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했던 해외 부동산 자산들이 부실 위험에 노출된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워싱턴DC의 1750k 빌딩을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매각 주관사는 JLL(https://www.us.jll.com/en/investorcenter/office/1750-k-washington-dc-unitedstates)입니다. 목표 거래종결 시점이나 금액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지만 사실상 손절매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입 당시 인수금액 중 절반 가량은 미래에셋증권이 총액인수 후 셀다운했기 때문에 미래에셋그룹이 감당하는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점이 있습니다만, 그 외 다른 기관투자자들은 작지 않은 손실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최근 뉴욕에서도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20 Times Square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자산은 미국 투자은행 측으로부터 기한이익상실 확정 통보를 받아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6개 국내 기관이 손실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지 은행이 셀다운한 5개 단계의 트렌치에 국내 운용사와 투자기관 등이 투자를 집행했으며 선순위 A까지 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투자 손실이 더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약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한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코로나 직전인 2010년대 말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 몇년 간 해외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는 증권사들과 운용사들의 메자닌 투자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사실 중심을 넘어 대부분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메자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어느 정도 입지요건만 갖추면 '묻지마'식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너도나도 뛰어들었습니다. 문제는 COVID-19이라는 구조적 위기가 들이닥치면서 리스크 관리 역량의 부재가 수면으로 떠오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역량 부재와 분산 투자를 잊은 안일한 대응의 여파가 이제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 들어가면 갈라파고스화된 국내 금융시장을 지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금융시장에는 외국계 금융기업들이 거의 진출하지 않았거나 진출했다가도 철수한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업들도 본사에서 거의 관심이 없다 싶을 정도로 작은 사업규모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외국계 기업의 유치는 해외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끌어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며 선진 기업들과의 경쟁으로 역량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동기가 부여되지 않다보니 한국 시장을 바라보던 관점으로 타성에 젖어 안일하게 해외 부동산 투자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해외 금융기업들의 한국 진출 기피 원인은 규제 환경입니다. IMF 이후 국내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개방되기는 했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포지티브 규제를 위시로 한 폐쇄적인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금융 중심지인 미국과 영국은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지속적인 금융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 통제가 심하다고 인식되는 중국도 사실은 지속적인 규제 완화로 네거티브 규제 시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금융가에서는 '한국은 자본주의 가면을 쓴 공산주의, 중국은 공산주의 가면을 쓴 자본주의'라 비꼬기도 합니다. 또한 정부의 힘이 너무 막강하니 금융기업들은 자체적인 역량 강화에 앞서 경제관료 출신 인사, 혹은 금융 공기업 출신 인사를 경영진으로 데려오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금융 범죄에 대한 단죄가 엄중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금 금융시장의 흐름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란기입니다. 이번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을 말미암아 국내 금융시장이 long-run 하기 위해서 어떠한 방향 설정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