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쓰자. 느리게, 그러나 깊게
지속적으로 조금씩 고쳐 나가는 것이 나중에 완벽해지는 것보다 낫다.
Continuous improvement is better than delayed perfection.
마크 트웨인의 어록이... 아니다.
그는 이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아냈다.
어쨌든, 오랜 시간 혼자서 노트에만 글을 써오던 나에게 브런치 작가신청을 넣게 된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말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생각은 많고, 여기저기에 끄적거리는 것은 많은데 정리는 안되고 남들이 보고 이해해 줬으면 하지만 동시에 숨기고 싶기도 한, 그런 복잡한 마음의 평범한 사람이다. 나와 비슷한 마음의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가 승인을 받고 난 후, 주 1회에 글을 발행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시작했다. 나의 목표가 생각보다 큰 야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한 지 고작 세 달 남짓 지났다. 나는 이번 주는 무엇을 쓸지, 쓰고 나면 다음엔 무엇을 쓸지 매일 고민한다. 훌륭한 글을 자주 올리는 굉장한 작가들을 보며 감탄한다. 그들의 발행 알림을 받을 때면 반가움과 나도 더 분발해야겠다는 경각심이 함께 든다.
내가 잘 쓰고 있는지, 과연 내 글이 타인에게도 재미있을지 매번 고민하지만, 솔직히 아직 감이 안 온다. 분명한 건, 글을 쓰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고, 그 정리된 자리에 새로운 생각이 자란다. 조금 쑥스럽지만, 정성 들여 영혼을 조금씩 담은 글들을 발행을 하고 독자들이 찾아와 내 새끼들을 봐주고 긍정적인 반응을 마주하는 것은 일상의 깨알 같은 소중한 행복이다. 내가 과연 잘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1년이 지난 후에 그때도 같은 마음일지 다시 생각해 보겠다.
글을 쓰게 된 이후로 다른 작가들의 글을 찾아보게 되며 느끼는 점은 브런치는 거대한 생태계라는 것이다. 각자의 사연과 스타일을 가진 수많은 이야기들이 공존하며 살아 숨 쉰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웬만한 주제의 글은 이미 찾을 수 있으며, 생각을 벗어난 독특한 이야기들도 마치 포켓몬들처럼 다양한 색의 개성을 드러내며 존재한다.
이러한 활자 정글 안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은 작지만 뚜렷하다:
건축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누구나 공간과 도시를 "다시 보고 느끼게" 만드는 것. 집중받지 못한 건물과 도시 속 주목받지 못하는 디테일, 시간이 만드는 균열과 아름다움 같은 일상적 "사소함"으로 도시의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기록하는 것. 그리고 그 기록 사이에 나의 생각과 경험을 끼워 넣어, 건축과 삶은 알고 보면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은 두 개념이란 것을 보여주는 것.
작게라도 독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남기고 싶다. 내가 설계하는 공간이 공동체에 긍정적이길 바라듯, 브런치에 쓰는 글도 누군가의 하루에 짧은 즐거움과 작고 따뜻한 파문을 남기길 바란다.
"느리게, 그러나 깊게"
나의 브런치에서의 첫 글 제목처럼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나는 계속 쓸 것이다.
글 하나하나 나에겐 전부 소중하고 유일한, 마치 생각의 어벤저스 멤버들 같다. 발행 버튼을 누를 때마다 새 멤버의 유입으로 팀은 더 단단해지고, 나의 꿈도 함께 조금씩 성장한다.
브런치는 나를 포함한 작가들의 꿈의 플랫폼이다. 그리고 이 꿈은 글 쓰기를 멈추지 않는 한, 계속 "실현 중"이며 동시에 "발전 중"일 것이다. 언젠가 그 위로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올라서길 바란다. 건축이 그렇듯, 글 역시 설계 중일 때가 가장 순수하고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