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릉동 경춘선 숲길 공원에 위치한 ‘책人감’ 입니다. 책인감은 좋은 책(冊)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작은 동네책방이자 다양한 강좌와 모임이 있는 사람(人)이 모이는 공간, 책 읽기 좋은 감성(感性) 카페가 함께하는 곳입니다. 또한 우리 동네 문화 사랑방으로 다양한 지역 문화 사업을 기획하고, 1인 출판사로서 저작 활동과 책 출간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책인감을 감성적이진 않지만 개성 있는 책방이라고 소개하곤 합니다. 감성적인 책방이 요즘 시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요?
동네책방은 책방마다 개성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개성은 운영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개성 강한 책방지기가 있는 책방이 많이 알려지곤 합니다. 거기에 요즘 인스타그램 감성처럼 인테리어, 엑스테리어가 특색 있고, 사진이 감성적으로 잘 나오는 곳이 인기를 얻기도 하고, 책방지기의 문학적 감성이 알려지기도 합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영업과 유통관리만 해오다 전혀 다른 업종인 책방을 열었습니다. 문학적 감성보다는 기획이나 관리에 강점이 있고, 회사 시절에 여행을 좋아하고,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강연과 기획 프로그램이 많은 책방입니다.
책방이 과거처럼 책만 파는 곳보다 최근에 오픈하는 동네책방은 책만 판매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특색을 갖는 곳이 많습니다. 그중 요즘 현대인의 감성에 잘 어필하는 곳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책방만의 고유한 특색을 갖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문화 활동을 하는 책방이 많고, 지원사업이나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기획하는 게 책방 업무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기획력이 있는 책방지기가 문학적 감성이 있는 책방지기보다 운영자로서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획이나 관리에 강점이 있어 실제 책방 운영에 도움이 되는 점이 있나요?
일단 회사에서 기획, 보고, 회계, 감사 등을 많이 겪어봤고, 직접 경험한 부분이 많아서 실제 책방에서 지원사업 등을 기획하거나 결과 보고를 비교적 원활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출판 지원사업이나 비교적 큰 규모의 지원사업에는 1인 가게의 한계가 따릅니다. 그래서 책인감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지원사업에만 지원하여 운영 중입니다.
책방 인근에 재생된 철길 공원이 있고 일명 공리단 길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작고 큰 가게도 생기고 있고요. 동네의 변화가 책방에 도움이 되나요?
경춘선 숲길 공원은 산책로와 자전거 길이 있는 총 길이 5.6km 공원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구간을 공트럴 파크 혹은 공리단 길이라 부르는 길이 있고, 양 길가에는 개성 있는 카페들이 즐비한 동네입니다. 그래서 산책하거나 데이트하는 연인이나 가족들이 많고, 주말이면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경의선 숲길 공원만큼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은 아니지만 공원을 찾아왔다가 책방에 오는 손님들이 꽤 있는 건 사실입니다.
책방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그리고 책방을 운영하며 혹은 서점 일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책방은 낮 12시에 오픈해서 저녁 9시에 닫습니다. 책인감은 동네책방과 카페를 병행하고 있으며, 1인 출판사로서 직접 책을 쓰고, 지역 주민들의 책 출간을 돕고 있습니다. 아울러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고 운영 중입니다.
요즘 동네책방은 책만 판매해서는 책방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인들은 책을 잘 읽지 않고, 잘 사지 않지만, 책과 책방에 관한 관심은 많습니다. 그래서 책방이 단지 책만 판매하는 곳이기보다,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 지원사업이나 문화기획, 커뮤니티 모임 등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책방은 본연의 역할인 책을 판매하고, 좋은 책을 추천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도 현대의 독서 환경에 맞추어 지역의 문학과 문화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존에는 월요일만 쉬었으나, 2020년 9월부터 월/화에 쉬고 있습니다. 1인 책방이고, 출판사도 병행하면서 내 책을 쓰는 시간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쉬는 날을 늘렸습니다.
건국 이래 출판계와 서점계는 매년 어려워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 발생으로 작은 책방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하고요. 코로나 발생 이후 책방 운영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책인감은 동네책방과 카페를 병행하고 있는데, 주변에 많은 개성 있는 카페가 많습니다. 저희 책방은 2층에 있어서 지나가는 유동인구 중 많은 사람이 올라오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요즘 현대인들이 책을 많이 사지 않는 것이 큽니다. 특히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차분하게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무료 택배와 가격할인을 내세우고 있어서 그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고, 문화 사업도 공공도서관이나, 복지관, 문화센터 등에서도 경쟁적으로 하고 있어 책방만의 특색이 있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요.
코로나 이후 책방을 찾는 손님은 물론 각종 오프라인 모임 참석자가 줄어 들었습니다. 이에 당연히 책방 매출도 줄었고요. 책방 매출은 원래 기복도 있고 책방을 유지할 정도는 안 됩니다. 코로나 지속 유행으로 매출은 이전보다 많이 감소하였고 현재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마도 2021년 상반기까지는 이 추세가 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책방 운영은 어려웠다고 하셨습니다. 영업 이익으로 책방 유지가 힘든데도 책방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는 무언가요. 그렇다면 외부 강의, 원고 청탁 등 개인 활동 수익을 책방 운영에 할애하는가요?
책방을 운영하기 전에는 18년간 기업에서만 근무했기 때문에 내 사업을 하는 것이 처음입니다. 책방 운영뿐 아니라 납품, 카페운영, 출판, 지원사업 기획 등에서 배우는 비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1년 상반기까지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중 큰 부분을 출판에서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의 기존 경험과 책방을 운영하며 얻은 경험을 책으로 출간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출판이 잘 되면 강연 등이 지금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걸 바탕으로 책방 운영을 지속하려 합니다.
코로나로 많은 오프라인 공간이 어려워졌고, 변화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책방 운영이 변화한 것이 있는가요.
코로나19로 인해 책방 방문 손님은 줄어들었고, 지원사업은 비대면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작은 책방은 기존에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를 활용한 홍보를 했지만, 앞으로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등을 활용 할 방송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역시 이를 수익과도 연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으로 활동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출판을 겸하고 있어서 온라인 강좌 등이 책 출간으로 더 연결할 수 있도록 계획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책방은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방에서 판매하는 독립출판물만 온라인 판매를 하는데 취급하는 독립출판물이 많지 않아 매출에 도움이 되는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독립출판물 취급량을 늘려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문화예술 다방면에서 온라인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온라인 모임이나 강좌 등 계획이 있나요?
온라인 모임이 앞으로 계속 진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전 지원사업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의 경우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한 적은 있으나 현재 모임 자체를 온라인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재는 카톡을 통해 지역 내 여러 마을공동체와 독서모임 회원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활동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책방 자체 라이브 방송은 점점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를 활용해서 책 소개나 엑셀, 책방 운영, 큐레이션 등과 관련한 강좌를 진행하거나 영상을 업로드 할 계획입니다.
책인감은 현재 독립출판물 보다 기성출판사의 책이 많습니다. 소규모출판사는 물론 대형출판사, 중형출판사도 동네서점 관련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요즘인데요. 이것이 서점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나요?
요즘 출판사마다 동네서점 에디션을 별도로 만들어 책을 출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에는(2017~2018년) 동네책방 에디션의 희소성과 기획력으로 인해 판매도 잘 되고, 책방 매출이나 수익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 많은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인해 책방에 모두 들여놓기가 어렵습니다. 동네서점 에디션의 경우 현금매입으로 구매해야하니 책 재고를 책방에서 안고 가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또한 책 표지만 바꾸는 등 너무 많은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판매 자체도 쉽지 않아 졌습니다. 그래서 책인감에서는 선별해서 몇 종 정도만 들여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독립출판물을 취급하지 않던 책방도 취급하기 시작한 곳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서 책인감도 취급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하셨고요. 그렇다면 독립출판물이 늘어나면 서점 매출 증진에 도움이 될까요?
독립출판물 취급이 늘어나면 관리적인 요인이 많이 증가합니다. 그러나 기성출판사의 책 경우 도저히 인터넷 서점과의 경쟁 할 수 있는 가격구조는 아닙니다. 인터넷 서점은 10% 할인에 5% 포인트와 택배도 무료로 보내주니까요. 독립출판물은 인터넷 서점이나 도서정가제와는 무관하고, 대형서점과 차별할 수 있는 품목입니다. 출판물 관리를 잘 해서 독립출판물 품목을 증가시키면 오프라인 책방 매장에서뿐 아니라 인터넷 판매도 증가하지 않을까 합니다.
독일 등 몇몇 국가에서는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과 독립서점의 공급률이 모두 같은 도서정가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도서정가제였습니다.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동네서점이 버틸 수 있을까요?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동네책방뿐 아니라 중소규모의 서점도 장기적으로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서정가제는 책 생태계를 위한 작가와 출판사, 서점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니까요. 책이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지적재산이 담긴 문화공공재이기 때문에 책 생태계란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솔직히 책인감은 책 판매에서 얻는 순이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아서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도 책 판매에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책방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책 판매, 추천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그 힘을 잃게 됩니다. 동네책방을 운영할 중심 역할이 무너지기 때문에 책방에 있어서 중요합니다.
요즘 작은 책방 운영자들은 대부분 출판계, 서점계와 관계없는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책방을 창업하고 있습니다. 책방을 운영할 때 중요한 점 등 책방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어려운 시기지만 독립서점을 운영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가 고도성장에서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회사 내에서 성장할 기회가 줄어들고, 일자리 자체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취업 기회도 부족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독립서점뿐 아니라 개인 창업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경춘선 숲길 공원에도 개인 카페나 디저트 가게의 창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동네서점의 창업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2014년 도서정가제 영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현대인들은 책을 점점 읽지 않고, 종이책을 덜 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방을 운영하며 책만 판매해서는 지속 가능한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생업으로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면 지속 가능한 수익창출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원사업이나, 도서관 납품, 모임이나 강연 등 책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봐야 합니다. 그러나 책방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책 판매나 추천, 독서모임 등 책에 관한 그 책방만의 특색 혹은 장점도 갖고 있어야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책방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요?
책방, 카페, 출판, 강연 등 책인감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지속 가능한 이익을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매년 임대계약 시점에 재계약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지금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더 잘해보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강연을 더 다듬어 강연 기회를 늘려가고, 내 경험을 바탕으로 책 출간을 지속하고, 책방으로서 문화기획과 책 추천을 통해 책 판매를 더 잘하는 책방을 만들고 싶습니다. 혹, 지금의 책방을 유지할 수 없더라도 책과 관련된 일은 계속할 것 같습니다. 출판이나, 문화기획 등 책 생태계에서 지속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진 ⓒ책인감
*<코로나 시대의 책과 책방>은 서울연구원·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수행한 2020년「서울 도시인문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