았던 서점들도 납품 시장에 뛰어들어 준비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이는 도서정가제 시행과 지자체의 지역 서점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어 소규모 독립서점도 가능해진 이유다. 그러나 이도 만만치 않다. 도서 정가의 10%를 할인한 가격으로 도서를 납품받고 RFID를 심고 도서 일렬번호를 붙이는 마크 작업 비용이 도서 한 권당 적게는 1,100원에서 많게는 1,700원씩 든다. 여기에 나라장터 행정업무를 위한 공인인증서 비용이 10만원이고, 도서를 준비하고 직접 도서관에 가서 납품해야 하는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1인 서점에서 진행하기는 버거운 업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판매가 힘드니 행정의 수고로움과 적은 이윤, 낯선 노동을 감수하고서라도 도매 판매에 뛰어든 것이다.     

 

이렇듯 매일이 위기라는 서점계지만, 여전히 독립서점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저성장 시대, 일자리는 적어지고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성장은 어려워졌다. 이에 개인의 생활을 최대한 누리면서 자기 것, 자기 일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서점 운영자가 같이 말한다. 서점 창업을 겉모습만 보고 뛰어들지 말라고. 책에 둘러싸여 책을 읽고 팔고 지적인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낭만적인 모습만 보고 시작하지 말라고. 자신만의 수익 창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 모은다. 그럼에도 책과 책방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잃지 않고, 자신의 신념도 가져야 한다고도 한다. 책방에서 책이 중심에서 멀어지면 책방의 가치는 감소하게 됨이니까.      


모든 서점은 말한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를 쫓거나 쫓기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다.      


지금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이 서점들이 버텨내길 바란다


*이 <팬데믹 시대의 책과 책방>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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