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발견

17년 후 이탈리아 토스카나

by 정지현

1996년 늦은 가을, 첫 직장을 그만두고

20일간 스위스, 파리, 이탈리아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첫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얼마 안 된 때였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파리는 생각보다 너무 추웠다. 몸은 움츠러들고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생전 처음 하는 해외여행은 고되기 짝이 없었다.

따뜻한 이탈리아로 넘어가서야 몸도 마음도 슬슬 적응이 되어

어슬렁거리는 즐거움을 실감했다.

여행에 익숙해질 만하니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

트레비 분수에서 누구나처럼 로마에 다시 오게 해 달라고

어깨너머로 동전을 던졌고 17년이 지나 소원은 이루어졌다.

더 늦으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013년 7월, 부모님을 모시고 이탈리아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그렇게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

로마에서 토스카나를 향해 달리는 버스 차창 밖 멀리

거짓말처럼 구름이 일부 구간에만 비를 쏟아내는 풍경을 처음 보았다.

‘비가 저렇게 내리는구나’ 마음에 담아두었던

그 순간을 이듬해 겨울에 그렸다.

스물일곱, 함께 첫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던 친구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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