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기성세대의 역할
최근 인터넷에서 본 새로운 현상이다.
"Gen Z Stare": 한국어로는 "젠지 스테어"
윗사람이나 타인이 말을 걸거나 질문을 했을 때 반응이나 말없이 상대방을 응시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그냥 더 어린 혹은 약자가 더 나이 많은 존재 혹은 강자에게 대꾸하지 않고 쳐다보는 일종의 무시 혹은 무례의 표현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별 의미를 갖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새로 나온 현상이 아니라 과거에도 흔했다.
하지만, 최근에 이 현상을 해석한 여러 설명들이 흥미롭다: 소통 방법, 사교성 및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머릿속의 버퍼링, 혹은 "지체" (lag) 같은 거란 해석, SNS가 일상인 세상에서 자라면서, 자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온라인에서 조롱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두려움이 오프라인에서도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 등의 따뜻한 시선들을 보고 이는 단순한 현상이 아닐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Gen Z는 어느 세대인가? 1997 - 2012년 생인, 현재 10대 후반 - 20대 중반의 사람들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자꾸 "MZ(엠지) 세대"라고 퉁쳐서 모호한 말로 표현하는데, M(밀레니얼)과 Z세대는 같은 묶음으로 보기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 ~ 1996년생이다)
그들은 인터넷, 스마트폰과 SNS가 없는 세상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첫 세대다. 게다가 사춘기 시절, 가장 민감하고 성장통이 격한 시기를 코로나 격리 속에서 보냈다. 그들은 인간관계와 사회성에 관한 경험치를 (혹은 시행착오를) 왕성하게 쌓아야 할 시기에, 대면이 아닌 화면 속의 소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타인과 만나고 부딪치는 소통으로 성장하기보다는, 화면과 영상을 통한 소통에 익숙한 세대라 아무래도 오프라인에서 취약한, 사회성, 소통적인 면에서 손해를 본 세대다. 강요받은 시대적 핸디캡이 있는 상태로 자라서 기성세대가 "당연하다"라고 여겼던 대면 소통의 기술은 그들에게 "어색한" 일이 되었고, 결국 이런 간극이 Gen Z Stare라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눈빛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직접 대면한 상태로 소통을 할 때에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 미세한 눈빛과 표정변화와 그것을 해석하는 근육이 덜 발달한 것일 테니. 이것이 윗 세대 사람들에게 "어린것들의 무례한 응시"로 받아들여지는 불편함의 정체이지 않을까.
기술의 발전은 늘 거리의 극복을 목표로 했다고 생각한다. 교통의 발달은 물리적 거리를, 전화와 인터넷은 소통과 정보의 거리를 줄였다. 덕분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지구 어디에 있는 존재와 소통이 가능해졌고, SNS를 비롯한 각종 소통 시스템의 생성으로 새로운 형태의 소통과 교류가 생겨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기술과 소통방식의 발달은 곧바로 소통의 진전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 같다. Gen Z Stare 같은 현상은, 발전된 기술과 도구가 인간 본연의 교류를 퇴화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100% 그렇다 식의 단순한 단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소통 기술 발전의 부작용이 소통 능력의 퇴화일 수도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앞으로 올 다음 세대(알파·베타)는 "Ai 없는 세상"을 모르는 진정한 Ai 네이티브가 될 것이다. 말없이 응시하는 Z세대들도 그들을 대하며 당황할, Ai로 인한 새로운 유형의 "Gen Alpha Stare" 같은 현상들이 나올 것이다.
최근 읽은 한 기사의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젊은이들은 ChatGPT를 사용해서 회사 지원서를 쓰고, 회사 인사팀은 Ai를 사용해서 회사 지원서를 보고, 아무도 고용이 되지 않는다."
현재 미국의 고용시장을 꿰뚫는 아주 강한 한마디의 제목이다.
이런 걸 보면 Ai는 일종의 필터가 되어 사람들 간의 거리를 오히려 멀게 해 주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Ai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더 발전이 되고 있지만,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 Ai라는 새로운 필터가 생기고 있다. 이력서, 회사 지원서 준비도 그렇고, 학교 과제,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사람들은 점점 더 Ai를 사용해서 소통을 한다: 우리는 점점 "직접적인" (and genuine) 한 소통에서 멀어지고 있다.
사적 감정표현에서도 적용된다. 썸을 타고 있는 이성 간의 문자 메시지, 사랑을 깊어지게 만들어주는 연애편지, 분노한 여자친구의 장문의 문자 내용, 그 위기를 타파하려는 남자친구의 문자 답장 등에서도 사람들은 진솔한 마음과 감정에서 우러나는 말을 하기보다는 Ai가 알려주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말발이 좋은" 모범답안만을 쓰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어린 세대에게는 이미 일상이지 않을까.
그러면 문자를 할 때 메시지마다 Ai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받아서 대답을 하니 문자 하는 시간이 늘어날까. 그만큼 타이핑하는 속도와 Ai의 대답 속도가 더 빨라져서 상관없을까. 아니, Ai가 알아서 대답해주고 있을까.
사람과 소통의 필터가 하나가 되는, 소통 방식의 새로운 진화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에는 모두가 Ai를 이용한 소통을 하기에 "모범적인" 소통만 하게 될까. "말실수"라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 될까. 그러면 모두가 비슷하게 말하는 "Ai 말투"로 소통할까. 그 와중에 새로운 화법이나 개성이 나올까. 예측 불허한 발언의 가치는 더 커질까 혹은 무시될까. 우리는 그러한 세상에서 진정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Ai를 이용한 말 또한 나의 진심이다라고 주장할까. 진심의 무게는 가벼워질까. 10년쯤 뒤에는 이 글이 우스운 글이 될까.
Gen Z Stare든, Ai로 인해 달라질 소통방식이든 시대의 흐름이고 해수면 상승처럼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은 변화된 방식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고유의 비언어적 소통 방식과 진솔한 목소리와 대화가 주는 미묘함과 따뜻함을 최소한 잃지는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윗세대)는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팝콘이나 튀겨와서 우리는 할 수 있는 건 없다 하며 구경이나 할 것인가. 초고속으로 진화해 가는 세상에서 어린 세대들의 대면 사회성을 높여주는데 조금이라도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Z세대들의 Gen Z Stare가 부정적인 사회적 현상에 끝나지 않도록, 세대 간의 갈등과 균열이 커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